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불교 종립 대학인 우리학교에서는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 보면, 곳곳에서 불교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행사들이 마련돼 있다. 이에 지난 9일 부터 1박 2일 간 진행된 명찰순례와 매주 수요일 학림관에서 개최되는 사찰음식 조리 강좌를 직접 찾아가 보았다. 편집자

마음을 비우고 불교를 ‘느끼다’

명찰순례 동행 취재기

전남 순천 조계산 자락에 새둥지처럼 아늑하게 자리잡고 있는 송광사. 고려시대 한국불교를 중흥시킨 보조국사지눌 스님이 도를 닦았던 곳으로 유명한 이 사찰은 우리나라 삼보사찰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명성 이전에 이 곳은 대표적인 우리학교 17개의 건학 기여 사찰 중 하나라는 점에서 동국의 구성원들에게는 더욱 의미가 깊은 곳이기도 하다.
학교를 출발해 5시간 정도를 달려 도착한 사찰에서 일행을 처음 반기는 것은 암흑과 적막이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참가자들 모두 숙연한 절의 분위기에 저절로 말을 잃고 발걸음 역시 한걸음, 한걸음 조심히 딛으려 애를 쓴다. “스님들은 새벽 3시에 아침 예불을 드려야 해서 9시 이전에 모두 수련을 마치고 잠자리에 드는데 이렇게 늦게 찾아오시면 어떡합니까”라며 밤 11시를 훌쩍 넘은 시간에 도착한 일행들을 꾸짖는 한 노스님. 하지만 이내 학생과 직원들의 잠자리를 직접 안내해 주는 모습에서 산사의 엄격함과 자비로움이 느껴진다.

“그동안의 생활을 반성해 보려고 참가했어요”

각자 짐을 풀고 수련회와 템플 스테이 등을 위해 절을 찾는 수련생들을 위해 따로 지어진 법당에는 학부생, 대학원생, 교직원 등 40여명의 다양한 학내 구성원이 모여 있다. 어색한 분위기를 걱정하며 법당 앞에서 들어가기를 망설이는 몇몇의 학생들과는 달리, 이미 법당 안 곳곳에서는 처음 만난 옆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참가자들이 눈에 띈다. “우리학교 천주교 동아리 회장인데, 불교 종립 학교에 다니는 학생으로서 불교에 대해 더욱 많이 알고 싶다는 생각에서 참가하게 됐어요”, “졸업을 앞두고 있는 만큼 그동안의 대학생활을 반성하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고 싶어서 찾았습니다” 통성명을 위해 한명씩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학생들의 참가 계기는 다양하기도 하다.
어둠이 채 걷히지 않은 새벽. 아침 예불을 알리는 북 소리가 고요한 산사에 울려 퍼지자 스님들과 참가 학생들이 엄숙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대웅전에 모여든다. 뒤로는 웅장한 산과 앞으로는 맑은 계곡물이 흐르는 대웅전을 바라보고 있으면 가만히 있기만 해도 마음이 꽉 차 오른다.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스님들이 처음 들어보는 법문을 외울 때에는 가만히 책을 바라보던 학생들이 익숙한 법문이 흘러나오자 서툰 솜씨로 목탁 소리에 맞춰 소리를 내보기도 한다. 예불이 끝나고 경내에 있던 모든 조명이 꺼지며 ‘적막’의 시간이 밀려오자 모든 참가자들은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참선의 시간을 갖는다. 몸을 곧게 세우고 진지하게 참선에 임하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마음속 번뇌를 지우고자 하는 학생들의 노력이 엿보인다.
“자, 지금부터 죽비 소리에 맞춰 108배를 시작하겠습니다” 한 명의 학생도 불평 없이 두 손을 가슴에 모으고, 처음 접하는 학생에게는 조금 벅차게 느껴질 수 있는 108배를 시작했다. 빠르게 진행되는 속도에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학생들의 거친 숨소리가 적막한 대웅전을 감싸고 돈다. 오로지 자신이 임하고 있는 수련에만 집중하고 있는 참가자들의 모습에서 불현듯 목적을 가지고 진행하는 수련이나 명상은 이미 수련이 아닌 집착일 뿐이라고 말했던 한 스님의 법문 내용이 떠올랐다.
108배를 마치고 대부분의 학생이 경내를 빠져나가고도 일부의 학생은 조용히 눈을 감고 명상에 잠겨 있거나 계속 절을 하기도 하는 모습에서 학생들의 진지함이 전해져 온다.

