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의 고려대 명예박사 학위 수여와 관련한 일부 학생들의 기습 시위는 다시 한번 우리 사회에 ‘삼성 공화국’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시위 이후의 대다수 일반 학생들의 반응이다. 학생들이 이 회장의 전공과는 개연성 없는 철학박사학위를 수여한 학교에 문제를 제기하기보다는,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 그 곳의 경영자인 이 회장에 대해 시위했던 학생회를 비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지 대학과 기업은 뗄 레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돼 버렸다. 일부에서는 기업과 사립대학이 자본주의의 두 축이라고까지 설명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 “기업이미지 상승 및 우수인력확보 기대”
대학 “교육재원 확보 통해 경쟁력 제고”

이는 대학 간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대학의 경제적인 능력이 점차 강조되고 있는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의 기부금은 대학에게 있어서는 그야말로 ‘오아시스’와도 같으며, 거액의 기부금을 통한 전반적인 교육재원 확보는 곧 대학 경쟁력의 지표로 평가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연세대 기획협력처의 한 관계자는 “기업은 사회 보훈의 차원에서 대학에 기부금을 냄으로써 기업 이미지 상승의 효과도 기대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대학 역시 동문이나 학부모 등을 통해 기부 받는 금액은 소규모인 만큼 기업의 투자를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기업과 대학의 연결 고리가 긍정적인 결과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거액의 기부금이 일부 상위 대학에만 한정되고 있어 대학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가중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기부금의 문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학과 기업간의 인재와 자본의 교류라고 볼 수 있는 산학협력 사업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한 일간지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0년간 전체 사립대의 기업 기부금 총액 중 상위 10위권 대학이 차지하는 비율이 46.6%라는 결과가 나왔으며, 산학협력 사업 역시 ‘이름 있는’ 대학에 편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국대학교육연구소의 박거용 교수는 “기업에서는 자신들의 이미지를 상승시킬 수 있는 입맛에 맞는 대학을 찾으려고 하는 만큼 대학의 서열화를 가중시킬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부정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각 대학들은 경쟁력 향상을 위해 ‘기업 모시기’에 한창이다. 서강대와 숭실대의 경우 전직 CEO 출신의 경영 마인드를 갖춘 총장을 영입해 화제를 모았으며, 실제로 서강대 손병두 총장의 경우는 취임 후 한달만에 과거 2년치에 해당하는 기부금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재 우리대학은 몇 년째 기업으로부터의 기부금 모금이 전무한 현실이며, 기업과의 산학협력 역시 저조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대외협력처의 한 관계자는 “일부 대학을 제외하고는 대기업의 기부금을 끌어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내년에 백주년을 맞이하는 만큼 지속적인 기부자가 될 수 있는 동문의 기업들을 중점적으로 관리하고 발전기금 모금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학의 경제적인 능력이 곧 그 대학의 모든 경쟁력을 결정짓는 것은 아니다. 재정적인 능력 못지않게 교수의 연구 결과와 학생들의 학습 능력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대학의 재정적인 부분이 곧 학생과 교수의 교육, 연구 환경과 무관할 수 없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도 기업과 대학의 ‘애증’의 관계는 계속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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