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 속의 밤

 

이 깊이는 내가 만들었어요

손을 넣으면 만져집니다 

그게 꼭 안전하다는 건 아니지만

 

굴을 파듯이 

벌레처럼 머리를 들이밀고

먹어 치워야 생겨나는 틈으로 

곧 배설물이 쌓이고 

몸이 꽉 끼게 될 그 틈을 

깊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만들었습니다 가져다 붙이고

구입도 해봤고요 

그건 누가 버리고 간 거지만 

이 주머니 속에 깊은

밤이 있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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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실제로 어딘가에 누워서

 

주머니에 손을 넣고

밤이 여기 있다는 듯이

내가 그걸 가졌다는 듯이 잠깐

 


남현지  시인

<시인 소개>

2021년 창작과 비평 신인상 시 부문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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