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회 동대문학상 우수상

정가을(문과대학 국어국문문예창작학부 3학년),

희곡·시나리오 「나에게로의 여정」

 

나에게로의 여정

나오는 사람들과 어패류

여정

세나

아저씨

엄마

블랙 테트라

 

무대는 그저 공간이다. 기차 안, 소극장, 자취방이 될 수 있다.

 

여정은 배우다. 여정은 극 전개 내내 블랙 테트라 한 마리를 데리고 다닌다. 연극에 함께 참여했던 물고기다. 안은 여정의 조연출이자 극단 동료고 세나는 연출의 딸이다. 연출은 등장하지 않는다. 아저씨를 맡은 배우는 총 두 명의 다른 아저씨를 연기한다.

 

 

새벽

기차 안

여정, 어항을 든 채 기차에 오른다. 자신의 자리를 찾아 앉는다.

옆자리에 어항을 내려놓는다. 물을 가르고 헤엄치는 물고기.

잠시 후 기차에 오르는 안. 여정을 마주 보고 앉는다.

 

안 오랜만이에요.

여정 어… 안녕하세요.

안 어디 가요?

여정 엄마 찾으러요.

안 쟤랑 같이?

여정 아무래도 그렇겠어요.

안 우와. 그럼 물고기 좌석도 예매한 건가?

여정 그건 아닌데요. 아직 아무도 없어서.

안 아무래도 그렇죠.

여정 어디 가세요?

안 고향에 내려가요.

여정 (어디서 내리는지 물어볼까 하다가 말을 삼키며) 그렇군요.

안 여정 씨도 고향? 어머님 고향?

여정 둘 다 아니에요. 전 서울. 엄마는 푸에르토리코에서 왔어요. 아빠는 없습니다.

안 그런 경우야 흔하죠. 난 아빠도 없고 엄마도 없어요.

여정 아…

안 저 물고기 진짜 아끼나 봐요. 직접 알아보고 데려온 거 아니었어요?

여정 엄마가 데리고 온 애예요. 엄마 친구가 물고기를 파시거든요.

안 때가 딱 좋았네요. 우리 예산도 아끼고.

여정 어항은 제가 사 왔어요. 물 보면서 멍이나 때리려고… 물고기는 물만 보면서 살아가잖아요. 그 기분을 느껴봐야 할 것 같았어요. 엄마가 쟤를 데려오는 바람에 할 일이 더 늘어났죠. 물도 갈아주고 밥도 주고. 자는 건지 죽은 건지 살펴야 하고.

안 기차 출발한다. 잡아요.

 

여정, 두 손으로 어항을 잡는다.

물이 출렁인다.

 

여정 물론 인간의 방식으로는 교감이 안 되지만요.

안 뒤풀이 때 안 보이던데. 우리 막공 끝나고 처음 만난 거 알아요?

여정 아…

안 어디 갔었어요?

여정 마지막 공연 날 엄마가 왔었어요.

안 말 안 했잖아요. 초대석도 안 빼놨는데.

여정 연극 중간에 알았어요. 왜 관객이 밝은 옷을 입으면 엄청 눈에 띄잖아요. 객석 뒤 편에 있었는데, 하얀 원피스… 알아볼 수밖에 없었어요. 오라고 하지도 않았어요. 오겠다고 하지도 않았고. 근데 그게 마지막이었어요. 그날 이후로 본 적 없어요.

안 오…

여정 묻고 싶은 게 있어요.

안 …

여정 왜 저한테 물고기 주셨어요?

안 어떻게 알았지.

여정 들었어요. 저한테 물고기 역을 줘야 한다고 고집부리셨다고.

안 고집을 부리진 않았어요. 주장한 것뿐이지.

여정 아시잖아요. 저는 자유와 친한 사람이 아니에요. 물고기는 지느러미와 아가미를 가지고 태어나고 사람은 두 다리를 가지고 태어나도록 설계된 것처럼… 아무거나 해보라는 말에 아무거나 할 수 없는 인간이에요 전.

