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의 대학은 위기에 처해 있다. 학령인구 감소, 수도권-지방 대학의 양극화, 학문 지형의 변동, 대학재정 부족과 등록금 인상 등 대학의 의미뿐만 아니라 존립마저도 불안정한 상황이다. 급격한 시대 변화를 직면하며 대학은 사회적 논의 대상에 올랐으나 오늘날 대학의 본질적 의미에 대한 답은 여전히 방황하고 있는 것 같다. 대학이란 무엇인가. 일본의 교수이자 사회학자 요시미 슌야는 대학을 ‘미디어’라고 재정의했다. 그는 대학이 고등교육 기관이라는 사전적 정의를 넘어서는, 사회와 매개하는 집합적 실천의 장이라고 본 것이다. 그런데 사
동악의 언덕에 봄 볕이 드리운 3월. 지금은 보궐선거의 계절이기도 하다. 이번 달 초입부터 동국총대-선거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보궐선거 공고를 시작으로 입후보자 안내,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의 정책 자료집이 줄줄이 올라왔다. 그리고 그 뒤를 이은 소식은 다름이 아닌 선거 무산 단위 공고였다. 일부 단과대학과 학과의 학생회·대의원회에 이어 작년 11월 정기선거에서 개표수 미달로 끝내 무산됐던 총학생회(이하 총학) 또한 입후보자 미등록으로 이번 보궐선거 무산 단위에 포함됐다. 결국 총학의 빈자리는 보궐선거가 돌아왔음에도 메워지지 못했다
의과대학 증원 발표 이후 의료계는 혼란에 빠졌다.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들이 증원 방침에 반발해 가운을 벗고 단체 이탈을 개시한 것이다. 전공의의 집단 행동으로 인해 대형병원의 진료 순환이 망가졌고, 의료 현장 공백이 지속되면서 국가적인 의료 시스템에도 차질이 생겼다. 의료 대란 가시화에 정부는 지난달 29일을 복귀 마지노선으로 정해 업무개시명령, 비대면진료허용 등으로 의료계에 강경하게 맞섰다. 의과대학 증원은 지역·필수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정책으로, 정부는 의료 위기의 큰 원인을 절대적 의사 수의 부족으로 봐 이를 해결하고자 하
“투표하셨어요?” 4년 만의 대면 투표에 화답이라도 하듯, 건물 곳곳 설치된 투표소 앞은 독려 한 마디로 학우들이 붐볐다. 그러나 썩 달갑지 않은 투표율이다. 올해는 총학생회가 출범하나 했건만, 기대가 무색하게 개표조차 성사되지 못했다. 과반수가 투표해야 개표가 이뤄지는 우리대학 선거시행세칙상 총학생회 선거운동본부(이하 선본)의 43.8%의 투표율은, 개표 요건에 충족되지 못한 수치였다. 한편, 과반수를 넘긴 선본들은 개표가 이뤄졌고, 모두 당선이 확정됐다. 다시 말해, 개표에만 성공하면 당선은 따 놓은 당상이었다.저조한 투표율은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첫 번째 존재 이유임을 가슴 깊이 새겨 달라” 윤석열 대통령이 대한민국 경찰들에게 당부한 발언이다.지난 29일은 어느 평범한 좁은 골목에서 159명의 젊음과 사연이 스러진 이태원 참사 1주기였다. 가족을 잃고 지내온지 1년, 지하 35m에 추모 공간을 마련하자는 서울시의 냉소에도 꺾이지 않은 유족들이 거리로 나섰다.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추모 행진 속 글자들은 ‘정부의 진심 어린 사과’,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 ‘진상규명’ 요구로 가득했다. 가족 잃은 아픔을 안은 유족들이 윤 대통령
“라인업 떴나요” 축제 일정 공고와 동시에 모두가 기다리는 건 연예인 라인업. 연예인 공연은 말그대로 축제의 ‘하이라이트’다. 본인이 좋아하는 아티스트나 대중적인 아티스트가 라인업으로 뜨게 되면 약속이라도 한 듯 초대된 손님처럼 다른 대학을 찾아가기도, 외부인이 우리대학에 방문하기도 한다. 축제를 즐길지 말지 여부가 대학별 축제 연예인 라인업을 저울질하며 결정될 만큼 연예인 공연은 어느새 축제의 주축이 됐다.지난주에 막을 내린 가을 대동제 연예인 공연은 어땠는가. 어김없이 진행된 연예인 공연 중 무대 앞에 즐비해야 할 학생들이 텅
올해 보궐선거에서 한 단과대학 단위가 46.6%의 득표율을 보였다. 개표 성사 기준인 50%에 미달돼 개표조차 못 한 안타까운 수치였다. 해당 단위는 단 3.4%로 인해 비상대책위원회로 존립하게 됐다. 외에도 일부 단위가 50%를 웃도는 투표율로 간신히 학생회로 등단하기도 했다.사실 찬반으로 인한 선거의 당락은 이후의 문제다. ‘개표도 못 함’에 초점을 맞춰 학생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를 파악해야 한다. 작년 학생 대표자들의 사퇴 러쉬와 올해 초 연이은 소란은 학생 사회에 더욱 캄캄한 그림자를 드리우며 학생들에게 무기력함을 안겼다.
