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문화재청
 △ 사진= 문화재청

경주와 포항의 접경지대에 있는 형산 정상에는 왕룡사원(現 기원정사)이라는 사찰이 있다. 왕룡사원은 1900년경 경주 백률사에 주석했던 성전(聖典) 스님이 창건했다고 알려져 있으며, 주불전인 무량수전에는 성전스님이 1920년경 포항 포교당에서 이곳으로 옮겨왔다고 전하는 불상 네 구가 봉안돼 있다. 

이곳에 봉안된 불상은 1466년작 목조아미타여래좌상, 1579년작 소조석가불상과 아미타불상, 그리고 조선후기작으로 추정하는 석조보살상인데, 이 중 세 구가 확실한 편년을 가지고 있는 조선 전반기 불상이어서 한국조각사 연구에 매우 귀중한 예로 높이 평가된다.

문명대의 「왕룡사원의 1466년작 목 아미타불좌상 연구」는 경주 왕룡사원 무량수전에 봉안된 네 구의 불상 중 연대가 가장 이르고 왕실에서 후원한 불상인 목조 아미타불좌상을 중심으로 작성됐다. 이 불상은 1466년 팔공산의 미륵사(八公山 彌勒寺)에서 조성돼 1470년 환성사(環城寺)로 옮겨졌고, 1474년에 점안(불교에서 신앙의 대상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종교의례)을 마쳤다. 원래는 삼존으로 조성됐지만, 현재는 본존인 아미타불상만 이안돼 경주 왕룡사원에 전한다.

왕룡사원 아미타불상은 조성부터 점안까지 8년이나 걸리고 있다는 점, 1466년의 연대를 알려주는 조성기를 비롯한 복장품이 다량 발견됐다는 점이 주목된다. 특히 불상의 후원자로는 세조, 예종, 효령대군 등 왕실 인물이 등장한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왕룡사원의 목조 아미타불좌상은 전형적인 조선 초기 불상의 특징을 보여준다. 신체는 세장하고 수척하며, 머리에 육계는 뾰족하고 긴 편인데 큼직한 중앙계주와 함께 후대에 보수됐을 가능성이 있다. 얼굴은 갸름한 계란형인데 백호가 큼직하다. 코는 갸름하면서 단정하고 입은 작고 눈은 가늘고 온화하다. 오른손은 엄지와 중지를 가까이하고 왼손은 내려 마찬가지의 모양을 취하며 아미타불의 하품중생인의 수인을 짓고 있다. 

종합하자면 이 상은 전통적인 고려 양식을 계승하는 바탕 위에 중국의 명대 티베트 계 양식을 수용했는데, 이와 유사한 계통의 상으로는 1458년작 흑석사 아미타불좌상, 1482년작 천주사 목조 아미타불좌상이 있다.

왕룡사원 목조 아미타불좌상은 조선 전기 왕실과 관련된 불상이며, 복장에는 조성기와 중수기(1712), 경전, 다라니 등 조선 전기 불상 연구에 도움이 되는 자료들이 풍부하게 발견돼 당시대 신앙 경향을 파악하는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