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세대’의 학습 결손에 대한 학부모들의 우려가 커지면서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원격수업으로 인해 학력 격차가 심해져 사교육 수요가 늘어났고, 그 결과 초·중·고등학생들이 학원으로 몰리고 있다는 것이 그 기사의 중심 논지였다. 사교육 시장과 코로나19의 상관성을 정치하게 분석한 내용이 상당히 흥미롭게 다가왔지만 그보다 더 내 눈길을 끈 것은 ‘코로나 세대’라는 신조어였다. ‘OO세대’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는 시대에 코로나세대는 정확히 어떤 세대를 가리키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포털사이트 정보에 따르면 코로나세대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은 세대”를 뜻하며 지칭하는 대상이 매우 다양하다. 펜데믹 시기에 학창시절을 경험한 세대나 취업, 혼인, 출산을 앞둔 세대 등을 모두 코로나세대로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심각한 전염병이 우리의 일상에 미친 파급력을 생각해본다면 ‘코로나세대’라는 신조어의 탄생은 그리 놀라운 사건은 아니다.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들을묶어서 동시대의 정치·사회·문화 문제를 바라보는 일은 한국에서 아주 익숙한 현상이 되었으니까. 최근 미디어에 자주 등장하는 ‘MZ세대’를 비롯해 ‘전후세대’, ‘386세대’, ‘X세대’, ‘88만원세대’ 등 ‘OO세대’를 중심으로 전개된 담론은 특정 연령대의 공통된 상황과 성향을 파악할 수 있는 주요한 수단으로 자리해왔다. 이러한 현상은 문학장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신세대’ ‘한글세대’, ‘4.19세대’와 같은 말들은 한시대의 작품 경향이나 작가들의 논쟁을 이해할수 있는 유용한 키워드로 작동했다.

  하지만 ‘OO세대’는 다수의 사람들을 집단으로 대상화하여 편의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용어이다. 나의 경우에도 지금의 대학생들을 MZ세대로 바라보고 MZ세대 담론의 틀에서만 그들을 쉽게 이해하려 했었다. 이런 행동의 기저에는‘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하니까 나도 그래도 된다’, ‘세대 담론만큼 무난한 것은 없다’라는 안일한 사고가 있었을 것이다. 고정화된 세대 담론에 의존하면 개개인의 성향과 다양성은 상대적으로 경시될 수밖에 없는데도 말이다. 텍스트에 접근할 때는 여러 가지 방법론을 동원해 작가의 개성과 작품의 고유성을 살펴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학생들에게 힘주어 강의를 했으면서 정작 학생들을 마주하는 동안 나는 개성과 고유성이 지닌 가치를 간과했던 것이다.

  20대 초반의 한 래퍼가 방송에 출연해 MZ세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역설하는 장면은 내게 인상적으로 남아 있다. 그는 MZ세대는 기성세대가 만든 용어이지 20·30대가 만든 용어가 아니며, 기성세대의 입장으로 20·30대를 정의하는 현상을 굳이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 래퍼의 말에는 호명하는 주체와 호명당하는 객체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지만 누군가는 그의 말을 듣고 기성세대의 시각을 거부하거나 비판하는 것도 MZ세대의 특징이라고 주장할는지 모른다.

  세대에 대한 분석을 적절하게 활용한다면 사회적 갈등이나 문화 현상을 보다 다각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나이에 따른 서열을 중요시하는 한국 사회에서 세대 담론이 유독 강하게 발현되는 것 같다는 생각은 나만의 생각일까? 20년이 지난 뒤 지금 MZ세대로 불리는 이들은 20·30대들에게 ‘OO세대’라는 이름을 붙일까? 아이부터 노인까지 모든 국민들이 팬데믹 시기를 경험했는데 젊은 세대만을 코로나세대로 규정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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