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 공직자들의 부적절한 처신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여기자 성추행 사건으로 형사 고발당한 최연희 의원을 필두로 3·1절 골프파동으로 사퇴한 이해찬 국무총리를 비롯 최근에는 유력한 대선후보로 손꼽히는 이명박 서울시장까지 가세하여,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는 한심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들이 저지른 실정법 위반행위도 심각한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과오 이후, 이들이 보인 안이하고 무책임한 태도에 있다.
최연희 의원은 강제추행죄를 범하고도 사과 한 마디 없이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20여일 간 잠적했다. 잘못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잘못을 했으면, 진심으로 사과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지는 것이 옳은 행동이다.
범인(凡人)도 그러할 진데, 일국의 국회의원이라는 사람이 반성이나 사과 없이, 비난 여론이 가라앉기만을 기다리며, 숨죽이고 침묵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일 뿐만 아니라, 여태껏 쌓아올린 명예와 신뢰를 모조리 잃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전직 부장검사답게 법망의 빈틈을 노려 명정상태(酩酊狀態)를 이유로 법정에 선처를 호소할 듯 보이나, 구차하게 의원직을 유지하는 것보다는 스스로 의원직에서 물러나 아름답게 퇴장하였으면 한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군부대 오발사고 조문일, 식목일 강원도 낙산사 대형 화재, 집중호우로 남부지방이 물에 잠겼을 때 언제나 골프장에 있었다. 공선사후(公先私後)의 자세를 망각한 공직자는 그 사실만으로도 자격 미달이다.
게다가 이번 3·1절 골프는 총리 산하의 공정위로부터 불공정거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업체 오너로부터 접대를 받았다는 점에서, 공무원행동강령을 비롯 중대한 실정법을 위반하였다. 3·1절 골프사건 이전의 사안들은 총리직 사퇴로서 도덕적 책임을 다하였다고 볼 수 있겠지만, 직무관련 이해당사자로부터 골프접대를 받은 것은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통해 진상을 밝히고 비위사실이 드러날 경우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
특유의 추진력으로 서울시의 살림을 꾸려오던 이명박 서울시장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3년간 테니스를 공짜로 치는가 하면, 그 대가로 서울시 체육시설들의 운영권을 넘겨주고 예산을 과다 지원하는 등 특혜 의혹이 불거진 까닭이다.
공직자로서의 부적절한 처신이 명백했던 앞의 두 사안과는 달리, 아직은 의혹에 불과하여 얼마 남지 않은 지방선거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여당의 마타도어(Matador)적 흠집내기일 수도 있겠으나, 수 천만원에 이르는 테니스 비용을 무감각하게 받아들인 것은 공직자로서의 도덕적 해이가 위험수위에 이르렀음을 반증하고 있다.
나라가 혼란스러워질수록 지도자가 갖추어야할 덕목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지도자의 인격과 경륜에 따라 국가의 발전과 존망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관리는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하여 덕과 함께 위엄과 능력을 갖추어야 하며, 여기에 올바른 뜻과 공명함이 있어야 바른 행정을 펼 수 있다는 다산의 말처럼 뛰어난 능력 이전에 먼저 전인적(全人的)인격을 갖춘 지도자가 지금 이 시대에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이 민 준
법과대 법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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