교육부가 새로운 사회수요에 부합하고자 대학개혁을 가속 추진했다. 바로 대학혁신사업에서 ‘광역화 모집 혁신계획’에 큰 배점을 두고, 대학평가에 따라 일반재정지원금을 대학에 차등 분배한다는 것이다.학부제 모집 개편에 대한 논의는 이전에도 있었다. 때는 1995년, 교육부가 학생들에게 전공 선택의 기회를 보장한다는 취지로 계열 단위로만 학생을 모집할 수 있게 제한했다. 당시 개편에 대한 우려는 단연 존재했고, 개편 후 학부제의 부작용이 많다며 서울대 등 26개大 총장의 집단 문제제기로 이어졌다. 결국, 교육부는 2009년 학부제 개편 조
학생도, 학교의 편도 아닌 독립적인 학내 언론을 택하면서 외로운 길을 걷고 있다. 이번 학기의 본지 1면은 각종 학생 자치 기구들의 논란을 파헤치는 기사들이 주를 이뤘다. 심지어는 발행 호수마다 해당 논란의 '연재' 수준이 될 만큼 소란스러운 시간을 연속 담아내야 했다. 기자들은 단어 선택 하나로 인해 혹여나 편파 보도가 되진 않을지, 양측의 입장 비중을 충분히 계산했는지 고뇌하며 수차례의 퇴고를 거친다. 학보(學報)는 보도를 통해 공격적인 태세로 잘잘못 경중을 따지고, 혼란을 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갈등을 유발하고자 자극적 소재
최근 한 스타를 향한 추모의 물결이 일었다.새벽녘 그이의 비보로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긴 것도 잠시, 그날 저녁에는 아이돌 육성 프로젝트의 최종 데뷔 멤버가 생방송으로 중계됐다. 비보와 방송은 모두 실시간이었다. 연예계의 화려한 조명과 그 뒤의 그림자, 같은 직업의 두 이면. 해당 업계의 경쟁 과열 속 누군가는 빛나는 세상을 선망하고 다른 누군가는 세상을 등져가는 참혹한 현실이 단 하루만에 반영됐다.향년 25세. 푸른 봄의 물결과 참 어울리는, 청춘의 나이다. 청춘들이 그토록 원하는 ‘스타’의 삶, 무대 위의 조명과 경고등이 동시
2017년 민족사관고에 다니던 정순신 변호사 아들이 8개월 동안 지속적인 학교폭력(이하 학폭)을 가해 학교폭력위원회의 조치를 받았다. 1~9호로 나뉜 조치사항 중 8호에 해당하는 중대한 학폭 처분을 받았지만, 20년도에 서울대에 정시로 입학했다는 사실이 화두에 오르면서 여론이 들끓었다. 당시 서울대 정시 전형은 수능 100% 반영이었다.최근에는 학폭 문제를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의 흥행으로 학폭의 근본을 뽑아내어 엄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정순신 아들 사태와 더 글로리 파장으로 학폭 심각성이 많은 사람들에게 각인
흐드러지는 벚꽃잎이 콧등에 안착하는 그 날이 다가온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며 약 2년, 즉 4학기를 비대면 체제로 대학을 움직였다. 그러던 중 지난 2022년 1학기, 우리대학이 ‘대면 수업 점진적 확대’라는 새로운 수업 운영 계획안을 발표하면서 학생들이 꿈꾸던 대면 캠퍼스를 추진하는 데 박차를 가했다. 이후 코로나 재유행 고비가 확연히 넘어서면서 지난해 가을,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전면 해제됐다. 하지만 실내 규제는 유지됨에 따라 학내 시설을 이용하는 데에 여전히 크고 작은 어려움이 존재해 결국 우린 ‘완벽한 일상’을 되
살아가면서 뜻대로 되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 2021년 여름, 대학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여러 동아리에 기웃거리던 중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동대신문이었다. 10대 때부터 항상 해왔던 기사를 쓰는 일은 익숙할 거라 생각했는데, 이번엔 아니었다. 그야말로 계획에 없던 일들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임기를 채우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던 나는 수습기자와 정기자 그리고 기획부장까지 총 15번의 조판을 끝내고 어느덧 마지막 활동인 해외취재도 다녀왔다.3년 만에 가는 해외취재라 나도, 함께한 팀원들도 모두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다. 1월
