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훈 편집장
경기를 통해 스트레스를 풀지 못한 훌리건들의 난동은 유혈참사는 물론 전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1985년 브뤼셀 하이젤 구장에서 영국 훌리건 난동으로 스탠드가 붕괴되어 40여명이 사상한 사건 등 대형 참사가 속출하였다. 유럽 국가들은 오래전부터 훌리건 대비책을 세우느라 고심해왔다.
▲우리나라의 대학가에도 훌리건이 존재한다. 그러나 광적인 축구팬을 뜻하는 본래 의미와는 다르게 여기서 훌리건은 인터넷공간에서 특정대학교의 우수한 점만을 각인시키거나 특정대학을 비방하는 누리꾼들을 의미한다. 이들은 다음 ‘훌리건 천국’카페와 디씨 인사이드 4년제 대학 갤러리 등 커뮤니티 사이트 등을 통해 이른바 ‘서연고…’로 시작되는 정답없는 대학 서열매기기에 열중한다. 아웃풋을 의미하는 사법고시, 행정고시 합격자 수와 인풋을 의미하는 수능 배치표 등을 어떤 이들보다 신속히 공유하고 논쟁을 벌인다. 그리고 이들은 입시철이면 어떤 이보다 적극적이고 신속한 입시상담가로 변신하기도 한다.
▲수많은 훌리건들이 이 같은 활동을 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학교를 사랑하는 ‘애교심’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자신이 재학 중인 대학에 대한 사랑, 공동체 의식이 이들을 자발적으로 키보드를 두드리게 하는 힘일 것이다. 그리고 이면에는 대학을 각 자의 특성에 맞게 보지 않는 ‘대학 서열화’라는 어두운 자화상도 존재한다.
▲훌리건은 우리나라의 대학 서열화 현상이 낳은 기형아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나름의 학교사랑 정신을 바탕으로 대학 홍보와 입시의 상담자 역할을 자발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난동을 일으키는 본래 훌리건들의 행동에서 보듯 지나치다 못해 폭력으로써 잘못 표현된 사랑은 도리어 본뜻을 잃을 수 있다. 훌리건들이 진정으로 대학을 사랑하는 또 다른 방법은 신뢰와 매너를 지킴으로써 대학의 성숙된 문화를 몸소 보여주는 것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