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rett Ryder 일러스트.
     

  2018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6.4% 인상된 7530원으로 결정됐다. 한편에서는 내심 바랐던 10,000원에 많이 못 미쳐 실망스럽다는 의견도 들리고, 다른 쪽에서는 소자본가나 자영업자들에게 큰 부담이 될 정도로 올라 우려스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세상일이 그렇듯 모두를 만족시키는 결정이란 애초에 불가능하다. 결국은 누구를 위한 정책을 펴는가의 문제인데, 마르크스 <자본론>의 해설서인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저자로서 최저임금 논란을 보며 <자본론>에 나오는 시니어의 ‘최후의 한 시간’이 떠올랐다.

  영국에서 노동자들이 노동시간을 하루 11시간 30분에서 10시간으로 단축하려고 대규모의 운동을 전개하던 19세기의 얘기다. 자본가들은 당연히 노동시간 단축에 반대하고 나섰다. 만약 노동시간을 11시간 30분에서 10시간으로 단축하면 영국 산업은 이윤을 내지 못해 망해버릴 것이라는 협박을 했는데, 그러한 자본가들의 주장에 이론적 뒷받침을 했던 사람이 당시 옥스퍼드대학의 시니어 교수였다. 시니어 교수는 이런저런 계산을 통해, 자본가가 벌어들이는 이윤은 노동자가 하루 11시간 30분 동안 일하는 시간 중에서 최후의 1시간에서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노동시간을 10시간으로 단축하면 자본가는 이윤을 얻지 못하고 결국 공장은 문을 닫게 된다는 얘기였다.

  그런데 시니어 교수가 21세기의 영국에 온다면 어안이 벙벙해지지 않을까? 지금 영국의 노동자들은 시니어 교수가 그런 주장을 하던 시기보다 훨씬 짧은 시간만 노동하고 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으나 영국의 공장들은 여전히 잘 돌아가고 있으며, 영국은 선진국으로의 위상을 여전히 잃지 않고 있다. 시니어 교수는 이런 영국의 모습을 보며 뭐라 변명할까? 마르크스는 <자본론>에서 시니어 교수의 주장이 왜 틀릴 수밖에 없는지를 날카롭게 분석했다. 노동시간을 그 정도 단축해 봐야 단지 자본가가 획득하는 이윤 중 극히 일부만이 노동자에게 이전된다는 것을, 노동가치론의 토대 위에서 수학적으로 증명했다.

  21세기 한국의 최저임금 논란을 보며 19세기 영국의 노동시간 단축 논쟁이 겹쳐 보이는 것이 우연은 아닐 것이다. 당시 영국의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이 하루 고작 10시간만 일한다고 ‘노동귀족’이라고 불렀을까? 그렇다면 현재 영국의 노동자들은 ‘노동황제’ 아닌가. 아무튼 최저임금을 7530원으로 올렸다고 해서 과연 소자본가와 자영업자들이 망할지 안 망할지는 한 번 두고 봐야 할 일이다. 하지만 19세기 영국의 노동자들이 노동시간 단축으로 삶의 질이 향상되었듯이, 적어도 21세기 한국의 최저임금 받는 노동자들은 분명 조금은 행복해질 것이라 생각한다.

  게다가 솔직히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그동안 어느 정도 올랐다고는 하지만 여타 선진국에 비해서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선진국들은 최저임금 수준도 우리보다 높지만 무엇보다도 사회복지가 잘 갖춰져 있다. 예컨대 무상의료, 무상교육 등의 복지정책이 실시되고 있는 나라에서는 의료비와 교육비 때문에 추가적인 지출이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떤가? 사회복지가 상대적으로 취약해 의료비와 교육비 중 상당액을 자신의 수입으로 해결해야 한다. 운이 좋아 다른 나라에서 태어났다면 사회복지정책을 통해 제공받았을 이런저런 서비스를, 한국의 최저임금 받는 노동자들은 자신이 번 돈으로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는 의미다.

  사회복지 시스템이 허술하다면 임금이라도 넉넉해야 할 텐데, 취약한 사회복지 시스템에다 최저임금까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니 대한민국에서 저임금 노동자로 산다는 것은 참으로 비극적인 일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최저임금이 예전보다 조금 가파르게 올랐다고 목에 핏대를 세우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을 어떻게 봐야할까? 제발 우리 지금부터라도 적어도 사람은 헐값에 쓰지 말자.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는가. 그렇게 최저임금이 과도하게 많아 보이는가? 그러면 당신이 그 임금 받고 일하겠나? 아니면 당신의 자식이 그 최저임금 받고 일하기를 바라는가? 그런 것도 아니면 좀 자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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