안 그래서요.

여정 네?

안 그런 사람이 물고기 해야 한다고요.

여정 어…

안 인간 세계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물고기. 우리 연극에서, 어떤 사람들은 관상용으로 두려 하기도 하고 다른 인간들은 잡아먹으려고 하기도 하죠. 채식주의자들 중에서도 물고기를 먹는 사람과 먹지 않는 사람이 있죠. 그 안에서 자신을 지키며 살아가기엔 너무 착해요. 자기를 지킨다는 건 외부 세계를 먼저 공격하는 거기도 하거든요.

여정 제 외모 때문인가요.

안 전혀요. 난 배역을 기회로 삼지 않는 사람이 좋아요.

여정 …

안 쟤 자고 있나 봐요. 나도 좀 졸리다.

여정 깨워 드릴까요?

안 (고개를 저으며) 괜찮습니다.

 

열차 안 야간 등만 켜진다.

여정, 어항을 끌어안는다.

 

 

자취방

어느 오후 날의 통화

 

발신자: 여정

수신자: 아저씨

 

여정 여보세요?

아저씨 네, 환상 물고기 판매점입니다.

여정 아저씨 저예요.

아저씨 여정이?

여정 네.

아저씨 네가 전화를 다 하고…

여정 여쭤볼 게 있어서요. 엄마 거기 있어요?

아저씨 여기 없는데.

여정 엄마랑 마지막으로 연락하신 건 언제예요?

아저씨 어제. 엄마 지금 너랑 같이 있는 거 아니니? 사흘 뒤에 온다고 했어.

여정 감사합니다-

아저씨 여정아 잠깐만, 끊지 말아봐라.

여정 …말씀하세요.

아저씨 뭐가 됐든 걱정하지 마. 마리 씨도- 그러니까 네 엄마도 나도. 너 신경 쓰이는 일 없게 할게. 잘 살게. 그러니까 너도 너무 그러지 마라.

여정 제가 뭘 어쨌는데요?

아저씨 혼자서 끙끙 앓지 말라고. 물론 네가 지금 그렇다는 게 아니라 앞으로… 너무 많은 생각이 오히려 널 가로막을 거야. 그러니까 내 말은 편하게 나를 이용해도 되고, 네 엄마도 늘 널 걱정-

여정 아저씨.

아저씨 그래.

여정 전 원래 없어서 괜찮아요. 아빠요. 있다가 없으면 그게 뭔지 알겠지만, 저한테 있었던 적이 없는 존재잖아요.

아저씨 …

여정 전 이십 대고요.

아저씨 아직은 어려.

여정 전 아저씨가 걱정돼요.

아저씨 …

여정 …또 연락드릴게요. 들어가세요.

 

여정, 전화를 끊는다.

바닥에 드러누워 초등학생 시절을 떠올린다.

 

아저씨 여정아.

여정 (벌떡 일어나며) 아저씨?

아저씨 학교 끝났니?

여정 네. 저 국어 시험 백 점 받았어요.

아저씨 잘했네. 엄마는?

여정 엄마 잠깐 나갔는데. 아저씨 그때 이야기, 마저 해주면 안 돼요?

아저씨 (시간을 확인하며) 조금밖에 못 들을 거야.

여정 괜찮아요.

아저씨 짧게 들으면 더 길게 끝까지 듣고 싶어질 텐데?

여정 하지만 오래 기다렸다고요.

아저씨 좋아. 어디까지 말했지?

여정 남자가 머리에 총을 쏜 것까지요.

아저씨 그랬지. 남자는 다행히 죽지 않았어. 어머니랑도 조금 더 애틋해졌지. 물론 그렇다고 말다툼을 안 한 건 아니야.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는 어머니의 애인이었으니까. 남자는 사랑 받길 원했어. 평생토록.

여정 원래 엄마는 자식을 사랑하는 건데.

아저씨 그렇지. 하지만 언제든 예외는 있어.

여정 예외가 뭐예요?

