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과 22 김유찬

지난 2년의 세월, 코로나19로 인해 동악에 드리운 짙은 먹구름과 시린 눈보라는 처량한 학생사회를 남겼다. 하지만 이를 딛고 일어난 동악의 광활하고 푸른 바다엔 이제 화창한 햇살이 비쳐 윤슬이 화사하게 빛나고, 다시 닻을 올릴 시간임을 알리고 있다. 우리의 추억과 소망을 이뤄줄 남산 자락의 동국에는 이를 이끌어줄 학생사회의 새로운 조타수들이 필요하다.

필자는 지난 22년도에는 제69대 철학과 학생회 『이상』의 집행부 일원으로서, 올해는 제70대 철학과 『향연』의 부회장으로서 학생사회에 작은 나룻배를 타고 항해하고 있다. 이 항해의 과정에서 느낀 학생 대표자의 존재와 그 이유, 그리고 요구되는 자질을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학생 대표자는 광의적으로는 학문 공동체의, 협의적으로는 학우들의 대변자로서 그 의의와 존재 이유를 가진다. 22년도, 학과 존폐의 문제와도 직결된 교수 채용과 관련해 사랑하고 몸담은 철학 학문 공동체의 최소한의 권익 보장을 주장하였고 쟁취해 냈다. 23년도, 학과 내 복지 사업의 광범위한 확대와 코로나로 무너진 체계와 구성원 간의 연대를 재건하기 위해 힘썼다. 이러하듯 좁게는 학과 내 학우들의 복지와 부흥을 위해, 넓게는 우리가 속한 동국의 공동체를 위해 대표자로 존재하며 그들을 위해 나아갈 때 비로소 의미가 있다. 다양한 학생 대표자들은 자신이 속한 동국의 항만 곳곳에서 학우들, 더 나아가 공동체를 태운 배의 닻을 올릴 준비를 해야 한다.

학생 대표자는 그 스스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대표자로서 타인에 의해 존재하기에 소통이 단절된 그들은 본분과 본질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라 볼 수 있다. 또한 그들이 수행해야 하는 역할 또한 소통의 연속이다. 고로 소통의 역량은 학생 대표자의 필수 자질이라 볼 수 있다. 그들의 소통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정당성을 지닌 대표자로서 다양한 이해관계 및 갈등관계 조정의 매개자로 역할해야 한다. 우리대학의 학문의 장은 단순 학부생들의 놀이터도, 학사 및 이사단의 전유물도 아니다. 우리 모두의 장에서 학생 대표자들은 정당성을 갖고 이상향을 향해 다양한 주체들과 화합하며 소통해야 한다.

둘째, 학생 대표자가 대표하고 있는 자신의 구성원들과 적극 소통해야 한다. 배의 구성원의 요구와 권익이 곧 그들의 존재 이유이자 항해해야 할 목적지이기 때문이다. 또한, 자유로운 소통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학생 대표자는 선장이 아니다. 선장처럼 하나의 항로를 정해두고 구성원들에게 지시하는 것이 아닌 학우들과 공동체의 요구를 반영해 조타키를 쥐고 유동적으로 항해하는 조타수이다. 조타수인 학생 대표자들은 항해 경로를 전달해 주고 설정해 줄 학우들의 의견을 주의 깊게 경청하고 소통하며, 그들이 적극적으로 자유로이 항로를 제시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야말로 학생 대표자의 자질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학생 대표자의 본질과 자질을 숙고해 보았을 때 우리의 학생사회 또한 그들의 용기와 의지에 응해야 한다. 코로나가 지나간 이후의 학생사회의 항구엔 다시 개항의 나팔 소리가 울려 퍼졌지만 무수한 배만이 있을 뿐, 아직 쓸쓸하고 사람 없는 한적한 항구이다. 우리의 학생 대표자들은 선장과 같은 절대적 권한도, 일등항해사와 같은 무수한 보수도 받지 않는 무일푼의 조타수들이다. 그들은 학생사회의 구성원 개개인의 요구에 응당 민감히 반응해야 하며 그들의 존재 이유가 곧 다양한 동악의 구성원들에게 있기 때문에 우리는 동악의 일원으로서, 동악의 발전을 위해 우리의 무일푼의 조타수들에게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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