“건학기여 사찰을 찾은 학생들, 대견해요”

아침 예불을 마치고 새벽 6시가 되자 참가자들은 삼삼오오 공양간(식당)에 모여들었다. 뷔페식으로 차려져 있는 식단은 스님들의 음식인 검은 죽과 물김치, 나물 등 조촐하지만 정갈함이 느껴진다. 식사를 하던 양아라(영문3) 양은 “평소 잘 접해보지 못했던 스님들의 음식이 산사의 분위기와 어우러져서인지 더욱 맛있는 것 같다”며 처음에는 조금 꺼리던 검은 죽 한 그릇을 모두 비우며 밝게 미소 짓는다. 실제로 일부 템플 스테이 등의 사찰 체험에서는 소리 없이 음식을 다 먹고 자신의 밥그릇에 물을 받아 김치 조각으로 밥과 국, 반찬그릇을 씻고 난 후의 물을 깨끗이 다 마시는 발우공양으로 참가자들을 수행시키기도 한다.
날이 밝아오자 그동안 암흑 속에서 빛을 드러내지 않던 사찰 주변 경관이 속속 제 모습을 드러낸다. 웅장한 산에 고즈넉하게 자리 잡고 있는 산사 풍경에 참가자들은 절로 감탄사를 내뱉는다. 이 절의 신도회장으로 있는 곽종형 씨는 우리학교 경찰행정학과 곽대경 교수의 부친으로 그 누구보다 참가자들을 반갑게 맞는다. “동국대가 내년에 100주년을 맞이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건학 100주년을 앞두고 이렇게 건학 기여 사찰을 학내 구성원들이 직접 찾아온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찾아온 학생들이 대견하네요”라며 사찰의 경 내, 외를 직접 학생들과 함께 돌며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설명 중에 특히 참가자들의 발길을 머물게 한 곳은 사찰 한편에 자리 잡은 아담한 규모의 박물관. 70여평 규모의 박물관은 목조삼존불감 등의 국보 3점과 보물 13점 등이 전시돼 있을 정도로 규모에 비해 깊은 역사를 지니고 있는 곳이다. 학생들은 전시품 하나하나를 주의 깊게 살펴보며 관리자에게 직접 질문도 하며 큰 관심을 보인다.

특화된 문화행사로 나아가길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기회가 되면 다음에 한번 더 찾는 것으로 하고 얼른 각자 짐을 챙겨서 나오세요” 재촉하는 진행자의 말에 참가자들은 아쉬움을 남긴 채 금산사로 향한다. 일행들은 1박 2일에 2곳의 사찰을 순례해야만 하는 빡빡한 일정이 부담스럽다는 눈치이다. 무거운 눈과 발걸음을 이끌고 일행들이 도착한 곳은 전라북도 김제에 위치한 금산사. 금산사 역시 대표적인 우리학교의 건학기여 사찰이다. 이 사찰에서는 자원봉사자인 사찰의 보살이 직접 학생들과 절 곳곳을 돌며 역사와 의의 등을 설명해 주었다. “어디 학교에서 온 학생들이에요”, “학생들이 이렇게 절에 찾아와 직접 참여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네요”. 사찰을 찾은 신도들은 무리 지어 다니는 학생들의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본다.
반갑게 맞아 주던 금산사 대명스님의 법문을 마지막으로 짧은 금산사에서의 시간을 뒤로한 채 참가자들은 서울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싣는다. 1박 2일 쉴 틈 없는 일정에 지칠 법도 한데, 모두들 표정에는 평온함이 가득하다. “사찰 체험은 다른 학교에서는 참여할 수 없는 행사인 만큼 졸업 전에 참가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하다”는 한 참가자의 말을 들으며 올해로 13년을 맞는 사찰체험 행사가 우리학교만의 특화된 문화 행사로 자리 잡아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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