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의 세계에서 비주류의 보물창고 열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불교 초기 경전 '숫타니파타'에 나오는 구절이다. 흔들림 없이 꿋꿋하게 깨달음의 길을 가라는 이 문구는 ‘문화게릴라’, ‘아웃사이더’로 불리는 이윤택(연극학)교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문구가 아닐까 싶다.

‘어려서부터 가정에 머무르지 못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아버지는 자기의 인생을 살고 나는 내 인생을 살 뿐이라 여겼다’, ‘내 인생은 내가 산다’는 철학을 가지고 자라난 것이다. 또한 초등학교 때부터 시를 쓰며 글로 세상을 표현하는 즐거움을 느꼈고 연극을 하다 많은 빚을 지고도 연습을 멈추지 않았다. 이렇게 자신의 길을 자신 있게 걸어 나가는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고 소중한 작품은 바로 ‘오구 - 죽음의 형식’을 꼽는다.

오구는 산오구굿의 거리극적 특성을 극대화 시키며 뒤틀린 현실을 자연스럽게 삽입한 이색적 작품을 창출했다고 평가 받고 있다. 하지만 당시 이 연극은 많은 논란이 있었다. 연극계를 지키고 있던 주류에서의 ‘굿은 연극이 될 수 없다’는 주장과 ‘굿은 연극이 될 수 있다’는 그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었다. 결국 극은 무대에 올려졌고 결과는 대중적으로 아주 성공했다. 이는 비주류지만 주류의 세계에서 성공한 모습을 또 한 번 강렬하게 보여주는 계기였다.

‘오구 - 죽음의 형식’은 저승 갈 채비를 서두르는 노모에게 아들이 망설임 끝에 굿을 베풀면서 시작된다. 더 할 수 없이 흥겨운 굿판에 어울리며 흡족한 표정의 노모는 ‘나, 갈란다’는 말을 남기고 거짓말처럼 쓰러져 임종한다. 굿판은 돌연 초상집으로 바뀌고, 상주, 문상객에 저승사자까지 등장한 빈소에서 장례가 유쾌하게, 희극적으로 진행된다.

89년 서울연극제에 초연 이후 몇 년간 마당극 스타일의 열린 무대 형식으로 진행되다가 1997년 이후 진행된 강부자의 ‘오구’는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이는 1990년 동경국제 연극제, 1991년 독일 에센 세계연극제, 1998년 베를린 문화의집 초청공연에 참가하기도 했다. 또한 2000년에는 영화 시나리오로 각색하여 2002년 영화로 개봉하기도 했다.

평론가 김방옥(연극학) 교수는 “이윤택씨가 우리 조상의 보물창고를 열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이윤택 교수는 경박한 대중극으로 치부하는 시각에 대해 “‘오구’를 가장 한국적인 서민극 혹은 대중극이라고 생각한다”며 “오구는 가장 한국적이고 가장 대중적이면서 가장 예술적인 작품”이라고 말했다. 주류연극인도 성취하지 못했던 전통의 새로운 발견을 비주류 문화게릴라가 처음 이루어 냈다는 점에서, 그는 어쩌면 ‘문화역설’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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