▲박형준 기자
                                                               ▲박형준 기자

가본 적은 없지만요. 많은 연인이 사랑의 자물쇠를 남산타워에 건다면서요. 서로의 이름을 곱씹으며 서울 산자락에 가둬두기. 사실은 무서운 일인 것 같아요. 앞날은 그 누구도 모르고, 지울 수 없는 흔적은 자꾸만 세포 분열하니까요. 전 연인으로부터 도망치려면 전 전 연인을 신경 써야 합니다. 그 앞 철물점에선 펜치가 자주 팔리겠어요.

2년 정도 이름을 걸고 기사를 썼네요. 50여 개의 글이 부끄럼도 모르고 모두에게 보여 부끄럽습니다. 기록이 남고, 그것이 남에게 알려지는 일은 부담입니다. 머릿속 공상은 들킬 일이 없습니다만, 그게 발현돼 누군가에게 전해지면 치부를 드러낸 것 같아요. 

때문에 내가 스물·스물하나에 썼던 기사가 평생 남게 된 일은 기쁨이면서도, 걱정입니다. 그것이 나의 상념이 아니라, 우리대학의 이야기를 다뤘다는 점에서 불안은 더욱 커집니다. 분명 부족함이 많은 기자였어요. 사소한 오탈자부터, 내 불찰에서 비롯된 오보까지. 기자라는 이름을 내걸고, 달려온 시간을 마냥 달갑게 여길 수 없습니다. 

스스로 자물쇠를 채운 마음이에요. 학생의 신분으로 학생의 이야기를 논평하면서, 때때로 분수에 넘친 행동을 했나 싶기도 합니다. 남산타워 철물점의 펜치가 자주 팔릴 거랬죠. 직접 채운 자물쇠를 자르는 사람의 마음을 알겠습니다. 

기자에겐 책임감이 뒤따릅니다. 도망칠 수 없고, 도망쳐선 안 되는. 내가 느끼고 있는 것이 그 한 부류겠죠. 때때로 불안하지만 책임감으로부터 나오는 기자의 자부심이 있다고 믿습니다. 기사를 쓰며 밤중에 독주했던 기억 속에 떳떳함이 있습니다. 기사를 쓰며 조우한 모든 사람과의 만남에 보람이 있습니다. 기사를 쓰며 성장한 지난 2년간의 내가 있습니다. 책임감이 안겨주는 두려움 속에 내가 자신할 수 있는 것은 자부심입니다.

모르겠습니다. 편한 길을 택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젠 골방 속 학보사 기자가 아니더라도, 학내에 귀한 목소리를 낼 수 있으니까요. 취재하면서 학생 커뮤니티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학생사회에 관한 뛰어난 통찰력을 보여준 여럿 분이 계셨습니다.

그럼에도 누구나 기자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기자로 활동한다는 것. 자원해서 미움받을 준비가 됐다는 것은 박수받을 가치가 있겠습니다. 직접 짐을 짊어지는 일이니까요. 내가 시달린 거북목 증후군이 무의미하지 않았기를 빌어요.

남산 자락, 동대신문사에 자물쇠를 걸었습니다. 후회와 부끄럼이 없지는 않지만요. 펜치를 찾진 않겠습니다. 마땅한 책임감은 자부심을 낳고, 나는 신문사의 기록이 자랑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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