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 : gettyimagesbank.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이후 갑 중의 갑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기자들도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취재활동을 합니다. 이 법의 적용 대상에 공무원이 아닌 사람으로는 사립학교 교원과 함께 언론인이 포함됐고, 기존 공무원들과 달리 사실상 처음으로 전면적인 제약을 받기 때문입니다. 기자가 워낙 많고 출입처마다도 분위기가 달라 단순화하기는 어렵지만 기자들 대부분은 자신의 취재 활동이 적절한지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법원과 검찰 등을 담당하는 법조기자인데 대법관을 만나도, 대형 로펌 대표를 만나도 식사비가 3만원이 넘으면 더치페이를 하고 있습니다.

  청탁금지법 시행 1년을 맞이해 이른바 3·5·10 가액 개정을 요구하는 의견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때 이른 논의라고 생각합니다. 청탁금지법 시행령 제45조를 보면 ‘국민권익위원회는 다음 각 호의 사항에 대하여 2018년 12월 31일까지 그 타당성을 검토하여 개선 등의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다음이라는 것은 ‘사교·의례 등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경조사비·선물 등의 가액 범위’, ‘수수가 제한되는 외부강의 등의 사례금 상한액’ 두 가지입니다. 내년에는 이 가액에 대해 논의할 수 있도록 법이 예정하고 있는데, 이 시기를 당기는 것은 법의 근본 의미까지 흔드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농축산물 등 일부 업종을 청탁금지법의 예외로 인정하자는 주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행 청탁금지법으로도 직무관련성이 없으면 20만 원짜리 한우세트를 받아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직무관련성이 없는 이상 한 번에 100만원 이하의 금품은 수수가 가능하고, 회계연도마다 300만 원까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직무관련성이 없으면 식사도 3만 원 아니라 30만 원도 가능합니다. 그래서 예외를 두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직무관련성이 없으면 한우나 굴비를 선물할 수 있는데 이를 더 완화한다는 것은 직무관련자에게도 한우나 굴비를 선물할 수 있게 하자는 뜻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참고로 저는 청탁금지법의 제안자인 김영란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 인터뷰집 <김영란법, 김영란에게 묻다>를 최근 펴냈습니다. 여기에서 김영란 석좌교수도 개정 논의에 반대의견을 냈습니다. “청탁금지법에 보면 직무와 관련하지 않으면 100만 원 이하의 선물이나 접대는 얼마든지 허용되거든요. 그래서 제가 사람들에게 그런 얘기들을 하면, 직무와 관련하지 않는데 한우나 굴비 같은 고가선물을 하는 사람이 누가 있느냐고들 하셔요. 그러다 보니 그런 업종에 타격이 있는 거겠지요. 그럼 직무와 관련되어 있으나 일부 업종을 보호하기 위해서 고가선물을 하는 건 모른 척해야 하는 걸까 생각해 보면 그건 곤란하다는 답이 나오잖아요.”

  청탁금지법은 다른 방향에서 보완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청탁금지법 입법과정에서 빠진 이해충돌방지 부분이 추가되어야 합니다. 청탁금지법의 원안은 크게 세 줄기로, 부정청탁금지, 금품수수금지, 이해충돌방지였습니다. 원안의 취지는 금품수수와 부정청탁만 막아서는 안 되고 그 직위를 이용해 사익을 추구하는 다른 유형을 모두 막으려 한 것입니다. 공직자가 공적인 직위를 이용해 사익을 추구하는 것을 근본적으로 막자는 뜻입니다. 하지만 국회가 2014년 세월호 사고 이후 서둘러 입법하면서 이것까지 심의하기는 너무 바쁘다고 해서 일단 부정청탁과 금품수수를 금지만 넣은 불완전한 상태입니다.

  민간에 대한 공무원의 부정청탁도 청탁금지법에 포함하는 것을 고려해야 합니다. 현재 공무원이 개인의 부탁을 받아 민간기업에 청탁해준 경우 뇌물죄로는 처벌할 수 없습니다. 가령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최순실 씨의 부탁을 받아 현대자동차에 KD코퍼레이션을 도와주라고 요구한 사례가 있습니다. 검찰은 직권남용·강요로만 기소했는데 유죄가 선고될 지조차도 두고 봐야합니다. 이렇듯 공무원들이 청탁을 받거나 다른 공무원에게 청탁을 전달하는 것과 달리 민간에 청탁을 하는 부분은 처벌하기가 어렵습니다. 청탁금지법의 취지를 살리려면 이 부분이 포함되도록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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