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하셨어요?” 4년 만의 대면 투표에 화답이라도 하듯, 건물 곳곳 설치된 투표소 앞은 독려 한 마디로 학우들이 붐볐다. 그러나 썩 달갑지 않은 투표율이다. 올해는 총학생회가 출범하나 했건만, 기대가 무색하게 개표조차 성사되지 못했다. 과반수가 투표해야 개표가 이뤄지는 우리대학 선거시행세칙상 총학생회 선거운동본부(이하 선본)의 43.8%의 투표율은, 개표 요건에 충족되지 못한 수치였다. 한편, 과반수를 넘긴 선본들은 개표가 이뤄졌고, 모두 당선이 확정됐다. 다시 말해, 개표에만 성공하면 당선은 따 놓은 당상이었다.

저조한 투표율은 잠시 제쳐두고, 투표하지 않은 56.2%를 통해 고질적 문제를 파악해 보자. 기권 이유에는 학생사회에 대한 무관심도 있겠지만, 이에 대한 해답은, ‘투표하지 않는 것이 진정 의사를 표현하지 않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된다. 쉽게 말하면 투표권 행사만이 의사 표현을 하는 게 아니라는 의미다.

단일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가정해 보자. 당신은 굳이 반대표를 행사해야 할까? 과반 이상의 개표 요건을 ‘역이용’하면 된다. 투표 행사는 개표를 돕기에, 반대표를 던지는 것보다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즉 기권하는 것이 효율적인 의사 표현 방식이 된다. 투표함의 뚜껑을 여는 것이 곧 그들의 당선을 부추기는 행위기 때문이다.

반대표의 ‘반대’ 의미가 소실됐다. 과반만 되면 당선되는 현실도 아이러니하지만, 찬성이든 반대든 투표 행사 즉시 그들의 당선에 일조하게 되는 꼴이 더 우습다. 찬반 투표지만 찬반이 당락을 결정하지 않는 이 선거, 이미 여기서부터 본질을 잃었다.

학생 자치의 실현을 위해 기꺼이 한 표를 던진 이들의 관심이 한 순간에 무력화됐다. 이 인위적인 50%가 학생 민주주의 실현의 족쇄가 됐다. 수치의 족쇄를 끊어야 한다. 타 대학의 경우 개표 요건인 득표율을 3분의 1로 낮췄고, 결국 올해 총학 경선 후보 모두 40% 득표율에서 개표가 이뤄져 당락이 결정되기도 했다. 우리대학 또한 적어도 유권자의 투표 행사가 의미를 잃진 않도록 개표 요건 완화를 재고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완화된 개표 요건이 필요하다. 선거시행세칙을 완화하면, 유권자는 ‘기권’이 아닌 ‘투표’를 통해 진정한 의사 표현을 할 수 있을뿐더러 이는 저조한 투표율 해결의 물꼬까지 틀 수 있을 테다. 선거의 본질을 잃은 과반수 채우기에 급급해하지 말고, 세칙의 문턱을 낮춰보자. 유권 행사가 진정한 의미를 가질 수 있도록 말이다. 50%의 투표율을 고수하기보다, 이제는 투표함을 열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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