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학사부총장
경영대학 회계학과 교수

나무에 새잎이 금세 푸르다. 엊그제 봄꽃을 본 것 같은데 어느새 나무에 초록 물감이 올랐다. 나무를 보면 이 계절의 생명이 활기차고 바쁘다는 걸 실감한다. 사람살이라고 예외가 아닌 듯하다.

우리 대학이 바빠졌다. 학교 발전을 위한 108프로젝트가 가동되면서 각 조직들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사실 우리들 중 누구도 이런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다.

새 학기의 두 달이 지났지만 자그마한 혼란과 불만은 아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구성원들은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불편과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학교 발전에 대한 기대, 새로운 도약에 대한 믿음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밀려드는 변화의 물결

행정 시스템의 변화, 조직 개편, 인사 혁신, 특성화와 구조 개혁 등등 변화의 물결이 쓰나미처럼 밀려온다. 부총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필자도 매일같이 두 세 차례의 회의를 주재하거나 참석해야 한다. 솔직히, 옆을 보거나 뒤를 돌아볼 시간이 많지 않다. 그래도 망중한이라고, 원고 청탁을 받고 지금 이 순간 변화와 혁신에 관한 생각을 정리해 보는 게 여간 소중한 게 아니다.

우리 학교의 파격적인 혁신 드라이브는 총장 개인의 의지이기 이전에 모든 구성원들의 잠재된 욕구의 산물로 보는 것이 옳다. 그런데, 구성원 개개인이 원하는 변화와 혁신은 모습이 제각각 다를 것이다. 그러나 방향만은 비슷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전제를 수긍한다면 “지금·여기”에서 최선의 선택은 ‘비슷한 방향’을 ‘한 방향’으로 만드는 공동의 노력일 것이다.

사실 오늘날 우리 대학을 비롯한 많은 대학들이 겪고 있는 변화는 자생적·자발적이라기보다 외부 환경의 변화로부터 적응하기 위한 방책의 성격이 강하다. 변화의 능동적 주체가 되지 못하고 수동적 객체에 머물고 있다는 뜻이다. 선택과 집중의 정부 재정지원 정책 강화, 대학 간 경쟁의 글로벌화, 산업체 수요를 반영한 교육과정 요구 증대, 대학평가 강화 및 결과 공개 등과 같은 대외환경의 변화는 대학이 선택해야 하는 폭을 어쩔 수 없이 좁힌다. 대학은 냉혹한 시장에 벌거벗고 나서라는 시대의 준엄한 요구 앞에 서 있는 셈이다.

참여하는 의식 전환의 필요

그러나 시대는 우리에게 위기의 거울도 보여주고 또 한 편으론 그 속에 비치는 기회의 실체도 보여준다. 시대가 요구하는 방향과 내용이 올바르다면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게 바로 새로운 기회의 실체이다. 우리 모두 이런 맥락에서 108프로젝트를 바라보았으면 한다. 108이라는 숫자는 단순히 108번뇌를 연상케 하는 것이 아니라 참다운 깨달음을 위한 용맹정진을 상징하기도 한다. 우리 스스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자발적으로 참여한다는 의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변화와 혁신은 향후 몇 년 동안의 단기간에 끝나는 작업이 아니며, 경쟁이 있는 한 영원히 필요한 작업이다. 마치 시냇물이 밤낮없이 흘러가는 것과 같다. 때로 개혁 피로증이 올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멈추고 정체하면 그만큼 또 뒤처지게 된다. 우리는 우리 혼자만 달리는 고독한 절대경주를 하는 게 아니라 세계의 모든 대학들과 함께 달리는 상대경주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을 수 없다. 수만 관중들로 꽉 찬 경기장에서 세계 각국의 선수들과 달리는 상상을 해보면 이해하기가 쉽다. 그동안 이런 경쟁원리에 익숙하지 않았던 게 문제이지 경쟁원리 그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새로운 변화를 기회로

경쟁은 물론 비정한 철학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비정한 철학만이 경쟁의 본질은 아니다. 경쟁의 본질 속에는 격려와 보상도 있다. 실은 이런 요인이 훨씬 크다. 우리가 우리 내부의 누구에게 비정을 강권하겠는가.
상황이라고 하는 것은 보기에 따라 다르고 거기에 대한 대처도 마음먹기에 달렸다.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고 보상하기 위해서 긍정적 경쟁원리를 작동시키는 것은 조직 경영의 기본이다. 학교도 예외가 아니다. 변화는 새로울 때 의미 있는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변화야말로 위기가 아니라 기회이다.

우리에게, 이제 기회가 왔다. 한 방향으로 물길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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