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자연예인의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로 인해 다시금 우울증이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되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21세기에 인류를 괴롭히는 10대 질병 중 하나로 우울증을 꼽았다. 우리 나라 역시 전 국민의 8%인 약 320만명이 매년 우울증에 시달린다는 통계가 있을 만큼 우울증은 ‘현대인의 역병’이 돼버렸다.
우울증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얼굴은 웃고 있지만 마음은 절망감으로 우는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이다.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이 심각한 것은 숨겨진 우울증의 극단적인 증상 중에 자살 충동이 있기 때문이다. 자살자의 45~70%가 우울증 환자였으며 우울증 환자의 20%가 자살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통계는 현재 의학적 질환 전체를 놓고 보더라도 그 사망률이 대단히 높은 것이다.
우울증은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유발될 수 있는데 그 중에서도 심리적 요인스트레스와 사회환경적 요인스트레스가 복합적인 원인이 된다.

우울증의 심리적·사회적 원인

우울증의 심리적 요인스트레스에 대해 심리학자 에릭슨(Erickson)은 우울증을 경험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역할과 인생의 목표에 대해 적절한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감정적이고 충동적이며 불확실한 상태를 느끼면 자신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심리적인 갈등에 직면하는 ‘정체성 위기’를 경험하게 되고, 이때 우울증을 겪게되며 더 나아가 극단적인 방법인 자살이나 반사회적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고 하였다.
한편 사회환경적 요인스트레스에 대해 사회학자 뒤르껭(Durkheim)은 자신의 유명한 저서 ‘자살론’에서 어떤 고통스러운 위기, 또는 좋은 일이라 하더라도 너무 갑작스런 변천으로 인해 혼란을 겪을 때에는 사회가 기존에 담당했던 정치적·경제적·사회적 여러 상호관계뿐만 아니라 개인적 욕구에 대한 규제까지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고 했다.
기존의 잣대는 망가졌지만 새로운 잣대를 당장 만들 수는 없다. 또한 공공의식이 사람과 사물들을 새로 정렬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고삐 풀린 여러 사회적인 힘들이 균형을 되찾을 때까지 당분간 모든 규제가 불충분한 상태가 되고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 정당한 것과 부당한 것, 합리적인 요구·희망과 무절제한 요구·희망의 한계는 미지수가 된다.
특히 경제적인 긴장이나 요인에 의한 환경변화는 사람들을 이전보다 열악한 상태로 몰아넣는 일종의 재분류현상이 진행된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자신의 요구를 줄이고 필요를 억제하며 자제력을 기르지만, 특정한 사람들은 자신에게 강요된 상황에 적응하지 못할뿐더러 그 상황에 대한 절망으로 인해 견딜 수 없게 된다.
결과적으로 열망과 절망 앞에는 어떠한 구속도 없게 되며 서서히 우울증의 그림자에 포로가 되고 마는 것이다.
또한 공동체는 사회적으로 상호 의존적인 일단의 사람들이 형성하고 있는 중첩적인 그물이다. 이 공동체의 구성원들은 특정의 관습들, 예컨대, 도덕적 헌신, 정서적 심오함, 역사·전통적 정체성 등등을 공유, 활용함으로써 서로간의 상호 의존적 관계성을 계속 유지, 강화시킨다.
따라서 공동체와 구성원들은 자신들이 속한 공동체의 관련 토론과 의사 결정 과정에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개입하여 공동선을 창출한다.
한국의 경우 가족중심주의적 관계 매커니즘의 급속한 변화로 인한 가족중심의 정서적 지지·위안 및 치료 기능의 쇠락으로 인한 심인성 질환으로 인한 자살자 증가, 핵가족 증가를 통한 청소년들의 사회화 지체 현상과 이로 인한 청소년 자살 증가, 노인들의 소외·고독의 증가와 이로 인한 우울증 환자의 증가로 인해 궁극적으로 자살률이 증가하고 있다.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의 주요 경향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이 단계까지 오면 크게 3가지 패턴을 보인다.
첫째, 현 상황을 받아들이고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기에 속한다. 이러한 부류의 사람들은 사회에서 용인된 방법으로 자신이 겪고 있는 현 긴장상황을 극복해나간다.
두 번째, 갑작스럽게 닥친 긴장상황에서 사회가 용인하지 않는 방법으로 자신이 겪고 있는 긴장상태를 극복하려는 사람들이다. 이 부류의 사람들은 대부분이 범죄나 일탈 등 사회가 금지하는 방법을 통하여 자신의 상황을 극복하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긴장상태를 겪으면서 사회가 용인하는 방법과 사회가 금지하는 방법 모두를 포기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관습적 또는 비관습적 세계 어디에서도 성공할 수 없기 때문에 이중실패자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우울증과 같은 심리적·사회적 불안기재를 느끼는 상황에서 나아가 극단적인 방법인 자살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개인·사회차원의 극복 방법

우울증 증세가 있는 사람은 자신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우울증을 유발한 갈등요인을 밝혀내어 그것을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우울증의 치료에는 가장 먼저 약물치료가 우선이지만, 상기의 내용을 바탕으로 하여 우울증이 내·외적 갈등 즉, 심리적·사회환경적 요인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우선 가정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
결국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은 실제로 자신의 문제에 대해 부모와 주변의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상징적인 몸짓인 것이다. 그러므로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관심과 사랑을 주고, 세상에 맞서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힘과 의지 그리고 용기를 북돋워주는게 중요하다.
또한, 사회나 민간 차원의 우울증을 극복하려는 사회분위기도 중요하다. 한 예로 프랑스의 경우 지난 2000년 국민 보건경제연구소(CREDES)가 16세 이상의 프랑스 성인 1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4.9%가 우울증을 호소했다.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률도 증가해 자살예방전국연합(UNPS)에 따르면 2002년 프랑스에서는 16만여명이 자살을 기도했으며 이중 1만 2천 여명이 숨졌다.
이에 자살예방전국연합(UNPS)에서는 자살예방의 해를 맞아 어려움에 처한 이들에게 격려 편지나 메시지를 한 통씩 보내는 ‘생명을 위한 메시지’운동을 벌이고 있다.
또한 민간차원에서는 ‘웃음클럽운동’을 만들어 “삶의 스트레스를 날리자”라는 구호가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현재 프랑스에선 223개의 웃음 클럽이 문을 열고 있으며 점차 더 확대되는 추세이다.
마지막으로 국가차원에서 우울증이 단순히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고 사회복지적 또는 의료적 차원의 법적·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 우울증의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하루빨리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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