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음과 욕망의 연금술사로 불리는 사진가 헬무트 뉴튼. 내가 이 이름을 처음 접한건 사진학과에 다니던 90년대 후반쯤이었다. 새로운 사진가들을 알고 그들의 작업에 충격을 받으면서 ‘나도 저들과 같이 될 수 있을까’ 라는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졌던 기억이 난다. 거장들의 작품과 그들의 삶에 동경심을 가지면서, 초라한 내 모습에 열등감을 느끼곤 했다.
로버트 프랭크, 듀안 마이클, 로버트 메이플도프, 리 프리들랜더, 조남붕…. 내게 영향을 준 사진가 혹은 좋아하는 사진가를 꼽으라면 백명은 쉽게 넘는다. 하지만 그 중 유난히 나의 관심을 끈 사람이 바로 ‘헬무트 뉴튼’이다. 뉴튼이 날 사로잡은 것은 아마도 그의 사진이 주는 충격뿐만 아니라 그가 사진으로 부와 명예를 동시에 이뤘기 때문일 것이다. 뉴튼은 60년대 ‘보그’, ‘퀸’, ‘엘르’, ‘플레이보이’등 세계적인 패션잡지와 일하면서 패션 누드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고 세계적인 사진가로 인정받게 된다.
그는 주로 여성의 누드를 소재로 이용했는데 그의 누드사진은 지금까지도 ‘외설이냐, 예술이냐’라는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외설스러움도 사람의 마음 속에 있는 것이라 어떤 사물을 보면서 외설스럽다고 느낀다는 그 사람이 외설스럽기 때문이지 않을까.
그의 작업 중 ‘옷 벗은 모델과 옷 입은 모델들’, ‘빅누드’ 시리즈는 특히 인상적이었다. ‘옷 벗은 모델들과 옷 입은 모델들’은 두 장으로 구성된 시리즈 사진으로, 옷을 입고 촬영한 사진과 옷을 벗고 촬영한 사진 두장을 나란히 전시한 작품이다. 두 사진 속의 모델들은 같은 포즈와 표정을 하고 있다. 모델들이 ‘옷을 입었느냐 아니냐’ 그것만이 다를 뿐이다. 하지만 사진을 보고 느끼는 충격을 실로 엄청난 것이었다. 엉뚱하고 엽기적인 발상의 작업이 저질스러운 아이디어라고만 생각하기에는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빅누드’ 시리즈도 빼놓을 수 없다. 실물보다 크게 인화한 사진 속의 여인들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았지만 너무나 당당하고 아름답다. 야하지 않은 누드사진. 결코 쉽게 촬영할 수 있는 사진은 아니다.
사진가는 사진으로 이야기할 뿐, 결코 자신의 사진에 대한 말을 많이 하거나 이론의 노예가 돼서는 안된다. 만약 누군가 그런다면 그는 평론가이지 사진가는 아니다. 이런 점에서도 뉴튼은 진정한 사진가였다. 이제 나도 나의 사진을 찍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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