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19억원에 계량기는 단 두개… 정확한 실태파악과 재생에너지 확보 노력해야

▲ 늦은 밤에도 환하게 불이 켜져있는 중앙도서관의 복도
지난 30일 밤 11시.

대부분의 학내 구성원들이 집으로 돌아간 시간. 학생회관에는 여전히 환하게 불이 켜져 있다. 원흥관에도 강의실의 형광등은 환히 불을 밝히고 있다. 혜화관 로즈버드 입구에는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자판기가 전원이 켜진 채 우두커니 서 있다. 에너지 불감증에 빠진 동악의 현주소다.

사실 에너지 절약 문제는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에너지관리공단이 발표한 ‘2006년 국내 190개 에너지 다소비 기관의 전력 소비량 자료’에 따르면 대학은 에너지 낭비와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인 것으로 나타났다.

위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190개 에너지 다소비 기관 중 대학과 상용건물이 23곳으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고 그 다음으로 호텔(20곳), 병원(18곳), 연구소(14곳)의 순으로 나타났다.

다행히도 우리대학이 에너지 다소비 대학 23곳의 순위에 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우리대학도 다른 대학과 비교해 에너지 소비가 적지 않은 규모임을 감안한다면 순위에 들지 않았다고 해서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그러면 이처럼 많은 대학이 에너지 다소비 기관이라는 오명을 쓰게 된 이유는 무얼까.

우선은 대학에서 사용하는 전기가 교육용으로 처리돼 상대적으로 요금이 싸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요금이 싸다보니, 요금 걱정없이 특별히 관리되지 않은 채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기를 많이 소모하는 각종 실험실습 기자재가 많다는 것도 주요한 요인 중 하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에너지 절감에 대한 대학인들의 인식이 낮고 그러다보니, 에너지 절감에 대해 둔감하다는 점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전기계량기의 문제다. 수 십동의 건물을 가지고 있는 우리 대학의 계량기 수는 모두 2개. 정문과 후문에 설치된 계량기 단 두 개만이 우리대학에서 사용하고 있는 전기의 양을 측정해줄 뿐이다. 그러다보니, 어느 건물에서 어느 정도의 전기를 사용하는 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총량으로 한 달에 얼마정도의 전기를 사용한다는 정도의 사실만 파악될 뿐이다. 이는 우리 대학만의 문제는 아니다. 기자가 확인해본 바로는 서울지역 4년제 종합대학중 건물별로 계량기가 설치된 대학은 중앙대가 거의 유일했다. 나머지 대학들도 우리대학과 비슷한 실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어느 건물에서 어떤 용도로 얼만 큼의 전기가 사용되는지 알 수 없으므로 어디에서 얼만 큼의 전기를 절감할 수 있는지에 대한 대책은 엄두도 내기 어려운 것이다.

우리대학 에너지 절약 대책현황

▲ 2007년 우리학교 에너지 재원별 비율

우리대학의 한 해 전기사용량은 총 3926메가와트(2007년 기준). 금액으로 환산했을 때 19억원이 넘는 돈이다. 또, 액화천연가스의 요금이 약 3억원이다. 한해에 20억원이 넘는 돈이 전기와 가스요금으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 최근 6년간 우리대학 에너지 사용량

또 에너지 사용량의 증가세도 가파르다. 학교 측 자료에 따르면 최근 6년간 에너지 사용량은 모두 43%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물의 증개축과 리모델링으로 인한 건물의 전기용량 증설과 천정형 냉난방 시스템 도입이 에너지 사용량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파악되고 있다. 앞으로도 산학협력관과 도서관, 정보문화관 증축이 이뤄지고 나면 에너지 사용량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에너지 절감과 관련해 학교 측은 에너지 절감 및 경영개선지원을 위해 에너지관리공단에 자발적 협약 이행계획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 계획서에 따르면 △노후 등 기구 교체 △혜화관, 원흥관, 본관 등의 EHP 천정형 냉난방기 교체 △중앙도서관 공조기 운용개선 등을 통해 연간 5천만원 정도의 에너지 절약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학교 측은 또 “에너지 사용 절감을 위해 캠페인을 실시하는 것은 물론 야간에 사용되는 가로등을 태양열에너지를 활용한 등기구로 교체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강의실의 전기사용 절약을 위해 이용자가 없을 경우 자동으로 등이 꺼지는 광전식 스위치와 센서 설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다른 대학들의 노력방안

그렇다면 다른 대학의 현황은 어떨까.

