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우 중 73.5% “우리대학 학식 비싸다고 느껴”
학식 가격 인상의 주원인, 식자재비·인건비 상승
생협, “가격·다양화·질 균형점 찾으려 노력할 것”

나날이 상승하는 물가와 더불어 식비에 대한 학우들의 부담 역시 커지고 있다. 점차 얇아지는 학생들의 지갑 두께가 무색하게도, 대학의 학식 가격은 계속해서 높아지는 추세다. 굶주리는 청년들과 길을 잃은 학식 가격. 학생식당으로 향하는 배고픈 청년들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다. 청춘이 짊어진 식비 부담의 현실과 학식에 대한 학생들의 목소리를 동대신문이 살펴봤다. 

식비에 등골 휘는 청년들
2023년 한국의 물가 상승률은 3.6%로, 코로나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전기세부터 식료품비까지 전반적인 물가 상승이 이뤄지고 있다. 물가 상승이 사람들의 생활 영역까지 침투하면서 대학생 역시 물가 상승에 따른 부담을 피해 갈 수 없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의 ‘등록금·생활비 인상에 대한 전국 대학생 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5.1%가 최근 물가 인상을 체감한다고 답했다. 이어 물가 인상으로 가장 부담되는 지출 항목을 묻자, 응답자의 56.1%가 ‘식비’를 꼽았다. 주로 밖에서 밥을 먹어야 하는 대학생들이 식비 측면에서 물가 상승을 뼈저리게 체감 중인 것이다. 또한 ‘물가 인상으로 인해 변화한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식비를 줄이고 저렴한 곳에서 식사한다’고 답한 이는 23.08%로, 답변율 2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연일 물가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돈이 없는 대학생은 식비를 줄이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야만 한다. 
 

▲한국체육대 학생식당 '큰수저' 학식 (사진제공=한국체육대학보 강현석 기자.)

‘착한 가격’의 학생식당?

물가 상승의 직격타를 맞은 학생들은 적은 돈으로 끼니를 해결하고자 대면 전환과 함께 활발해진 학생식당으로 향했다. 그러나 식당에 들어서 전년도와 달라진 가격표를 확인한 학생들은 가격 인상에 대한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올해 3월, 우리대학 생활협동조합은 상록원 3층에 위치한 ▲교직원 식당의 △집밥 코너 가격을 7,000원(기존 6,000원)으로, △한그릇 코너 가격을 7,000원(기존 6,500원)으로 인상했다. ▲상록원 2층 학생식당의 경우 △도시락 코너 가격은 4,000원(기존 3,800원)으로 △덮밥 코너 가격은 4,500원(기존 4,000원)으로 상승했다. ▲상록원 1층 학생식당 △솥앤누들 코너의 김치삼겹철판은 5,500원(기존 5,000원)으로, 치즈불닭철판은 5,800원(기존 5,500원)으로 가격이 올랐다. 

이와 같은 학식 가격 인상은 대부분의 대학에서 일어나고 있다. 고려대, 서울대, 연세대, 이화여대, 한국체육대, 한양대를 비롯한 서울권 주요 대학들이 작년에 최소 300원에서 최대 1,000원까지 학식 가격을 인상했다. 한국체육대에 재학 중인 강현석 씨는 “기존 5,000원이었던 학식이 점차 6,600원까지 올랐다”며 “대학생에게 ‘착한 가격의 학생식당’이라는 말은 이제 성립하지 않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우리대학 학식 관련 설문조사 (일러스트=손예람 기자.)

“학식으로 시간적·경제적 부담 줄이고파”

우리대학 학우들은 인상된 학식 가격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을까. 동대신문이 지난달 20일부터 5일간 우리대학 학생 133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응답자 중 73.5%가 현재 학식 가격이 비싸다고 답했다. 이어 23학번 이전 학번 학생들에게 학식 가격 인상의 체감 정도를 묻자 83.1%의 응답자가 학식 가격 인상을 실감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즉 응답자 중 과반수가 학식 가격이 비싸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으며, 가격 인상을 체감 중인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부터 학생식당을 이용해 온 이성우(정치외교 18) 학우는 “학식의 가격이 코로나 팬데믹 이전과 비교해 체감상 1.5배 가까이 상승한 것 같다”며 “학생들이 학생식당을 이용하는 이유는 접근성과 저렴한 가격이었지만, 우리대학 학생식당은 그 장점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설문조사를 통해 학식의 ▲메뉴 다양성 ▲질 ▲양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을 확인할 수 있었다. ▲메뉴 다양성의 경우, ‘만족’ 27.1%, ‘불만족’ 24.8%로 집계돼 만족과 불만족의 의견이 대등한 수치로 나타났다. 또한 ▲질적인 측면에서 ‘만족’이 30.1%, ‘보통’이 42.9% ▲양적인 측면에서 ‘만족’이 48.1%, ‘보통’이 28.6%로 나타나면서, 학우들이 학식의 질과 양에 관해서는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학식이 개선돼야 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라는 항목에 절반 이상의 응답자가 개선 방향에 대한 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학식이 변화할 필요가 있음은 분명하다. 응답자 75명 중 약 40명이 가격 인하의 필요성을 언급했고, ‘학식 메뉴의 가격을 올릴 경우, 음식의 질도 동시에 개선되면 좋겠다’, ‘사라진 메뉴가 재출시되거나 새로운 메뉴가 많이 출시되면 좋겠다’와 같은 의견도 찾아볼 수 있었다. 김도현(경영 19) 학우는 “여러 분야에 전반적으로 물가 상승이 이루어지면서 학식 가격이 함께 오른 것 역시 이해가 되긴 한다”며 가격 인상을 수긍했다. 이어 “그럼에도 대학은 외부 물가로부터 부담을 느끼는 학생들의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근교 식당 가격 인상 등으로 학식을 대체할 수 있는 선택지가 좁아진 현 상황에서, 학식이 학생들의 시간적·경제적 부담을 덜어 주는 수단이면 좋겠다는 것이 학생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생협, “이윤 아닌 학생 위한 식당”

