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붙잡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마포구의 붓카케우동 전문점 <미나미>에서는 인원 수에 맞게 메뉴를 시킬 경우 면을 얼마든지 리필해준다

  배가 불렀지만 세 번째 리필을 시켰고 결국 다 먹지 못할 거라는 확신이 들자

  집에 싸가서 간장을 뿌려 먹으면 끝까지 즐기고 활용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 또한 들었다

  점원이 비닐봉지를 든 내 손목을 붙잡았고 나는 붙잡을 수 있는 게 없는 상황이었다

  안이 너무 더워서 밖에서 먹으려는 거예요, 그러자 점원, 문을 활짝 열어주며, 그럼 이 앞에서 드셔보시라고

  좋지…… 그런데

  마을버스 정거장 이름은 누가 얼마나 오랜 시간에 걸쳐 짓는 것일까 마을버스가 겨울의 언덕 도로를 지나갔다

  교회의 네온사인은 외롭게도 빛나고 붕어빵 장사는 요즘 시장 규모가 어떠한가 비닐봉지 안의 면발은 아직도 탱글탱글하네

  점원은 어디 한번 드셔보시라고 윽박지르는데 목도리까지 했는데도 춥고 안으로 들어가고 싶고

  나는 왜 이런 거짓말을 치면서까지 우동을 가져가려고 하는 것인가 생각이 들기보단 지나간 옛 12월에 대한 생각

  12월 중에서도 아주 오래된 12월, 성탄마차들처럼 이어지던 양화대교 북단으로 자동차들의 행렬, 한강 크루즈선의 어둔 깃발

  플레이리스트에서 잃어버린 노래들, 사랑했던 그 가수, 고음이 약해서 살아생전 그 캐롤 완창한 건 그 무대가 유일했지

  생각하며, 점원에게 비닐에 든 우동 면발을 던져버렸던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미나미>를 지나갈 때면 내가 벌인 우동 도둑 사건보다도 딴 생각이 먼저 든다

  그 점원이 난생 처음 인식하였을 폭설 같은 것

  눈앞에 펼쳐지는 현실임에도

  내 손으로는 어찌 할 수 없는 것

  펄펄 눈이 내리는 대공원 너머로 사라진 개들

  이제 더는 만날 수 없게 된 

  아름다웠던 사람들

  하얀

 

  나지환 시인

  <시인 소개> 

  2023년 제3회 계간 파란신인상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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