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열스님
강남포교원장
과거에는 인간성이니 양심이니 하는 것들이 인간본유의 특성인 것처럼 믿었지만 현대과학은 그런 것들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고 다만 그런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믿음에 기초한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불교에서는 일찍이 사람들이 마음으로 그려내고 언어로 표현되는 관념에는 불변의 실체는 없다고 하여 諸法無我(제법무아)를 가르쳤으니, 2천 5백여 년 전의 부처님의 지혜광명이 오늘에까지 미치고 있다고 하겠다.

‘향을 쌌던 종이에는 향내가 배고, 생선을 묶었던 새끼줄에는 비린내가 밴다’고 한 법구비유경의 가르침은 바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과 가까이 지내는 사람을 닮아가기 때문에 성공적인 인생을 살려면 좋은 사람들과 교우관계를 가져야 할 것임을 일깨운다.

어느 날 웃자야 라는 젊은 바라문이 부처님을 찾아와 ‘세속에 사는 속인이 현실 속에서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되겠느냐’고 여쭈었다. 부처님께서는 이에 대한 대답으로 네 가지 조건을 들었는데, 그 하나가 좋은 친구와 사귀는 것이라 했다. 부처님의 이 같은 말씀을 전해 들었는지, 다른 젊은 바라문이 부처님을 찾아와 ‘좋은 친구를 어떻게 알 수 있느냐’고 여쭈었다. 부처님은 그에게 ‘비유하면 달과 같다’고 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좋지 않은 친구는 어떻게 알 수 있느냐’고 여쭈었더니, 부처님께서는 ‘그 역시 비유하면 달과 같다’고 했다. 그 젊은이는 부처님의 말씀을 이해할 수 없었던지, ‘좋은 친구도 달과 같고, 좋지 않은 친구도 달과 같다고 말씀하시는데, 무엇이 다르겠느냐’고 따지듯이 물었고, 부처님께서는 그에게 대답하기를, ‘좋은 친구는 초승달과 같고, 좋지 않은 친구는 보름이 지난달과 같다’고 했다. 이쯤 되면 부처님 말씀의 뜻이 어디에 있었는지 충분히 짐작했겠지만 자따까에 전해지는 부처님의 말씀을 들어보자.

‘인생에 있어서 덕이 있는 좋은 친구와 사귀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반대로 사악한 자와 사귀는 것보다 더 나쁜 것은 없다. 보름이 지난달은 매일매일 줄어드는 것처럼 나쁜 친구와 사귀면 파멸을 경험하게 된다. 초승달은 매일매일 커지는 것처럼 좋은 친구와 사귀면 파멸을 경험하지 않게 된다.’

패경초란 이름의 경전에는 친구를 네 가지 부류로 분류하기도 했는데, 꽃 같은 친구[花友], 저울과 같은 친구[稱友], 산과 같은 친구[山友], 땅과 같은 친구[地友]가 그것이다. 이에 대한 의미는 지면상 독자들이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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