아저씨 나중에 알려줄게. 맞아. 네 말대로 이 엄마도 아들을 사랑했어. 다만 자기 자신을 더 많이 사랑했을 뿐이야. 사랑이 많은 사람이었거든.

여정 으응…

아저씨 남은 이야기는 나중에.

여정 아아- 궁금한데.

아저씨 그럼 아저씨가 여정이한테 이거 줄게. 엄마랑 같이 와.

여정 이게 뭐예요?

아저씨 연극 티켓.

여정 아저씨 나오는 거예요?

아저씨 그래.

여정 뒷이야기도 알 수 있어요?

아저씨 그럼.

여정 꼭 갈게요. 진짜로요.

 

티켓 두 장을 들고 있는 초등학생 여정.

아저씨, 여정의 머리를 쓰다듬고 나간다.

 

 

소극장

여정, 객석 의자에 앉아 티켓 두 장을 바라보고 있다.

이어 티켓을 접어 주머니에 넣는다.

극장에 들어온 세나.

 

세나 여기 있었네요.

여정 세나 안녕.

세나 저녁 안 먹어요? 아빠가 물어보고 오래요.

여정 응 괜찮아.

세나 너무 몰입하는 거 아니에요? 집 가서 물고기 사료 먹어보고 이러는 거 아니죠?

여정 전혀 아니야.

세나 점점 말라가서 그래요.

여정 그래.

세나 …아빠 때문인가.

여정 (웃는)

세나 언니도 가만 보면 참 고집부리는 스타일이라니까. 깡도 있고. 근데 내가 봐도 아빠가 치사하게 굴긴 했어요. 물고기처럼 움직이라니. 언니 처음에 어쨌죠?

여정 흐느적거렸지. 그랬더니 행동이 부정확하다고 하셨어.

세나 그래서요?

여정 그다음엔 보통 사람들처럼 걸어 다녔지. 세 번째엔 미끄러지듯 걸어 다녔고.

세나 그래서 귀신 같은 걸음걸이는 집어치우라고 했구나.

여정 응. 네 번째 시도에서 다시 첫 번째 걸음걸이로 돌아갔거든. 확 기어 다니는 건 어떨까 싶기도 했는데-

세나 차라리 그렇게 하지 그랬어요.

여정 그러게.

 

세나, 일어서서 극장을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세나 혹시 제가 연습 보러 오는 거 신경 쓰이세요?

여정 뭐? 아니야.

세나 솔직하게.

여정 정말로. 관객은 있을수록 좋지. 너 같은 관객이라면 더.

세나 다행이다.

여정 그건 왜?

세나 사실 조연출님은 절 별로 안 좋아하는 거 같아서요.

여정 설마.

세나 어제 역 앞에서 마주쳤는데 집에 가는 길이에요?-라고 묻더라니까요. 자기는 출근하고 있던 거면서. 웬만하면 오지 말고 집에 가라-이런 거 아니었을까요? 괜히 지기 싫어서 극장 가는 건데요?-하니까 그럼 같이 가자고 하더라고요.

여정 별생각 없이 말한 걸 거야. 원래 그러셔.

세나 어쨌든… 물어보고 싶었어요. 불편한가.

여정 난 상관없어.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세나 다른 분들은 제가 아기 때부터 알고 봤던 사이라 괜찮거든요. 언니만 완전 초면.

여정 언제부터 극장에 따라다녔어?

세나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아요. 그냥 제가 봐온 세계가 이거라.

여정 …

세나 옆에 있는 사람이 내 세계를 만든다고 하잖아요. 그래선가. 적당히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누구에게든. 제가 어리다는 게 절 힘들게 했었는데 이젠 그걸 즐기려고요.

여정 좋다.

세나 그리고 아빠는 언니 좋아해요. 소리소리 지르는 것도 뭔가 될 거 같으니까 그러는 거죠. 아무런 가망도 없었으면 무시했을걸요. 물론 정당한 행동은 아니지만. 너무 상처받지 말라고요.