에너지관리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전국 40개 이상의 대학에서 대체에너지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로 사용되는 대체에너지로는 태양광, 태양열, 지열 등이 있다. 특히 태양광의 경우는 현재 20여개의 대학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초 완공된 이화여대의 ‘ECC(이화캠퍼스센터)’는 지하수를 이용한 냉ㆍ난방 시스템을 구축했다. 일정한 온도의 지하수를 이용해 에너지 절감 효과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또 에너지 절약시스템인 서멀 래버린스(Thermal Labyrinth) 시스템을 구현해 지상에서 들어온 외부공기를 이용해 자연적으로 온도를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에너지 조절 시스템을 통해 예산을 절약하는 대학들도 있다. 제주대는 일정 수준 이상의 전력을 소비하면 자동으로 냉ㆍ난방 시설이 차단되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또 공주대는 화장실과 강의실 일부에 센서를 부착했다. 센서가 열과 움직임을 감지해 자동으로 작동된다. 공주대는 이 시스템을 통해 이전에 비해 전력의 30%를 절약, 약 5000만 원의 예산을 절약할 수 있었다고 한다.

또한 각 대학들의 에너지 절약 캠페인도 활발하다. 서울대는 △순번제 운전 △승용차 5부제 △냉방온도 유지하기 △복도 조명등 절반 이상 소등하기 등을 시행했다. 서울대의 한 관계자는 “지난 7월부터는 학교의 상징이었던 정문의 야간 조명조차 켜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해외대학들의 선도적인 노력

기후변화 문제가 전 지구적인 문제로 확장되면서 미국에서는 2007년 152개 대학 총장들이 ‘미국 대학총장 기후변화 위원회를 구성, 대학 캠퍼스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을 줄이기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498개의 미국 대학들은 대학에서 에너지 사용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량을 최대한 줄이고, 감축이 어려운 부분은 감축실적을 구매하거나 재생가능 에너지 투자, 나무심기 등의 활동을 통해 ‘탄소 중립’을 달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특히 하버드대학의 경우 녹색캠퍼스 프로그램을 통해 최근 2년간 이산화탄소 6천7백26톤, 물 17만 3천 배럴, 폐기물 90톤을 줄여 연간 88만달러의 운영비를 절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너지 절감, 부족한 2%를 찾아라

우리대학도 현재 에너지 절감을 위한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에너지관리공단에 에너지절감을 위한 자발적 협약이행계획서를 제출한 것이 그 한 예다. 그리고 각종 에너지 절약을 위한 대안마련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해외대학들이나 에너지 절감에 앞서나가는 대학에 비하면 부족한 2%가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대학이 절감해볼 수 있는 에너지 절감과 재생가능 에너지활용을 위해 고려할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우선 대학본부와 교수, 학생들이 참여해 기후변화와 이에 따른 에너지 절감방안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학교 기구를 구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리고 여기에서 캠퍼스 내에서 이용되는 각종 에너지의 양과 연도별 감축목표량을 설정해 체계적으로 계획을 이행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또 에너지 사용 절감을 위한 에너지 효율개선, 바이오연료 사용, 재생가능 에너지 활용을 통한 에너지 자립도를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에너지관리공단이 제공하는 재생에너지 설비 지원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기 위한 장기대책 수립이 시급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학내구성원들에게 기후변화와 에너지 절감을 위한 인식개선을 위한 다양한 강좌와 교육이 필요하다.

대학에서의 에너지 절감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지난해에 사용됐던 에너지 요금의 10%만 절감해도 2억원이 넘는 돈을 아낄 수 있다. 학교당국과 교수, 학생이 뜻을 모아야 할 때다.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