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우 중 57.6%, 시험 기간 중 학교에 밤까지 남아
야간활동 이유, 주로 ‘동아리·학내단체 활동·공부’
휴식 공간 확대 등 야간 캠퍼스 운영 개선 필요해

해가 진 오후 8시, 북적였던 캠퍼스가 고요해지고 어둠으로 뒤덮일 때다. 그러나 동악의 불빛은 밤이 돼도 여전히 밝게 빛난다. 늦은 시간까지 실기실과 열람실에 남아 학구열을 쏟아내는 학우부터, 학생사회의 재건 혹은 동악의 목소리를 담아내기 위해 불철주야 힘쓰는 학내 기구들. 그리고 이들이 안전하게 밤의 동악을 빛낼 수 있도록 노력하는 단체까지. 동대신문이 그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눠 봤다.

▲야간작업 진행 중인 서양화 실기실 (사진=임재경 기자.)
▲야간작업 진행 중인 서양화 실기실 (사진=임재경 기자.)

‘야작’의 성지, 미술학부 실기실

흔히 ‘야작’이라고 불리는 야간작업은 개인 작품, 과제 등을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밤이 돼서도 학교에 남아 작업하는 대학문화를 의미하는 단어다. 인터넷에 ‘야작’을 검색했을 때, 검색 결과의 대부분이 미술학부 관련 콘텐츠인 것으로 알 수 있듯이 미술학 전공자들의 대학생활에 있어서 야간작업은 큰 부분을 차지한다. 비교적 오랜 시간을 들여야 하는 과제물의 양이 많을 뿐만 아니라, 과제를 하는 데 필요한 물감이나 캔버스 등을 챙겨 다니기 어려운 미술학부의 특성이 야간작업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렇게 ‘야작의 성지’가 돼 동악의 밤을 밝히는 미술학부 실기실을 찾아가 봤다.

평소 야간작업을 자주 하는 권하련(서양화 22) 학우는 “야간작업을 할 때쯤이면 학교가 조용해져 집중이 더 잘 되는 것 같다”고 야간작업을 선호하는 이유를 밝혔다. 그는 “채색 등 반복되는 작업을 할 때면 무서운 이야기나 노래를 들으며 지루함을 피하려 한다”며 평소 야간작업을 즐기려는 태도를 가진다고 전했다. 일출을 보며 새소리를 듣는 게 야간작업의 또 다른 매력이라는 권 학우는 “야간작업을 할 땐 정한 시간 내에 작업을 마치자는 목표를 가지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노하우를 밝히기도 했다. 끝으로 그는 ‘힘든 순간은 나의 가능성이 가장 빛나는 순간’이란 생각으로 매 순간을 무사히 보내길 바란다며 늦게까지 학교를 빛내는 학우들에게 응원을 전했다.

▲늦게까지 법학관 열람실에서 공부 중인 우리대학 학우들 (사진=임재경 기자.)
▲늦게까지 법학관 열람실에서 공부 중인 우리대학 학우들 (사진=임재경 기자.)

꺼지지 않는 빛, 학우들의 학구열

늦은 시간에도 지치지 않는 학우들의 학구열 역시 밤의 동악을 밝힌다. 이는 곳곳의 강의실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2023학년도 2학기 기준, 오후 8시 이후에 수업을 마치는 강의는 총 141개로 전체 강의(2,596개) 중 약 5.43%를 차지한다. 해당 강의들은 명작세미나 등의 공통교양 강의부터 실험, 개론 및 원론 등의 전공 강의까지 다양하게 구성돼 있어, 많은 강의실들의 불빛이 늦게까지 꺼지지 않도록 만든다.

강의가 끝나고도 많은 학생들은 학교에 남아 공부를 이어간다. 동대신문이 우리대학 학우 30여 명을 대상으로 나흘간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학기 중에는 30.3%, 시험 기간 중에는 57.6%가 평균적으로 오후 8시 이후에 귀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평균적으로 오후 8시 이후에 귀가한다고 응답한 이들에게 이유를 묻자, 학기 중 응답자의 25%, 시험 기간 중 응답자의 94.7%가 ▲수업 복습 등 공부를 이유로 꼽았다. 또한 오후 8시 이후까지 학교에 남아 활동하는 학우를 목격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90.9%에게 목격 대상이 무엇을 하고 있었냐고 묻자, 가장 많은 답변을 차지한 것은 ▲공부였다.

지난달 27일 오후 9시경 본 기자가 법학관 1층의 보덕열람실을 찾아가 본 결과, 153석 중 92석이 이용 중으로 학우들의 높은 학내 열람실 이용률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로 법학관 담당 관리자는 “시험 기간에는 2·3층 열람실의 이용률도 매우 높으며, 24시에 2·3층 열람실의 운영이 종료되면 보덕열람실은 학생들로 꽉 차 남는 좌석이 없다”며 학내 열람실의 높은 이용률을 밝혔다. 이러한 학우들의 열람실 이용률을 반영해, 올해 11월부터 법학관 1층 보덕열람실의 개방 시간은 시험 기간 중 24시간에서 학기 중 24시간으로 변경돼 운영되고 있다. 