 

 

다시 기차

야간 등이 여전히 켜져 있다.

 

여정 (중얼거리는 듯하지만 정확한 발음으로) 어떤 말은 너무 당연하니까. 상처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안 (뒤척이는)

여정 나는 용서했어요.

안 …

여정 어떤 말은 너무 당연하니까. 상처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안 난 그 대목은 좀 별로였어요.

여정 깨어 있었어요?

안 방금 깼어요.

여정 말씀하시지…

안 부끄러울 게 뭐 있어요.

여정 멍청해 보이는 건 싫으니까요. 뭐가 별로였죠?

안 텍스트가요. 당연하다고 상처 안 받는 건 아닌데. 상처받은 주체한테 읽게 하는 게 좀 잔인하잖아.

여정 당신이 쓴 거잖아요.

안 불쾌하게 느끼라고 쓴 거라.

여정 무섭네요.

안 그렇지 않아요?

여정 …그렇죠.

안 난 시설에서 자랐어요. 엄마 아빠가 없었으니까 당연한 거죠. 난 그렇게 생각했는데 내 동생은 아니었더라고요. 그걸 좀 빨리 알았어야 했는데.

여정 참 불공평하죠.

안 그 꼬맹이가 좀 꼴 보기 싫었던 것도 사실이고.

여정 세나요?

안 네. 그래도 걘 진심이에요. 눈이 반짝반짝해. 애 두고 이런 말을 하는 게 좀 창피하지만 위선 부리는 것보단 낫죠.

여정 그 마음 뭔지 모르지 않아요.

안 고마워요.

 

여정, 어항을 무릎 위에 올려놓는다.

 

여정 엄마는 수초만 많이 넣어주면 물을 자주 안 갈아줘도 된다고 했어요. 종 특성상 어디에서나 잘 살 수 있다고 하면서요. 절 키웠던 방식으로 물고기를 키울 수 있다고 믿는 게 틀림없었죠. 다른 아이들이 소풍날 싸 온 김밥과 제 피넛버터젤리를 두고 엄마는 제가 움츠러들까 걱정하지 않았어요.

안 …

여정 엄마는 그런 사람이었어요.

안 …

여정 내가 엄마랑 비슷했더라면 우린 좀 더 잘 지냈을까요?

 

잠시 침묵

 

안 김밥 싸달라고 한 적 있어요?

 

여정, 안을 바라본다.

 

여정 아뇨.

안 그럼 가서 물어봐요. 그리고 김밥 싸달라고 해요. 피넛버터젤리는 먹고 싶지 않다고.

 

여정, 고개를 끄덕인다.

야간 등이 완전히 꺼진다. 기차 내부가 깜깜하다.

잠시 후, 불이 들어온다.

여정의 옆 좌석에 놓인 어항과 여정을 제외하고 기차 안에 아무도 없다.

이어 한 여자가 여정에게 다가온다.

여정과 매우 닮았다. 그녀의 엄마다.

안이 앉아 있었던 좌석에 앉는다.

 

엄마 걱정이 많아 보이네.

여정 응.

엄마 뭐 하러 그래. 원래 하나님은 한 문을 닫으면 다른 한 문을 열어두신다고 했어.

여정 엄마 교회 다녀?

엄마 아니.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니.

여정 그래.

엄마 뭔가 속 시원하지 않은가 보구나.

여정 묻고 싶은 게 있어.

엄마 응.

여정 엄마는 왜 이 나라에 왔어? 여긴 엄마의 나라가 아니잖아. 그렇다고 엄마가 아빠를 찾으러 왔다고 생각하지도 않았어. 난 어린 시절부터 봤던 아저씨들을 기억해. 그 사람들은 모두 내게 친절했고 난 그걸 누리면서도 싫어했어…

엄마 갑자기 너무 훅 들어오네.

여정 …원망하는 게 아니야. 그냥 궁금했어.

엄마 맞아. 여긴 나의 나라는 아니지. 하지만 너의 나라는 될 수 있으니까.

