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으로 가는 길

 

극장으로 가는 길은

극장에 갈 수 있도록

극장에만 갈 수 있도록

극장에도 갈 수 있도록

극장뿐만 아니라

극장이 아니어도

갈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갈 수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갈 수 없는 사람들이 있었다

 

극장으로 가는 길은 부드러워요

푹푹 빠져요

 

육교를 내려오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고

그 소리가

극장에 도착해서 영화를 관람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 침대에 누울 때까지

귀로부터 멀어지지 않았다

 

나는 극장에 누워

나는 침대에 누워

그 웃음소리는 대체 뭐였을까

생각하다가

다시

극장으로 가는 길에

놓여

극장으로 가는 길은

지루하구나

육교를 내려오며 크게 웃었다

 

풍선을 쥐고 있는 사람의 손에서 풍선이 떠나가는 모습을

꼭 보고 싶었다

그러려면

계속해서 걸어야 했다 영화에는 그런

장면이 전혀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목적지가 분명한 상태로 길을 걷는다는 것은요, 왼손이든 오른손이든요, 손안에서 공깃돌을 굴리는 것과 몹시 흡사한 겁니다.”

 

인상이 흐린 엑스트라가 불쑥

연기 중이던 주연 배우들 사이로

고개를 내밀고

이렇게 말했다

 

그것이 하나의 설정이라는 점이

무척 아쉬웠습니다

라고 나는 리뷰를 남겼다

 

극장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비어버린

건물 안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가

천천히

바깥으로 새어나가고 있었다

 

그것이 웃음소리와 다르지 않았고

다시

귀로부터 멀어지지 않았다

 

변함없이

극장으로 가는 길에

 

쓰러진 나무와 쓰러진 나무에 붙어 있던 수십 개의 버섯들

그 옆을 지나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버섯과 관련 있게 되고 버섯과 동시적으로 존재하게 되고 마침 그때 그 옆을 지나가고 있던 사람의 손에

참외가 든 봉투가 들려 있었고

 

이 모든 게 한 장면 안에

담겨 있다는 것이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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