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학과 23 강민준
▲문화재학과 23 강민준

“○월○일 ○○○ 교수님 ○○ 수업 필기 사요. 예비군 때문에 못 들었습니다. 보여주시는 분 사례할게요.” 발목을 잡는 군 복무를 털어내고 복학한 20대 남자 대학생을 다시 방해하는 존재가 있다. 바로 예비군 훈련이다. 전역하고 복학한 우리대학 남학생들은 바로 학생 예비군 연대에 소속되어 1년에 한 번 지정된 날에 지축으로 가 하루 동안 훈련을 받는다. 이때, 예비군 훈련으로 인해 듣지 못한 당일 수업은 어떻게 보장받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예비군으로 인한 학업 손해는 본인이 알아서 감수해야 한다. 왜 이런 답이 나오게 되었을까?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예비군법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예비군법 제10조 2항에 따르면 “고등학교 이상의 학교의 장은 예비군 대원으로 동원되거나 훈련을 받는 학생에 대하여 그 기간을 결석으로 처리하거나 그 동원이나 훈련을 이유로 불리하게 처우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어길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 부과된다. 결석 처리와 관련된 부분은 해석이 명확해 대부분의 수업에선 유고결석계를 제출하면 출석은 인정된다. 하지만 문제는 불리한 처우에 있다. 불리한 처우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해당 법이 학생예비군의 학습권 보장을 강제하기 위한 법률로 적용되기 어렵다. 

학생 예비군들의 권리를 보장해야 하는 국방부와 병무청은 학생 예비군의 실질적인 학습권 보장에 대해선 소극적이며 예비군법 제10조 2항에 대해 회피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결석 처리는 법에 명확히 규정되어 있어 현행법 위반의 여지를 판단해 병무청이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실질적인 수업 결손에 대한 부분은 법 조항의 해석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에 결석 처리 취소와 같이 예비군법을 근거로 강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 학교의 자율적 판단에 넘기고 있다. 즉 병무청과 국방부는 현행 예비군법 제10조 2항이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지만 개정을 위한 노력을 하기보다는 학교에게 모호한 법률 해석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학교에서도 마땅한 대안은 존재하지 않는다. 학교 역시 예비군 훈련으로 인한 유고결석 처리는 엄격하게 지켜지고 있으나 실질적인 수업권에 대해선 명확한 지침과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예비군법의 불리한 처우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학교에서도 명확한 규정을 정하기 곤란하고 학습권을 보장해 줄 것을 교수에게 강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학교 또한 교수에게 학생 예비군으로 인해 결석한 학생의 학습권 보장 여부를 자율적으로 맡기게 된다.

결국 학생 예비군들의 개별 학습권 보장 여부는 각 수업의 교수들의 판단에 놓여 있게 된다. 교수가 학습 공백을 메울 수 있도록 조치한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으나, 만약 조치를 받지 못한다면 학습권을 침해당하게 되는 상황에서 학생들이 구제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렇게 예비군 훈련 참석으로 인한 불이익을 어쩔 수 없이 본인 스스로 감수해야 하는 결과가 나오게 된다. 이런 배경에서 학생들은 필기 자료나 녹취본을 개인적으로 구매하는 등 학업 공백을 스스로 메우려고 안간힘을 쓰게 되는 것이다.

학생 예비군으로 인한 학습 공백을 보장받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현행 예비군법 제10조 2항의 모호함을 인지하고 개정하는 것이다. 훈련 불참으로 인한 수업자료 및 보강 요구 거절 같은 불리한 처우에 대한 예시를 구체화하거나 강의 녹화본이나 수업자료를 의무적으로 제공하게 하는 등 수업 결손을 채울 수 있는 방안을 법제화한다면 자연스럽게 대학이 학생 예비군의 학습권을 위한 명확한 지침과 규정을 마련하도록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하루빨리 예비군법이 개정되어 나라의 부름을 받고 의무적으로 훈련에 참여한 학생 예비군들이 실질적인 학업 손해를 받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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