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에 의하면 석가모니 부처님 외에도 과거에 이미 여섯 분의 부처님이 계셨음을 알 수 있다. 과거칠불이라 불리는 이 일곱 부처님은 한결같이, “모든 악은 저지르지 말고, 모든 선은 받들어 행하며, 스스로 그 마음을 청정하게 하라. 이것이 곧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이다”라는 공통된 가르침 ‘칠불통계’을 설하고 있다. 따라서 칠불통계는 시대와 지역을 초월한, 불교에 대한 가장 보편적인 정의라고 할 수 있다.


이 게송의 내용은 얼핏 보면 지극히 평범한 가르침인 것 같지만, 자세히 음미해 보면 불교의 특징이 잘 나타나 있다.


악을 경계하고 선을 권장하는 것이야 일반적인 도덕이나 다른 종교에서도 마찬가지인데 뭐 그리 특별할 게 있느냐고 반문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는 ‘스스로 그 마음을 청정하게 하라(自淨其意)’는 구절을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한다. 거기에는 불교의 미묘한 사상적 입장이 깃들어 있고, 선악에 대한 불교의 독특한 관점이 반영되어 있다.


불교는 현실적 질서와 윤리를 중시하면서도 생로병사, 즉 죽음의 실존적 한계상황으로부터 우리들 중생을 해탈시켜 구제하는 것을 그 궁극적 목표로 삼고 있다. 동시에 불교는 그 어떠한 절대자나 초월자 그리고 그의 전지전능한 권능에 의한 구제를 인정하지 않는다.


다만 모든 사물과 존재의 있는 그대로의 참모습(諸法實相)을 지혜의 빛에 의해 깨달음으로써 구제를 성취할 수 있다고 가르친다. 그러나 범부 중생들은 무명과 탐욕, 또는 탐진치 삼독에 의해 마음의 호수가 항상 흔들리고 혼탁해져 제법의 실상을 바르게 볼 수가 없다.


하지만 호수가 맑고 고요해졌을 때, 그 호수에는 호숫가의 꽃이나 나무, 두둥실 떠가는 하늘의 흰구름까지도 그대로 비치듯, 마음이 고요해지고 청정해졌을 때 일체만유의 참모습, 우주와 인생의 참다운 진리가 그대로 드러나 깨달음을 이룰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스스로 그 마음을 청정하게 하라’는 가르침 속에는 이러한 불교적 메시지가 잘 드러나 있는 것이다.


박경준
불교대학 불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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