평소 학내 열람실을 자주 이용하는 백희수(화학 22) 학우는 “학교 근처에서는 학내 열람실만큼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거나 면학 분위기가 잘 조성된 장소를 찾기 어렵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이어 “보덕열람실 개방 기간이 변경되면서 집중이수제(반 학기를 기준으로 진행되는 강의) 과목의 시험 기간이 기존 보덕열람실 24시간 개방 기간과 달라 겪었던 불편을 해소할 수 있었다”며 긍정적 의견을 전했다. 동시에 백 학우는 “법학관 열람실 입구 게이트의 인식 오류로 인한 입·퇴실 시 불편이 개선된다면 훨씬 편리하게 열람실을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이용 중 느낀 개선점을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밤의 동악을 학구열로 함께 빛내고 있는 학우들에게 “미래가 칠흑같이 느껴져도 최선을 다해 열정을 쏟아내는 지금이 쌓여 그 미래를 밝히는 등불이 될 것”이라고 응원을 전했다.

견고한 학생사회를 위해, 총대의원회

학우들의 열정이 원활한 학생사회를 기반으로 더욱 빛날 수 있도록 기꺼이 밤의 동악을 지키는 이들이 있다. 이 중 하나인 총대의원회는 직접 선출된 반대표, 학년과대표, 전공대표로 구성돼 대의원총회를 통한 회칙 제·개정, 학생회 감사, 선거 관리 업무를 담당한다. 완전한 학생사회로의 복귀에 중요한 총학생회 등 학생 대표자의 선거 관리를 진행 중인 이들은 더 나은 학생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늦게까지 학교에 남아 힘쓴다.

총대의원회 의장은 “총대의원회 집행부 정기회의는 적게 열리는 편이지만, 총학생회대표자운영위원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중앙감사특별위원회 등에서 열리는 회의가 많아 야간 회의를 자주 진행한다”고 전했다. 이어 “여느 학생 대표자들과 같이 총대의원회도 새벽 내내 이어지는 예산 분배로 늦게까지 캠퍼스에 남고는 한다”며 야간 업무 활동 내용에 대해 덧붙였다. 현재 선거 일정 조율, 선거본부 측과의 소통 등으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그는 “주어진 소임을 다하겠다는 목표 하나로 앞으로 남은 임기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우리대학 학보사 ‘동대신문’ (사진=임재경 기자.)
▲우리대학 학보사 ‘동대신문’ (사진=임재경 기자.)

불철주야 학우의 눈, 동대신문

대다수의 학우들이 지나치지만 그들의 눈빛 한번 받지 못하는 본관 1층 뒤편, 이곳의 불 역시 늦은 시간까지 꺼지지 않는다.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우리대학 학보사 ‘동대신문’이 있기 때문이다. 동대신문은 학생이 붐비고 자치가 소리 내는 ‘대학’이라는 곳에서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필요한 학내 언론기관이다. 동대신문에서는 매주 보도 기사 외에도 지면 신문 한 부를 위한 아이템 기획부터 편집까지, 여느 기성언론과 다를 바 없이 학보(學報)에 모든 열의를 쏟아붓는다. 지면 신문 발행 이전 조판 주마다 기자들은 평일 오후 11시까지, 혹은 그 이후까지도 조판 작업을 진행한다. 신문 발행을 위한 조판 주에는 밤이 깊어져 가도 동대신문의 불은 꺼지지 않는 것이다.

주로 야간에 이뤄지는 조판으로 기자들은 밤새 노고를 겪기도 한다. 동대신문 이민경(미컴 22) 편집장은 개강 직후 일어났던 수많은 학생사회 사건들 속에서 정신없는 하루들을 보냈던 경험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조판 마감날까지 사건이 연재되다 보니 마감에 임박한 새벽까지 기사 원고를 기다리며 피드백을 줬다”며 조판 마감날엔 무수한 원고들에 둘러싸여 새벽을 꼬박 새우기도 했다고 전했다. 기자들은 학내 언론기관이라는 책임감을 안고 일련의 사건들을 어떻게 정확히 전달할지, 짧은 문장에 최대한의 내용을 어떻게 담을지 끊임없이 고민하며 객관적인 기사를 쓰기 위해 노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대신문에 실리는 모든 텍스트는 그 자체로 영향력을 지니므로, 글자 하나에도 기자들은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사소한 부분처럼 보일지라도 이렇게 쓰인 단어들이 모여 한 편의 기사가 만들어지고, 이 기사들이 모여 더 나은 방향으로 학교와 학생사회를 바꾼다. 이러한 노고에 이 편집장은 “지워지지 않는 ‘텍스트’로써 학교의 역사를 써 내려가는 신념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끝으로 그는 “이름 석 자 뒤의 기자라는 직책이 무거운 건 사실이나, 애독해 주는 학우들이 있기에 발행일 날 아침은 뿌듯함 속에서 잠을 깬다”며 동대신문을 향한 지속적인 응원을 부탁했다.

