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대한민국 국회
△ 사진= 대한민국 국회

  4월10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실시된다. 모든 선거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부각된 민주주의 공고화, 경제발전, 경제민주화 등 특정 핵심의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민의 대표 선출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었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 역시 몇 가지 핵심의제를 지니고 있다. 저성장 및 저출산 해결, 미중 패권 경쟁 속 대한민국 안보 확보 등이 주요 의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번 총선이 지닌 여러 의제 중 이 글은 사회갈등 완화 및 혐오정치 청산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올해만 정치인 피습사건이 두 차례 발생됐는데, 이는 사회갈등 및 혐오정치 심화와 관련 있다. 따라서 혐오정치가 무엇인지를 살펴보고 이번 선거에서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한다.

  혐오는 어떤 대상을 싫어하는 마음을 의미한다. 주로 사람들은 자신과 이질적인 존재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싫어하는 마음을 갖는 경향이 있다. 이 경향이 혐오를 발생시킨다. 그러나 이런 혐오가 공유되지 않고 사람들의 마음속에만 존재한다면 혐오의 감정이 사회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혐오가 겉으로 표현되고, 쉽게 확산되면서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혐오표현은 단순히 혐오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조금 더 구체적인 의미를 지닌다. 혐오표현은 성별·장애·종교·나이·출신지역·인종·성적지향 등 특정 집단의 특징을 이유로 개인과 집단에 대해 부정적 편견을 조장하고 모욕·비하·멸시·위협하거나 차별 또는 폭력을 선전·선동하고 정당화 및 강화하는 표현을 의미한다. 혐오표현은 특히 ‘사회적 약자’와 ‘소수 집단’에게 가해지는 사회구조적 차별과 연결된다. 사회에서 혐오표현이 확산될수록 사회적으로 약한 개인과 집단은 차별받게 되고, 사회적 갈등의 골은 보다 깊어진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혐오표현은 전에 비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과거 시민들은 혐오에 대한 인식은 부족했지만, 정보통신 등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아 그들의 혐오표현이 지인과의 대화 등에서 나타났던 것으로 그쳤었다. 그러나 정보통신이 발달되면서 인터넷 사이트, 블로그, 카페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혐오표현이 과거보다 훨씬 쉽게 사회에서 표현·공유·확산되고 있다. 특히 온라인을 통해 노인, 여성, 이주민 등 사회적 약자 또는 소수 집단에 대한 혐오표현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예를 들어, 노인을 ‘틀딱’으로 부르는 표현, 여성을 ‘된장녀’나 ‘맘충’ 등으로 부르는 표현, 중국인을 ‘짱퀴벌레’ 등으로 부르는 표현, 지방대를 ‘지잡대’로 부르는 표현 등은 현재 한국 사회가 얼마나 혐오표현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쉽게 사용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렇게 혐오표현이 쉽게 확산되면, 사람들이 점점 혐오표현을 부정적으로 인식하지 않게 되고, 보다 많은 사람이 혐오표현을 수용 및 표현하면서 사회 내에서 혐오표현이 더 확산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최근의 많은 연구결과들은 온라인에서 혐오표현에 장기간 노출된 이용자들은 특정 집단에 보다 차별적인 태도를 갖게 되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 사회 내 이런 혐오의 확산은 경제사회적 양극화 심화와 관련 있다. 경제사회적 양극화의 심화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노력해도 자신의 삶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이런 인식은 사람들이 사회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 및 불만을 느끼게 하고, 자신이 속할 수 없거나 자신에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집단 및 계층에 대해서는 적대감을 갖게 만든다. 특히 이런 적대감은 실제 자신이 영향력을 미칠 수 없는 경제사회적 양극화를 발생시키는 주류집단보다는 자기보다 약하다고 생각하는 소수 집단 및 취약 계층으로 향하게 된다. 이런 사회적 흐름이 사회 내 혐오를 확산시키면서 보다 많은 혐오표현이 사회에 나타나고 재생산 된다.