학생들이 학식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가운데, 우리대학 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 측은 학식 가격 인상의 배경에 대해 입을 열었다. 생협의 유진영 팀장은 “최근 2년간 코로나 팬데믹 대유행과 맞물린 인플레이션으로 사업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면서 영업이 중단되는 사태까지 있었다”며 “원활한 학생식당 운영을 위해 가격 조정이 필연적이었다”고 말했다. 22년 대비 쇠고기/돈육의 가격은 15~20%, 식용유의 가격은 90.5% 상승하는 등 식재료의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기존 가격을 유지한다면 식단이 단조로워지고, 식사 질의 저하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최저 시급이 인상되며 전년 대비 인건비가 5% 상승했고, 주방 소모품비와 수도·광열비가 각각 14%, 4%씩 상승한 것도 학식 가격 인상의 원인 중 하나였다.

위 설문조사에서 학생 응답자 71.7%가 ‘적당한 학식 가격은 3,000~4,000원대’라고 답한 것을 바탕으로 해당 가격대의 학식이 실현될 가능성에 대해 묻자, 유 팀장은 “학생들의 입장을 이해하지만, 가격을 낮게 책정할 시 식사의 질 역시 낮아질 수밖에 없다”며 “해당 가격이 현실적으로 달성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가격 완화 가능성에 관해선 “원자재 사용 지출량을 최소로 하고 재래시장과 같은 개인 업체를 통해 식자재를 확보하는 방법이 있긴 하나, 식품의 품질 등 여러 한계로 진행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학식에 관한 학생들의 의견을 듣자, 생협은 이를 수렴해 더욱 발전하는 학생식당이 될 것이라는 개선 의지를 밝혔다. 그는 “피드백을 지속적으로 수용하고 실질적인 개선으로 이어 나갈 수 있도록 이전에 운영했던 학생식당 소통 게시판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나아가 그는 “지금도 학생들에게 최소의 재료비로 최대의 맛을 제공하기 위해 식단 다양화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10월, 생협은 분식 코너를 새롭게 오픈해 코로나 팬데믹 이후 메뉴가 줄어든 상황에서 조금이나마 식단 다양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이어 “학생들이 학생식당을 많이 찾아와 준다면 메뉴 다양화를 비롯해 여러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학생식당은 이윤을 창출하는 사업체가 아닌 ‘학생을 위한 식당’임을 알아달라”고 당부했다. 

학생들의 든든한 하루를 보장하기 위해

대학은 학생들의 식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도입 중이다. 우리대학을 포함한 여러 대학에선 학생들을 대상으로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학생들이 아침 식사를 거르지 않도록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한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은 단돈 1,000원만 지불해도 학생식당에서 든든한 한 끼를 먹을 수 있다. 또한 전국의 생협은 ‘콩 세 알 프로젝트’를 통해 해당 프로젝트를 신청한 학생들이 학기 동안 2주에 1회 쌀, 밀키트, 간식 등이 담긴 든든한 식품 꾸러미를 저렴한 가격으로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학생들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영양가 있는 식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도와줄 뿐만 아니라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역할을 한다. 

이외에도 구호단체 ‘지원대책’은 대학생이 양질의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대학생 식비 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지원사업의 일종인 ‘청년 도시락’ 프로그램은 한 해 동안 청년에게 도시락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로, 청년들은 반찬 세트, 밀키트 등의 조리 식품과 도시락통이 포장된 ‘청년 희망 박스’를 받을 수 있다. 해당 사업은 학습권과 건강을 동시에 보장하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해결책으로 여러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오늘날 대학생의 옆자리엔 등록금부터 월세까지 해결해야 하는 많은 숙제가 자리 잡고 있다. 이들 곁에 식비라는 고민까지 더해진 지금, 학생식당은 정말 ‘학생’ 식당으로서 이들의 걱정을 덜어 주고 있을까. 학생식당이 매서운 물가 상승으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는 진정한 안식처로 기능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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