 

잠시 침묵

 

여정 Do you remember him?

엄마 Who?

여정 He was an actor then.

엄마 I see who the person you say is. He was an outgoing guy.

여정 He told me about this world. Exactly, He opened the door.

엄마 Oh.

여정 Yes.

엄마 I'm telling you now, He was the most like your dad.

 

Pause

 

엄마 몰랐는데 참 예쁘네. 저 물고기.

여정 엄마가 데려온 거잖아.

엄마 꼭 먼지처럼 보여. 먼지 뭉친 그거.

여정 덩어리?

엄마 응 덩어리.

여정 웃겨.

엄마 여정.

여정 응.

엄마 일반적이지 않은 걸 누리면 특별함이 된대.

여정 누가 그래.

엄마 그 사람이.

여정 이상적이네.

엄마 넌 특별한 아이야.

여정 …

엄마 내가 벨벳으로 된 끈 원피스만 입고 다닌다고 해도 그건 너랑 아무런 상관없어. 넌 이미 너의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잖니.

여정 난 여전히 필요해.

엄마 …

여정 (속삭이듯) after all this time.

엄마 필요할 땐 찾아오면 돼.

여정 정말로?

엄마 정말로.

 

여정과 엄마, 서로를 응시한다.

 

엄마 마지막에 어항을 깨고 나왔잖아, 연극에서. 어디든 갈 수 있을 거야.

여정 어디에서든 살 수 있고.

엄마 정말 그럴 거야.

여정 그래.

엄마 아 그리고 나 취직했어.

여정 정말?

엄마 피부 관리사 자격증을 땄거든.

여정 축하해.

 

엄마, 장난스럽게 웃는다.

 

여정 …연락받아야 해.

 

기차, 터널 안으로 들어간다. 어두워지고 이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잠시 후, 기차가 터널 밖으로 나온다.

멀리서 동이 트는 게 보인다.

여정, 어항을 끌어안은 채 눈을 감고 있다.

안, 여정의 앞에 앉아 있다.

 

안 여명이다.

여정 (고개를 들고 밖을 보며) 정말이네요.

안 잤어요?

여정 잔 건 아닌데…

안 곧 경유 하는 역에 도착할 거에요.

여정 전 여기서 내려야 해요.

안 나랑 같이 내리는 줄 알았는데.

여정 생각해보니 서로 목적지를 말 안 했네요.

안 난 종점까지 가야 하거든요.

여정 긴 여행이 되겠어요.

안 아무래도 그렇겠죠? 연극이 끝나면 다들 흩어지니까요. 그래도 다시 모일 거예요. 해결하지 못한 것들을 해결하고 피하던 것들을 마주하고.

 

기차, 역에 멈춘다.

여정, 가방을 꺼낸다.

여정이 가방을 꺼낼 동안 어항을 안고 있는 안.

안, 여정이 가방을 메자 어항을 건넨다.

 

여정 항상 그렇죠. 몰랐던 걸 알게 되니까.

안 조심히 가요.

여정 네.

안 어머니 만나면 다음 공연에는 꼭 어두운 옷 입고 오라고 하시고요.

여정 (웃는)

 

물고기, 안을 향해 헤엄쳤다가 다시 여정을 향해 돌아오길 반복한다.

문이 열리는 소리.

 

여정 (어항을 내밀며) 받아요.

안 (어항을 받는)

여정 같이 가요. 그리고 다시 만날 때, 그때 돌려줘요. 외롭잖아요.

안 정말요?

여정 네.

안 괜찮겠어요?

여정 그럼요. 당신에게도 필요한 시간일 거예요.

 

여정, 꾸벅 인사하고 기차에서 내린다.

안, 여정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자리에 앉는다.

어항을 자신의 옆 좌석에 놓아둔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문이 닫히는 소리.

열차가 출발한다.

 

끝 (200*55)

 

 

 

* 4p에서 아저씨가 여정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체호프의 갈매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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