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디어에서 외국인을 희화화하는 장면, 그리고 그것을 불편하게 바라보지 않는 대중의 반응을 보면서 묘한 불편함을 느끼곤 한다. 코미디 프로그램 ‘SNL 코리아’의 ‘위켄 업데이트’ 코너에는 베트남에서 온 유학생이자 아이돌 지망생 겸 리포트인 응웨이(배우 윤가이)라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해당 코너는 응웨이가 한국인 앵커와 대화를 나누는 방식으로 내용이 전개되는데 응웨이라는 캐릭터를 형상화하는 방식이 조금 이상하다.

응웨이는 꽃무늬 원피스 위에 노란 자켓을 걸치고 어눌한 한국어 발음으로 리포트를 진행한다. 그는 리포팅 도중 SNS 챌린지를 하거나 앵커의 말을 듣지 않고 자신의 대만 여행기를 이야기하는 등 엉뚱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이때 당혹을 금치 못하거나 폭소하는 주변인의 모습이 클로즈업 된다.

응웨이는 왜 이렇게 새삼스럽고 유별나게, 그리고 주변인에게 부담까지 주는 인물로 묘사되는 걸까? 다른 사람의 말투나 행동을 과장해서 따라하고 희화화되는 것은 분명 무례한 일인데 그것이 베트남 사람에 한해서만 용인되는 저의가 궁금했다.

응웨이는 ‘후진국, 국제결혼, 베트남 전쟁, 유별남’ 등 우리사회가 베트남에 대해 갖는 고정관념과 감정을 응축시켜 만든 캐릭터일 것이다. 그리고 대중이 응웨이의 묘사를 보고 불편함을 느끼기보다 폭소할 수 있는 이유는 개발도상국을 은근히 무시하며 우월감을 느끼는 여론이 우리사회의 주류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선 아직까지 겉으로 드러나는 배척과 무시만 차별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응웨이를 희화화하는 것과 같은 은근한 무시 역시 미묘한 차별에 해당한다. 가끔 베트남 사람에게 남한의 고속 성장과 경제력을 은근히 과시하거나 베트남과 비교하는 모습도 보곤 하는데, 이것이 미묘한 차별임을 인식하는 경우는 아직까지 많지 않은 듯하다.

한국 사회에 적응하는 과정에 있는 외국인의 모습이 희화화되는 것이 당혹스럽고 심지어 불안하기까지 했다. ‘언젠가 한국에 오고자하는 외국인이 아예 없어지는 것은 아닌가?’ 이방인을 배척하 는 우리 사회가 부끄러웠고, ‘내가 외국에 나가면 그들도 나를 유별난 사람으로 보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 불안했다.

사실 필자가 이렇게 영상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 에 없는 이유는 필자 역시 언젠가 한번 이 미묘한 인종차별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필자는 초등학생일 때 미군과 함께 동네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는 환경정화활동을 했다. 필자가 영어로 이야기를 나누자 “영어를 잘한다”면서 “어떻게 영어를 배웠냐 ”라는 질문을 받았는데 여기에 뭐라고 답해야 할지 한참 고민을 했던 기억이 있다. 어렸을 때부터 미군기지가 있는 평택에 살아서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인식했고, 별 생각 없이 그냥 말을 한 것일 뿐인데 그 행동을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무척 낯설었다. 상대방은 내게 불쾌감을 줄 의도가 전혀 없었고 오히려 “영어를 잘한다”는 말을 가벼운 칭찬으로 여기는 듯 해서 멋쩍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나는 나의 행동이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에게 평가와 호기심의 대상으로 간주되는 게 불편했고, 자연스러운 현상을 굳이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귀찮아서 점점 입을 닫게 됐다.

인종차별은 인종 집단에 따라 행동 특성의 차이나 우열이 존재한다는 신념이나 이에 기반한 행위를 가리킨다. 우리사회에서 아직까지 인종차별은 노골적이고 명백한 적대감을 드러내는 것만이 인종차별이라고 인식되는 듯하지만 특정 인종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편견 혹은 부정적인 가정을 하는 것 역시 차별 중 하나이다. 특히 어색한 한국어 억양의 희화화가 용인되는 것은 우리사회에 동남아시아에 대한 은근한 멸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억양과 같은 개인의 특성과 다양성을 인정하기보다는 소수가 주류 사회에 그대로 흡수되기를 바라는 시선도 담지돼 있다.

혹자는 ‘이런 미묘한 것도 차별일 수 있냐’며 문제를 제기한 사람의 예민함을 비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미묘한 인종차별을 왜곡하고, 부인하며 차별을 무효화하는 행위 역시 이미 차별에 속하지 않을까. 예민함이 불편함을 초래한다는 믿음을 깨고 우리사회에 미묘한 차별을 불편하게 인식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날을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