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Pixabay
 △ 사진= Pixabay

북한의 과학기술 수준은 어떨까? 미사일 발사와 핵 개발 등 국방기술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북한은 기술적으로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일상의 과학기술이나 산업 부분을 뒷받침하는 과학기술의 상황은 전혀 다른 모습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심각한 불균형이 나타난다. 국방기술 부문에서 제한적 영역이지만 상당한 성과물로 도발을 일삼고 있는 반면, 과학기술이 북한의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데는 그 기여도가 낮다는 게 북한 자체의 평가이기도 하다. 그래도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자력갱생, 자력번영을 하겠다면서 과학기술 중시 노선을 유력한 정보 수단으로 내세우고 있다.

북한의 최고 권위 상(賞)으로 ‘2.16과학기술상’이 있다. 김정은 집권기에 보여준 북한 최고의 기술은 의외의 기술들이 종종 있기는 하나, 원료·연료 및 기술의 국산화와 주체화 관련 기술, 생산성 향상을 위한 설비 및 공정의 자동화와 통합생산체제 등의 기술들이 있다. 그리고 북한이 역점을 두고 있는 농업 부문에서 육종과 재배방법 그리고 농업 화학제품도 있다. 인재교육을 강조하면서 원격교육 등의 교육 정보화도 포함하고, 의료보건 부문의 장비 생산, 원자력 현미경과 양자암호통신기 같은 첨단장비 개발도 ‘2.16과학기술상’의 과제상을 받았다. 북한 최고의 기술과제들로 수상을 받은 내용에서 국제적 수준의 첨단 기술로서 평가받을 만한 건 발견하긴 어렵다.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원자재의 원천적인 부족을 해소하거나 산업 현장에서 생산 증대에 이바지할 수 있는 것들이 주로 있다. 과학기술 수준은 그 나라의 경제 발전 수준과 대체로 같은 궤를 이루는 데, 북한의 경제 수준에 비해서는 과학기술이 일부 영역에서 성과를 내기도 하지만 전반 과학기술은 낙후된 면모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북한 최고 지도자인 김정은이 유별스럽게 강조했던 일임에도 불구하고 과학기술적 문제를 포함한 여러 여건상 성공하지 못한 것들도 있다. 평양종합병원, 순천인비료공장 등이 그 사례이다. 평양종합병원은 북한이 의욕적으로 추진했으나 국제적 제재를 받으면서 병원에 필요한 필수 의료장비나 기기 등을 입수하기 어려웠고, 이 장비를 갖춘다고 해도 운용 인력과 지식을 갖추는 데는 적잖은 애로가 있었을 것이다. 올해 다시 완공 지시가 내려진 만큼 지켜봐야 할 사안이다. 그리고 순천인비료공장 건설도 북한으로서는 농업 발전, 특히 알곡 소출 증대에 요구되는 비료 생산을 위해 주요한 사안이나, 공장 준공식을 하고도 4년 가까이 되었지만 공장 가동과 비료 산출 소식이 없다. 장치 산업인 비료 공장을 운영할 역량의 문제 외에도 기술적으로도 전극봉이나 촉매 관련 기술 등 해소되지 않은 여러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결국 기술의 문제가 그들이 하고자 하는 데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이런 여건에서도 북한은 과학기술의 발전을 위한 다양한 대책을 강구해 왔다. 먼저 과학기술중시사상을 중요한 정책 차원에서 계속 강조하고 있다. 과학기술 관련 지식의 유통을 위한 방안으로 과학기술전당이라는 디지털 도서관을 만들어 각 지역과 각 사업소의 과학기술보급실 등과 연동하는 네트워크를 구축, 운영하고 있다. 인터넷을 개방하지 않는 여건에서 북한 내부에서만이라도 정보유통을 원활하게 하려는 것이다. 또한 인재 양성에 유난스런 노력을 하고 있다. 북한의 대학 진학률은 15% 정도밖에 되지 않으니 기술 혁신을 이끌어 가기엔 어렵다. 그래서 전민과학기술인재화, 곧 전 인민을 과학기술 인재로 만들겠다는 취지에서 원격대학(우리의 사이버대학에 해당)을 여러 대학에서 만들고 기업 현장에 있는 인력들이 대학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 외에도 기술특성화 고등학교에 해당하는 ‘기술고급중학교’를 설립, 운영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우리의 학회 행사에 해당하는 부문별 성과전시회와 발표회를 개최하여 논문을 발표하고 우수 성과를 전시하는 등의 행사를 해오고 있다. 과학기술 성과와 경험 사례의 공유와 보급과 함께 이들 기술을 일반화하자는 것이다. 이를 북한은 대중 운동으로 ‘따라앞서기, 따라배우기, 경험교환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과학기술의 국제적 교류가 매우 제한된 북한이 내부적으로나마 이런 방식의 정보 교류를 진행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주체를 내세운 과학기술의 제한점과 중국 등 일부 국가와의 기술교류만 진행되는 것으로 인해 자신들만의 기술 세계를 형성하여 호환되지 않은 문제를 노정시킬 수 있다.

북한은 과학기술 부문의 투자를 지속 강화하고 있다. 그 결과 정보기술(IT)과 CNC로 불리는 공작기계 부문에서는 두각을 내고 있다. 또한 주체과학의 상징으로 석탄화학은 자체 원료와 연료 그리고 기술이라는 면에서 일부 성공적인 성과를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과학기술 성과들을 통해 북한이 경제적 생존은 할 수 있게 할지 모르나 국제적 교류가 없는 과학기술의 진보는 난망하기에 북한의 장기적, 지속적 경제발전을 도모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