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3일 서울대학교의 한 20대 대학원생이 중앙도서관 화장실에서 “공부가 힘들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 불과 몇 달 전인 8월 11일에는 29세 박사과정생 故 강보경 노동자가 대학원 생활비와 학비를 벌기 위해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작업을 하던 중 추락해 사망했다.

이에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은 10월17일 “대학원생들이 ‘또’ 죽었다”는 제목으로 성명문을 발표했다. 대학원생노조는 성명문에서 “불안정한 법적·사회적 지위에서 앎을 생산하는 대학원생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이해는 여전히 처참한 수준”임을 밝히며 “높은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고 동시에 진로를 탐색하며 존재 증명을 해야 하는 대학원생은 패배에 대한 공포와 초조에 자연히 젖게된다”고 말했다.

서울대 인권센터가 대학원생 1715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1월 22일부터 12월 21일까지 실시한 ‘2022 서울대 대학원생 인권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2.6%가 “서울대 대학원 재학 중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중 12.1%는 실제로 그런 시도나 계획을 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에 더해 연세대 대학원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인권생활국이 재학생 7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 대학원생 실태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연구와 학업의 방해 요인으로 주요하게 지목된 것은 ‘과중한 근로’였다. 응답자의 57.98%가 연구와 학업의 개선 사항으로 ‘연구 지원비 제공’을 답했으며 71.8%가 대학 내 조교 근무 또는 연구프로젝트에 관한 노동에서 근무시간 외 추가 근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한편 지난 10월 23일부터 10월 27일까지 대학 밖 독립연구자단체 ‘연구자의 집’은 ▲인문사회분야 박사과정생 ▲독립연구자 ▲비정규 강사 및 연구자를 대상으로 ‘비정규·불안정 연구자의 생애주기별 생활여건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연구자의 집’은 해당 실태조사가 “대학 밖 학술단체에 대한 현황조사와 불안정 연구자를 위한 지원 및 연구안전망 구축 방안”을 위한 자료로 사용될 것임을 밝혔다. 

학업에서의 정신적 압박과 더불어 학비와 생활비 충당을 위해 연구노동 외 노동환경에 종사하는 대학원생들의 삶은 개선이 시급한 문제다. 대학원생의 연구를 연구노동으로 인정하고 그 환경과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 필요한 때다.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