말도 많고 탈도 많던 2022년, 올해도 어김없이 겨울이 찾아왔다. 동대신문 역시 종강호를 펴낸다.편집장으로서 열 번째 동대신문을 발행한다. 올해 동대신문의 지면을 지배한 담론은 단연 ‘신뢰와 기능을 상실한 학생사회’일 것이다. 코로나19의 영향 속에 비대면 대학생활이 강제되던 지난 2년, 동대신문은 학생사회를 향한 학내 구성원들의 무관심을 주된 논지로 삼아 신문을 발행했다. 학생사회를 향한 무관심은 비대면 시기의 종료와 함께 어느 정도는 해결 가능할 것이라 믿었던 지난 2년간의 바람과는 달리, 전면 대면학기로 전환된 이번 학기엔
지난 10월 29일 22시 15분, 참혹한 뉴스가 보도된다. 십만명 남짓의 인파가 핼러윈을 즐기기 위해 이태원에 모인 날이었다. ‘이태원 일대 대규모 압사 추정 사고 발생’, ‘핼러윈, 인파 몰린 이태원… “50여 명 심정지 추정”’, ‘사상자 늘어나면서 응급 인력 부족’. 뉴스는 대중들이 놀란 가슴을 추스를 시간을 주지 않았다.다음날부터 미디어는 ‘범인 찾기’와 ‘책임 소재 묻기’에 화력을 쏟았다. 목격자들의 증언을 통해 인상착의로 참사의 시발점이 된-몰린 인파를 뒤에서 밀어 쓰러지게 한-사람을 특정하는 보도나, 경찰 당국은 무엇
대동제가 끝났다. 3년간의 코로나19 팬데믹에 한풀이라도 하듯, 연예인 공연이 진행된 지난 29, 30일 양일간의 대운동장은 몰려든 인파로 꽉 들어찼다. 대동제 사흘간 학우들에게 지적된 문제들은 차치하고, 총학생회가 부재한 상황에서 축제를 위해 노력한 축제기획단, 각 단위 학생회 집행부 전원에게 찬사를 보낸다.총학생회 부재의 상황에서 축제를 꾸리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었으리라. 축제기획단이 학우들의 목소리를 담은 축제를 준비하는 데에 있어 인력적으로도, 시간적으로 여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굉장히 애를 쓴 것으로 알고 있다. 축제기획
잎의 색이 바뀌는 날들이다. 생기 넘치던 초록은 더위와 함께 한풀 꺾였고, 가을바람과 함께 단풍이 서서히 찾아온다. 지난 약 2년간 캠퍼스의 모습과는 달리, 무리지어 다니는 학생들의 모습을 고개만 돌리면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캠퍼스에 생기가 돌아왔다. 붕괴 직전이던 학생사회를 재구축할 시간이 돌아온 것이다.그러나 최근, 학생사회가 시끌벅적하다. 단위를 불문하고 작게는 학생회 소속 개인, 크게는 학생회 전체에 관한 이슈가 학생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린다. 이번 2학기 개강 이후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학생들은 벌써 많은 사퇴서를 마주했
가을이 코앞이다. 서늘해진 밤공기는 2학기의 시작을 알렸다. 2학기 시작에 앞서 지난 7월 중순에는 희망강의 신청이, 8월 초에는 신학기 수강신청이 진행됐다. 희망강의 신청 기간과 수강신청 기간 이전에 공개된 2022학년도 2학기 강의목록에는 납득이 어려운 빈칸이 꽤 많았다.담당교원명이 공란인 강의들부터 강의계획서가 공개되지 않은 강의들까지, 학생들은 필요 정보들이 결여된 상태로 수강신청에 임하게 됐다. 몇몇 학과의 전공 강의의 경우, 담당교원이 배정되지 않아 학생들이 수강신청을 망설이기도 했다. 전공 강의를 신청하는 많은 학생들에
한동안 동국대학교 교내 하늘을 덮은 연등 아래로의 산책은 저에게 늘 설렘이었습니다. 언론정보대학원 수 업이 마침 저녁 시간대여서 그 고운 풍경을 온전히 즐겼 습니다.등 하나하나에 적힌 이름들 그리고 소소하며 간절하 게 적은 짧은 사연들을 들여다볼 때마다 그 온기가 더 해졌습니다. 단지 연등의 가시성에만 가치를 두고 바라 보기에는 그 이상의 특별함을 품고 있음이 분명했습니 다. 그런 마음이 달이 되어 차오르던 어느 날, 불교연등 회행사 준비위원회로부터 연락받았습니다. 연등회 회 양한마당 행사의 영어 사회를 담당해달라 여쭈시던 짧은 통
어느덧 동대신문은 2021년도의 마지막 신문을 발행하고 있다. 여전히 학교를 찾는 학생들의 발걸음은 잠잠했던 한 해였지만 본지는 독자들에게 잊히지 않으려는 노력, 학우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역사 깊은 학보로 남고자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했다. 지면 신문은 분명 대외적으로 위기에 봉착했다. 변화하는 사회상, 영상 미디어 시대의 도래, 줄어드는 신문 구독자 수. 이 모든 것이 위기의 기정사실화를 지목하고 있다. 동대신문은 비대면 상황이 초래한 핵심 독자층의 부재와 지면 신문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왔다. 뉴미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