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마련한 방과 후 활동과 정규수업 외 선택수업은 다양한 외국인 친구들을 사귀기에 매우 좋은 시간이다. 내가 다니던 어학원은 매주 수요일 저녁과 주말에 국제학생들을 위한 여러 가지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선뜻 참가하기에 부담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친구들 손에 이끌려 하나 둘 함께하기 시작한 덕분에 영국 연수생활은 훨씬 더 즐거워졌다.

International Food Evening. 수요일 저녁 행사로는 가장 먼저 참여해 본 것이었다. 학생들 각자 모국 음식을 한 가지씩 푸짐하게 만들어 와 함께 나눠먹는 자리이다. 나는 닭볶음탕을 만들었다. 한국에서 가지고 온 고추장이 매우 유용했다. 외국인 친구들이 먹기 좋도록 매운맛을 줄이기 위해 간장을 더 많이 넣었더니 인기 만점이었다. 이 뿐만 아니라 스위스의 요거트 아침식사, 일본의 초밥, 이탈리아의 라자냐와 티라미스, 스페인의 상그리아 등 많은 외국 음식들을 맛보는 자리였다. 서로 음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조리법을 공유면서 세계 속에 친구들을 만들어갔다.

Pub Tour. 영국에서 펍은 서민문화의 대표라고 불린다. 그래서인지 작은 체스터 시내에도 펍이 여러 개 있다.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학교 스탭들이 학생들을 이끌고 체스터 시내 곳곳의 펍을 돌아다닌다. 평균 서너 개의 펍에 가게 되고, 학생들은 자유롭게 맥주를 주문해 마시며 서로 친해질 수 있다. 리버풀이나 맨체스터의 경기, St.Patrick’s Day 등 이벤트가 있는 날이면 펍은 현지인들로 무척 시끌벅적해졌다. 나는 펍 투어에 자주 참가하게 되면서 여러 유럽친구들과 더불어 학교 스탭들과 친해질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영국 현지인들과 친해지면서 그들의 문화를 함께 체험하게 됐다. 주말이면 자주 모여 맥주를 마시고는 했는데, 금요일 밤이면 노래방 기계를 들여오던 펍, 디스코텍으로 바뀌던 펍에 가기도 했다. 뭐니뭐니해도 우리의 단골은 영국 언더 밴드들의 라이브 공연을 들을 수 있는 펍이었다.

Tourist Attraction Tour. 국제학생들을 배려한 가장 경제적인 프로그램이다. 체스터 주변의 주요 관광명소에 하루일정으로 다녀오는 것이었다. 개인적으로 가는 것보다 저렴하고 편하게 다녀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나는 이 프로그램 중에서 고도(古都) 요크(York) 투어와 웨일즈(Wales)의 스노도니아(Snowdonia) 하이킹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개인적으로 갔더라면 최소한 £50는 필요했던 요크 관광을 £30도 안 되는 비용으로 할 수 있었다. 영국인 가이드 아저씨의 설명이 더욱 유익했다. 이 아저씨와 친해져 스노도니아 하이킹도 가게 된 것이었다. 슬레이트 돌로 이뤄진 1,000m의 산을 밑창 얇은 운동화를 신고 오른 것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그러나 정상에 올라 내려다 본 웨일즈는 정말 아름다웠다.
지금도 이들 프로그램에 얽힌 무용담은 외국인 친구들과 나누는 이메일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것 같다.

최민희 (사과대 신방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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