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제28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던 동대문학상이 10년 만에 부활했다. 동대신문의 주관 아래 시행된 동대문학상은 잠재력을 지닌 문학도를 발굴하고 빛나는 동국의 문학 전통을 계승하기 위해 개최됐다. 동대문학상의 접수기간은 10월 24일부터 약 3주간 본교 재학생 및 휴학생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번 동대문학상은 ▲시 부문 ▲소설 부문 ▲희곡·시나리오 부문으로 나눠 작품을 모집했으며 수상금액은 총 900만 원이다.동대문학상에 지원한 학생 수는 ▲시 부문 85명 ▲소설 부문 30명 ▲희곡·시나리오 부문 12명으로, 100명 이상의
제29회 동대문학상 우수상정가을(문과대학 국어국문문예창작학부 3학년),희곡·시나리오 「나에게로의 여정」 나에게로의 여정 나오는 사람들과 어패류여정안세나아저씨엄마블랙 테트라 무대는 그저 공간이다. 기차 안, 소극장, 자취방이 될 수 있다. 여정은 배우다. 여정은 극 전개 내내 블랙 테트라 한 마리를 데리고 다닌다. 연극에 함께 참여했던 물고기다. 안은 여정의 조연출이자 극단 동료고 세나는 연출의 딸이다. 연출은 등장하지 않는다. 아저씨를 맡은 배우는 총 두 명의 다른 아저씨를 연기한다. 새벽기차 안여정, 어항을 든 채 기차에 오른다.
제29회 동대문학상 우수상양지숙(문과대학 국어국문문예창작학부 2학년), 소설 「미식가」 미식가미진은 편의점 테이블에 앉았다. 새나가 만나자고 한 곳은 디저트 카페였지만, 찍어준 주소는 세븐일레븐 편의점이었다. 이곳에도 디저트와 테이블은 있으니까 그게 그거라고. 얼마 안 가 새나가 츄리닝을 입고 걸어왔다. 어울리지 않는 하늘색 핸드백을 어깨에 멨다. 새나는 두 팔을 번쩍 들어 휘저었다. 미진이 어색하게 손을 올렸다.새나가 편의점에서 크림빵을 사서 나왔다. 미진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었다. 원래 한 봉지에 세 개씩인데, 한 개밖에 남아
제29회 동대문학상 우수상오재령(문과대학 국어국문문예창작학부 4학년),시 「고구마 캐기」 외 2편고구마 캐기인공배양소에서 남자는 얼마든지 고구마를 캐가도 좋다고 했다 젊은 농부였다우리는 열심히 고구마를 캐기 시작했다 저녁에 따뜻한 방에 다함께 둘러앉아 고구마를 구워먹는 상상을 하며 뜨거운 빛이 성긴 밀집모자의 틈새로 들어온다빛 한 줄기가 고구마를 관통한다 고구마를 손에 들고 있어도빛은 고구마를 통과해 내 손을 뚫고 지나간다 손등의 상처가 부풀어 오른다물속으로 가라앉은 불순물이 다시는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하는 동안 햇살보다 햇
제29회 동대문학상 최우수상김은유(문과대학 국어국문문예창작학부 4학년),시 「추운 것을 말하기」 외 2편추운 것을 말하기나무는 이제 자신을 이해할 친구를 사귀고 싶다 같이 수영장에 가주고 물에 돌도 던져보고 뛰어든 돌을 따라 가라앉았는데 이제 얘랑은 마지막이겠구나 손 흔들며 그게 죽은 거라 생각하지 않는 친구를 이해하고 싶다 들려? 나뭇가지 튕기는 소리 쓰고 있던 모자를 벗어 귀를 가져다 대는 소리 나무는 말한다 어두운 수영장을 들여다보면 어떤 물은 조금 희고 어떤 물은 조금 둥글고 또 어떤 물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통증이 되기도
제29회 동대문학상 최우수상김가원(문과대학 영어영문학부 1학년), 소설 「육지의 물방울」육지의 물방울쇼이치는 언제나 내 왼편에 서서 이야기를 했다. 반 뼘 정도 작은 나를 위해 고개를 살짝 숙이고, 나긋한 목소리로 발음을 내뱉고, 내가 제대로 알아들었는지 확인한 후에야 고개를 돌렸다. 내가 한 번에 이야기를 알아듣지 못 해도 짜증내지 않았다. 자신의 발음이 별로였다며 사과하는 쇼이치에게 그렇지 않다는 말을 덧붙이는 게 일상이 된 무렵. 쇼이치는 급히 떠나게 되어 미안하다는 쪽지를 남기고 사라졌다. 쪽지의 글씨는 꼭 어린 아이가 쓴
제29회 동대문학상 대상이은영(일반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문예창작전공 석사 2학기), 시 「돌담 쌓는 사람」 외 2편 돌담 쌓는 사람돌담 쌓는 사람 있었다 그가 처음부터 돌담을 좋아했던 것은 아니다 그저 돌과 돌이 만들어 내는 작은 빛과 틈새를 좋아했다 그의 돌담엔 시멘트가 없다 누군가 세게 부딪히면 그대로 무너져 내리는 유약함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그가 돌 하나를 쥐었을 때 어디에선가 돌 구르는 소리그는 찬송을 부르며 생각한다 언젠가부터 내가 죽은 자의 말을 한다는 것을 이건 자연스러운 것이다 마치 폭포수 아래에서 입을 벌리
대학생활의 終幕(종막)을 내리면서 이렇게 좋은 상을 받게 되어 무엇보다 기쁘다. 상이란 역시 기분좋은 것이다.하지만 아직 결론을 쓰지는 못했다. 아니 本論(본론)도 채 쓰지 못했다. 이번에 심사를 맡으신 교수님들께서 격려의 상을 주신것도 나머지 글을 마저 쓰라는 뜻인 것 같다. 감사를 드린다.어느날 유토피아는 포위를 당했다. 황금과 권력, 俗物主義(속물주의
