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 : Pixabay |
무슨 얘길 했더라 우리하려던 게 뭐였지?
세상이 우릴 집어삼키더라도 아마
네가 슬퍼할 때그것에 공감하고 싶었지만부족한 거 같아 나는
크리스마스이브였고 좋은 사람이 되려 할수록 안 좋은 사람이 되었다
감당할 수 없는 일이감당할 수 있는 일보다 많아서모두우스꽝스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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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고 중소기업에 다니고일 년 소득이 기준치보다 낮고 이자는꼬박꼬박 낼 수 있다 증명하기 위해연차 휴가 두 번 내고 서너 번점심 거르고 은행에 갔었다
돌려받을 보증금, 사회생활 시작하고 모은 돈 얼마, 아버지에게 빌린 오백만 원, 어머님께서 마이너스 통장에서 꺼내준 이백사십만 원 등으로 1994년 완공한 아파트 전세 잔금을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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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를 뒤덮었던 눈이모두 녹았다눈부신 아스팔트 도로
원래 있었으나사라진영혼 같은 것, 혼령 같은 것
사람들은 내가인생을 던져버렸다고 오해했다이룰 게 없는 나이였는데
첫 번째 삶이 망하는 건흔한 일이고두 번째 삶은 다를 거라는 징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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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있을 것이다 내가 있을 것이다 문 열면잘못과 자꾸 짓궂은 농담이었다고 하는
<시인 소개>
2013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을 수상했다. 제10회 조영관 문학창작기금을 수혜했다. 창작동인 ‘뿔’로 활동 중이다. 시집 『나는 벽에 붙어 잤다』, 동인 시집 『한 줄도 너를 잊지 못했다』를 펴냈다.
최지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