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학기부터 ‘열린글터’를 폐지하고 논란이 되는 사건에 대해 학생들의 다양한 생각을 들어보는 ‘동악은 시끌벅적’을 신설했습니다. 이번 주 주제는 교수임용에 신선한 충격을 준 이윤택 교수와 관련해서 ‘교수를 임용하는 데 학력과 능력 중에서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입니다.

‘학력’ 평가기준 중 일부여야

최근 쏟아져 나온 학력위조에 대한 기사들은, 예술 분야에서 연예인들에 이르기까지 마녀 사냥을 하듯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는 학력이 단순히 사람의 능력을 입증하는 하나의 수단이 아니라, 사람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말하자면 학력을 획득함으로써 얻게 되는 지식, 기술 등의 실질적인 내용이 아니라 획득된 학력 자체를 중시하고 존중하는 사회적 관행과 의식이 지배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인 “학력위조”는 이러한 맥락에서 터져 나온 것이라고 본다.

현실적으로 대학교수의 임용, 회사의 인재선출 등에서 객관적으로 사람을 선출할 수 있는 기준은 “학력”일 수밖에 없다. 학력을 기준으로 하는 선발체제는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지만,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개인의 사회적 지위 획득이 학력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잘못된 방법이기도 하다.

때문에 장기적으로 볼 때 다른 선진국들처럼 학력은 인재를 선출하는 기준의 하나로써만 채택되어야 하며, 보다 다양한 능력을 검증하는 체제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기 때문에 영리를 추구하는 목적으로 인재를 선출하는 기업이나 단체에서는 현실적으로 이것이 불가능하다.

다양한 능력을 검증할 수 있는 이상적인 선발체제가 갖추어지기 이전까지 “학력”이라는 기준은 가장 합리적인 대안임에 틀림없다. 학력을 획득함으로써 얻게 되는 지식과 기술은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검증된 것이며, 그것을 획득하기 위해 투자된 개인의 노력과 시간은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아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학력을 획득하기 위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쟁, 그것에서 승리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가운데서 사회의 질적·양적인 발전이 이루어지며, 그 속에서 우리나라의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지영(사범대 지교3)



학력으로 뭉친 ‘패거리 문화’ 깨지나

최근 동국대가 두 명의 교수 임용으로 인해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 명은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아도 될 만큼 유명인사(?)가 된 신정아 전 교수이고, 다른 한 명은 2학기부터 임용된 이윤택 서울예술단감독이다. 그동안 이윤택 감독은 다양한 예술분야에서 맹활약하며, ‘문화게릴라’, ‘전방위활동가’ 등으로 불리던 인물이다.

그의 화려한 경력을 볼 때, 지금의 교수 임용은 다소 늦었다고 볼 수 있다. 그만큼 대학사회는 자기들만의 패거리 의식을 가지고 존재해 왔으며, 학벌이라는 신분을 사회적으로 요구하게 만드는 구조의 핵심에 있었던 것이다.

이윤택 감독이 아직 한 학기도 제대로 수업하지 않았고, 수업내용에 대한 학생들의 평가도 없는 상태에서, 이번 임용이 학생들을 위한 올바른 선택이며 좋은 결정이었다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교수를 평가하는 데는 그의 실력과 경력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 자신의 지식을 전달하는 효율적인 교수법의 유무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임용이 새롭게 느껴지는 것은 학벌이 하나의 경력이 아니라, 개인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잣대처럼 활용되었던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에 비추어 볼 때 분명 파격적인 결정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학벌은 한국사회를 계급화 하는 불평등의 다른 이름이었다. 좋은 학벌을 대물림하기 위해 주거지역은 학군으로 새롭게 편재되었고, 부동산 가격은 명문학원의 위치에 따라 등락을 거듭했다.

자식에게 많은 재산을 물려주는 것보다, 좋은 학벌을 갖게 해주는 것이 보다 현명한 부의 상속이라는 인식이 한국사회에서는 경험적이고,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이번 동국대의 임용을 통해 한국사회의 병폐가 조금이나마 개선되기를 바란다.

다만 공교로운 것은 한국사회를 충격에 빠트린 신정아 씨 사건 이후 이윤택 감독이 실력과 경력을 인정받아 대학에 임용되었다는 사실이다. 이윤택 감독의 임용이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동국대학교의 제스처가 아니라, 학벌만을 요구조건으로 삼던 경직된 대학사회의 변화를 보여주는 진실한 몸짓이 되기를 바란다.

전영주(방송통신대 법학과 튜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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