제19回(회) 人文科學(인문과학) 分野(분야) 當選作(당선작)理想(이상)을 통해 社會(사회)에 대한 理解(이해)시도燕巖(연암)의 이상향, 철저한 비판과 社會性(사회성) 갖춰‘유토피아’는 人間(인간) 中心(중심)의 理想鄕(이상향)을 표현해新秩序(신질서) 摸索(모색)으로 一生(일생)보내實學(실학)은 인간의 尊嚴性(존엄성) 중시理想(이상)없는 사회는 不幸(불행)
사람들이 외로운 이유는 세상에 좋은 이야기들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은 스테이크를 한 장 사먹고, 좋은 청바지를 한 장 산 다음, 그 힘으로 좋은 이야기를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졸업반이 되고나서 무언가에 쫓기듯 영어학원에 다니며 허위로 가득 찬 자기소개서를 써서 몇 군데 회사에 지원해보면서 ‘과연 무엇을 해야 행복할 수 있을까?’라고 몇 번이나 제 자신에게 물었습니다. 그때마다 돌아오는 답은 항상 같았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4년 내내 쓰고 싶다는 마음만 있었을 뿐 이리저리 기웃거리기만 했습니다. 열심히 하는 선후배 동기들을 보며 열등감만 키웠지 막상 몸을 던져본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상은 제게 무엇보다 큰 의미입니다. 학부에서 마지막 학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지금 제 자신
나는 어려서부터 부끄러움이 많았다. 사람을 마주하는 것이 그러했고 그럴수록 더 글에 매달리곤 했는데 그 글마저도 부끄러워 고개를 숙이고 걷는 날이 많아졌다. 부족한 작품 토닥여 느린 걸음에 힘을 실어주신 심사위원님께 감사드린다.나에게 뮤즈가 되어주신 모든 분들과 쓰고자 하는 것을 풀어낼 수 있게 이끌어주신 박형준선생님, 박판식선생님, 이원선생님께 감사의 마
학교 선배들과 밤새 이야기를 하고 난 아침, 전화를 받았습니다. 들어본 적 없는 차분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고 선배가 놀렸습니다.어떤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전화를 받은 후에도 한참동안 잠이 깨지 않았습니다. 아직 자라지 못한 세계를 내 마음대로 그리는 것에 불과한 시로 상을 받아 당황스럽기도 합니다. 잠을 자기 위해 노력하는
조금만 더 다듬었으면 참 좋은 작품이 될 투고작이 여럿이었다. ‘유미건조’는 꽁트 수준의 두 삽화를 병렬시킨 듯한 느낌이 아쉬웠고, ‘안전’은 제목과 결말부분이 좀 맥 빠졌다.‘투입 중단’은 ‘나’를 여성으로 착각하면서 읽게 만들 필요가 없어 보이고, 도입부 첫 단락이 혼란스러웠다. “현실적인 죽음” “본질적인 외로움과 소외감” 등의 표현도 다시 생각했으면
이번에 동대문학상 시부문에 응모된 작품의 편수는 총 34편으로 그다지 많은 편수의 작품이 투고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투고작이 적은 것은 신춘문예 등 각종 문학상의 응모 시기가 동대문학상 시부문의 응모 시기와 중복되어 있어 등단을 지망하는 많은 재주 있는 시인 지망자들이 신춘문예 등의 준비를 위해 투고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신춘문예 투고 시기와 중복되지 않았
뽀얗게 산화된 옛 서라벌 초가의처마를 씻어내리고태고를 자리한 비로봉화강암의 검은 등을 매만지며광란한 황산벌땅거죽을 뒤덮이니불국사 석등을 적시고성인의 소복을 하얗게 물들인맑은 물 한줌이지금 막 용트림 하는 등나무빡빡한 가쟁이에봄을 피우고 있다. 한 하늘을 열고 있다.
오후엔 내내 먼지를 세었답니다창가에 머물던 쇄빙선이 바다를 향해 출발했고걸음이 길을 부술 때마다 저는한없이 목이 길어졌지요유리병입니다얼음으로 가득합니다식지 않는 코코아,쪽지가 흘러내리는 테이블,부서지는 모래알, 튜브를 타고 떠내려 오는라디오 소리에 대해 생각하는 동안 쇄빙선은 하얀 구름을 가르고 있었고,투명한 타일들은 계속 떨어집니다부딪혀 달그락거립니다펭귄
학교와 반대방향, 발을 내딛는 대로 비탈진 길은 어느새 몸속으로 들어와 언니를 걷고 있지 딱딱한 구름의 계단을 오르면 얼굴이 붉어지는 동백숲에 사라진 언니의 신발 한 짝이 벗어져 있어 볕이 들지 않는 열아홉, 언니의 치맛자락에 꽃잎 포개어지고 발목 없는 삭정이들 바람을 붙들어 목에다 두르면 어느덧 겨울 머리카락까지 꼭꼭 숨긴 푸른색 그늘에 꽝꽝 얼어있는 빗
기억해보자. 루가 죽던 날, 내가 무엇을 보았는지.그 날도 별 다를 건 없었다. 그저 가게에서 물을 끓이다 손을 데었고, 살이 익는 고통으로 찻잔을 떨어뜨려 하루 일당을 고스란히 빼앗겼을 뿐이다. 어제와 그제, 한 달 전, 3년 전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었다. 나는 테이프를 가위로 잘라내듯, 시침이 자정을 지나면 오늘이 어제로부터 끊어지는 일반적인 시간개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