▲야간 캠퍼스 순찰 중인 ‘캠퍼스폴리스’ (사진=임재경 기자.)
▲야간 캠퍼스 순찰 중인 ‘캠퍼스폴리스’ (사진=임재경 기자.)

캠퍼스를 밝히는 수호자, 캠퍼스폴리스

어둠이 드리운 캠퍼스에서 학우들을 범죄로부터 지키기 위해 활동하는 단체도 있다. 형광 조끼를 입고 빨간색 경광봉을 든 ‘캠퍼스폴리스’는 늦은 밤 캠퍼스 안전을 지키기 위해 경찰행정학부 내에서 자체적으로 운영되는 봉사 단체다. 캠퍼스폴리스는 평일 20시부터 23시까지 평균 15명의 대원이 학내 순찰조와 교외 원룸촌 순찰조, 그리고 비상시를 위한 대기조로 나눠 활동한다. 또한 활동은 서울중부경찰서와 장충파출소 등과의 합동 순찰로 진행돼, 캠퍼스폴리스 대원들이 현장실습 경험을 쌓으며 학내 안전을 지키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사명감과 봉사 정신으로 활동에 임하는 대원들에겐 잊을 수 없는 경험들이 많다. 캠퍼스폴리스 활동을 담당하는 홍경수(경행 19) 봉사부장은 특히 사건 발생이 잦은 축제 기간을 회상했다. 홍 봉사부장은 “축제 때 주취자를 발견해 경찰과 가족에게 직접 인계한 적이 있으며, 친구가 사라졌다는 제보를 받아 학교를 수색해 사라진 학생을 찾아 무사히 데려다 주기도 했다”고 캠퍼스폴리스로서 임무를 다했던 경험을 전했다. 또한 그는 “고생이 많으시네요”, “항상 감사드립니다”라는 학우들의 응원을 들을 때 사명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캠퍼스폴리스는 인근 자취촌 순찰을 돌며 범죄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캠퍼스폴리스는 모든 대원이 본인의 시간을 할애해 학우들의 안전을 위해 봉사한다. 대원들은 ‘경찰도 아닌데 경찰인 척한다’ 등 비난의 소리를 듣기도 하지만, 행동으로 그들의 노고를 증명해 보인다. 홍 봉사부장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활동하며 아쉬운 소리를 덜 듣는 게 목표”라며 캠퍼스폴리스 활동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들은 야간 캠퍼스 순찰뿐만 아니라 캠퍼스의 쓰레기를 줍거나, 자동심장충격기(AED) 위치와 CPR 방법을 숙지하는 등 학우들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학우를 위한 야간 캠퍼스

야간에도 많은 학우가 학교에 남아 활동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캠퍼스 내 야간 복지의 개선은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앞선 설문조사에 따르면 ‘늦은 시간까지 학교에 남아 있을 때, 개선됐으면 하는 점은 무엇입니까?’ 항목에서 90.9%가 학내 휴식·취식 공간이 개선되길 바란다고 답변했다. 실제로 우리대학의 휴게 공간인 ▲명진관 라운지 ▲사회과학관 능금사랑 ▲원흥관 아이스페이스 ▲학림관 공휴라운지 샘의 운영 시간은 17시까지로, 대부분이 오후 6시 이전까지만 운영된다. 오후 6시 이후에도 운영되는 휴게 공간은 △중앙도서관 마루 △학생회관 아이스페이스 22시로 두 곳뿐이다. 이다은(미컴 22) 학우는 “시간이 늦어지면 도서관조차도 이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불편하다”며 “특히 법학관 열람실 근처의 편의점 취식 공간은 자리가 적어 사용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또한 “중앙도서관의 빈백 존과 같은 곳이 새벽까지 운영되면 좋겠다”며 휴식 공간 개선에 대한 바람을 드러냈다. 

이어 우리대학은 학우들의 안전을 위해 인근 경찰서와 업무협약을 맺는 등 학내·외 보안에 힘쓰고 있다. ‘WE CARE’는 인권·장애학생지원센터와 서울중부경찰서가 협업해 치안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진행한 사업이다. 해당 사업은 야간에도 112 신고 위치안내판이 잘 보이도록 LED로 교체하고, 화장실 불법촬영 점검을 시행했다. 이외에도 학우들에게 안전한 야간 캠퍼스를 제공하기 위한 사업들이 더욱 활성화돼야 할 시점이다.

 

지칠 줄 모르는 동악의 청춘들에게는 깊은 밤조차도 짧게만 느껴진다. 그 밤이 새벽과 같이 어둡고, 그 누구도 곁에 없는 듯 고요해도 반드시 아침은 찾아온다. 캠퍼스를 수놓는 연등이 없어도 동악이 언제나 밝은 이유는 우리대학 학우들 자체가 곧 연등과도 같은 존재이기 때문 아닐까. 이들이 계속해서 동악을 밝히는 등불이 되기를, 그리고 그 등불이 먼 훗날까지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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