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민주화 열풍이 불던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까지 대학신문은 대학인들에게 중요한 의사 표출의 통로였고 영향력 또한 매우 컸던 것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그 당시 대학기자는 그 대학 내에서 만큼은 기성 기자에 못지않은 대접을 받았다고 들었다. 필자가 대학을 다니던 1960년대도 대학신문은 대학 여론의 중요한 선도자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대학 언론 기자 출신에 대한 당시의 사회적 평가도 호의적이어서 대학신문 기자들이 전공(?)을 살려 필자가 근무했던 언론사를 비롯해 언론사나 기업체 홍보실에 진출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계속되는 대학신문 위기론

그러나 최근에는 대학신문 위기론이 가끔씩 기성 매체에 거론되고 있다. 심지어 대학신문이 학생기자를 구하지 못해 애태우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유야 여러 가지 이겠지만, 대학 언론 특히 대학신문의 퇴조에는 취업난과 학술·사상 등 무거운 주제에 대한 대학생들의 외면이 한몫을 한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다양성을 중시하는 요즘 대학생들의 성향과 웹진과 인터넷신문 등의 영향도 클 것으로 짐작된다. 학과별로 또는 대학별로 만들어지는 웹진이나 인터넷신문은 맞춤형 실용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 매체로서의 구실을 하기 때문에 대학신문보다 더 많이 이용된다는 얘기다.
이런 세태에 대응해 최근 들어 대학신문은 ‘병역생활 마치는 방법’ ‘학교 근처 맛 집’ 등과 같은 실용 정보와 좀 말랑말랑한 문화기사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럼에도 대학신문이 과거와 같은 대학내 지위를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소집단화로 분화되고 골치 아픈 것이 아닌, 취업에 도움이 되는 것을 찾는 요즘 대학생들의 입맛을 대학신문이 맞추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가. 현재 기성 신문들도 위기론은 얘기하고 있다. 언론학자들은 뉴미디어 등 타 매체와의 경쟁과 신문에 대한 독자의 신뢰도 저하에 대한 대책을 주문하고 있다.
대학신문의 해법 역시 기성 신문과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종이신문만으로 승부하던, 대학을 대표하는 매체라는 우월적 지위를 버리고 인터넷신문 등 뉴미디어에 적극 대응해 변화한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또한 대학인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권위를 갖춰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대학 내 다른 웹진이나 소규모신문 보다 품격이 높은 기사로 권위를 확보해야 한다는 뜻이다.

공론장으로서의 대학신문

대학 내에는 학생 뿐 아니라 교수, 행정직 등 크게 보면 세 집단이 동거하고 있다. 이들 세 집단을 모두 아우르는 기사를 쓸 수 있는 유일한 매체가 대학신문일 수밖에 없다. 이들에게 필요한 정보 제공은 물론 공론장으로서의 구실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것은 학내 다른 매체가 할 수 없는 일이라 생각된다.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장점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물론 여기에는 학내 행정업무를 비롯한 언론 본연의 임무인 환경 감시 기능을 충실히 하는 자세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변화 통해 현 위기 극복

그리고 내용면에서도 학생들이 원하는(want) 기사와 필요한(need) 기사를 적절히 배분해 실어야 할 것이다. 4월초 기업체 인사담당자에 대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신입사원들에 대한 불만으로 “전공 전문지식 부족(66.1%)과 문제 해결능력 부족(65.0%)”을 지적했다. 이는 대학신문이 대학생들에게 필요한(need) 기사를 적극 개발해 이끌어 가야 함을 웅변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최근의 취업난 등을 감안해 취업 관련 뉴스도 보강해야 할 것이다.
즉, 아카데미즘과 저널리즘의 조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금이 대학신문의 위기라면 이는 필요성에 대한 의문이 아니라고 믿는다. 이는 뉴미디어에 대한 대학신문의 대응과 대학인(학생, 교직원)을 위한 공론장 역할, 필요한 전문지식(학술·사상) 제공 등에 대한 요구로 해석하고 싶다.
떠나간 독자를 다시 붙잡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대학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이들의 신뢰 속에 권위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한다면 대학신문의 미래는 밝을 것으로 생각한다.


정남기
한국언론재단 이사장, 경제 68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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