  현재 한국 정치의 화두가 된 혐오정치는 경제사회적 양극화 심화로 팽배해진 혐오정서 및 표현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증가시키려는 정치인의 행태에서 출발한다. 혐오는 정서적 반응으로 인지적 추론에 비해 훨씬 빠르고 후속적인 행위와의 연결성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혐오정서를 가진 유권자가 어떤 정치인이 자신의 혐오정서를 잘 대변한다고 생각되면 그 정치인에 훨씬 적극적으로 지지를 표명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정치에서 다루는 의제들은 주로 개인이나 개인이 소속된 집단의 안녕과 이익에 대한 판단과 관련이 있으므로 이를 혐오정서와 연결할 경우, 정치인은 자기의 경쟁상대에는 공격적이지만 자신에게는 매우 적극적으로 지지를 표현하는 강성 지지층을 확보할 수 있다. 이렇게 강성 지지층 확보를 위해 사회 내 혐오정서를 정치 무대로 끌어올려 대변하는 정치인의 행태를 우리는 혐오정치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총선 과정 속에서도 혐오정치는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여러 정치 지도자들은 상대정당을 범죄인 집단·종북 세력·기득권 수호만을 원하는 운동권 세력 등으로 비난하면서 유권자의 혐오정서를 자극하고 있고, 노인이나 여성을 보호 및 보조하기 위한 정책 폐지를 주장하는 공약 남발 등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혐오정치가 확산되는 것은 한국 민주주의에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혐오정치의 확산은 시민들이 혐오를 사회에 악영향을 미치는 나쁜 행위로 인식하지 못하게 만들고 자신과 의견이 다른 집단에 대해서는 공격성을 갖게 만들어 민주주의의 근간인 협의의 정치가 이루어지지 못하게 만든다. 보다 구체적으로 혐오정치의 확산은 한국 사회 내 사회 자본을 감소시켜 정치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사회 자본은 사회의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신뢰·규범·네트워크와 같은 사회조직의 특징을 가리킨다. 구체적으로, 사회 자본은 시민들이 갖는 자신이 잘 모르는 타인에 대한 신뢰, 사회 제도에 대한 신뢰 등을 가리킨다고 할 수 있다. 사회 내 사회 자본이 충분히 있어야 사회가 협의를 통해 사회 갈등 및 주요 의제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고, 이를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다. 혐오정치를 통해 사회 자본이 감소되면, 사회 내 소통이 어려워져 사회 갈등 및 주요 의제 해결책을 찾기 어렵게 되고, 해결책을 찾더라도 시민들이 이를 신뢰하지 못해 집행이 어렵게 되며, 혐오로 인한 범죄가 증가되고, 사회 내 협력이 어려워져 경제사회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 따라서 혐오정치는 강성 지지층을 확보하려는 정치인의 단기적 정치이익에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사회 전체적으로 큰 피해를 발생시키는 정치행태라 할 수 있다. 현 한국정치에서 주요 정당의 주류 정치세력들은 혐오정서를 기반으로 강성 지지층에 의존하고 있고, 수많은 법안들이 입법부와 행정부 간 갈등으로 대통령 거부권에 가로막히는 등 혐오정치가 많이 확산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이번 총선은 혐오정치를 심판해 정치인들에게 혐오정치를 하지 않는 것이 자신의 정치적 이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어 혐오정치의 확산을 막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앞서 언급한대로 혐오정치 확산은 사회 갈등을 증가시키고, 사회발전을 어렵게 만든다. 지금보다 혐오정치가 더 확산되면 지금 한국의 중요한 의제인 저성장, 저출산, 보호무역 기조, 북핵 등의 안보 문제를 적시에 적절한 방법으로 해결하기 어려워져 한국의 지속적 발전이 어려워 질 수 있다. 22대 총선은 이를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최소한 선거 때만이라도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혐오정서가 팽배한 사회에서는 자신의 혐오정서를 대변하는 정치인을 열정적으로 지지하는 시민도 증가하지만, 혐오만 대변하는 정치에 거부감을 느끼고 정치를 외면하는 시민도 증가한다. 그러나 정치외면은 혐오정서를 가진 시민들의 정치적 영향력만 증가해 혐오정치를 확산시킨다. 오히려 보다 많은 시민이 정치에 관심을 갖고 혐오정치를 하는 정치인들을 선거에서 심판해야 혐오정치의 확산을 막을 수 있다. 따라서 지금부터 우리는 혐오정치를 악용하는 정치인 및 정당이 있는지를 파악하고,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이들을 심판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22대 총선을 시작으로 한국 내 혐오정치 확산을 막고 다시 한국 사회가 제대로 협의의 정치를 바탕으로 발전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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