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BBS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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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도 인제군 소양강변에는 ‘소양강 처녀상’으로 불리는 7M에 달하는 동상이 있다. 2005년 춘천시가 국민 애창곡으로 꼽히는 트로트 대중가요 <소양강 처녀>(1969)를 기념하면서 소양강 홍보 효과를 위해 건립한 이 동상은 소양강 풍경과 조화를 이룬 대중문화 기념물이기도 하다.

  10여 년 후인 2017년, 그 동상과 그리 멀지 않은 소양강변에 또 다른 동상이 건립되어 사진 찍기 배경용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2년간 공사 기간을 거쳐 조성된 문화공원에 등장한 이 동상은 ‘마릴린 먼로 in 인제’라는 작품명을 갖고 있지만, 속칭 ‘소양강 처녀 (먼로)’로 불리기도 한다. 실제 먼로의 키와 유사한 높이의 이 황동상은 ‘섹스 여신’으로 불리던 먼로 이미지의 대표작으로 통하는 <7년 만의 외출>(1955)에 등장하는 가장 도발적인 이미지를 상기시킨다. 뉴욕 지하철 환기구에서 불어 나오는 바람에 펄럭이며 올라가는 흰 원피스 치마를 붙잡는 먼로의 포즈를 형상화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계획과 완성된 동상에 대한 누리꾼의 불만과 비판적 기사가 이어져도 치마가 올라간 먼로의 황동상은 건재해 그 옆에서 기이한 구경거리를 기념하며 사진 찍는 방문객들의 사진들이 인터넷 공간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마릴린 먼로가 소양강 처녀냐?” “마릴린 먼로 고향이 소양강인가? 소가 웃을 일이네!” “황금 개띠해다. 개동상도 만들어 세워라~! ”같은 비판적 반응에 대해 원주지방 국토관리청 관계자는 “1954년 미군 부대 위문공연을 왔던 마릴린 먼로의 인제 방문을 스토리텔링 해 먼로 동상을 세운 것”이며 “인제군의 요청도 있었고, 관광객 유입 활성화를 위한 지역 관광 콘텐츠 발굴에 기여했다”는 점을 건립 취지로 밝히고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스토리텔링에는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성차별적 시각쾌락 메카니즘이 작동하고 있다.

  2011년 미국 시카고에도 동일한 먼로 이미지를 재현한 8M짜리 동상이 번화가 파이오니아 광장에 등장했다가 10개월만에 철거된 적도 있다. 여행정보 웹사이트 ‘버추어 투어리스트닷컴’은 이런 먼로동상을 “세계 최악의 공공 예술 작품 1위”로 평가했고, “성차별적이고 상업적인 전시물인 동시에 시카고 풍경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젠더 관점의 비판이 작동한 결과이다.

  이런 세계 속에서 젠더의식 후진국에 속하는 한국에서는 관광객 유치 차원에서 상징물로 여전히 섹스여신 먼로 동상을 이용한다. 이 동상은 “지역 관광 콘텐츠”라는 기능으로 소양강변의 기념물로 자리 잡고 있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SNS에서 “먼로는 강원도 인제에 온 것이 아니라 단지 미군기지 하나에 온 것뿐”인데 “이런 것을 기념이라고 여기는 설치자들의 수준이 놀랍다”고 한 비판은 최근 동상 철거 논란에서 철거해야 할 대상이 바로 먼로 동상과 같은 것이란 점을 깨우쳐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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