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Pixabay

 

 30대 중반의 A씨는 IT기업에서 개발자로 일한다. 주로 혼자서 업무를 보지만, 일주일에 한두 번은 팀 회의에 참석해야 하고 가끔 고객과의 미팅도 있다. 코딩 실력은 뛰어나지만, 회의에 지각하는 일이 잦고 약속한 마감일을 지키지 못해 회사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팀장은 A씨를 책임감 없고 성실하지 않은 직원으로 평가하지만, A씨는 자신이 게으른 것이 아니라 자주 잊어버려서 문제가 생긴다고 말한다.

 

 누구라도 주변에서 A씨와 같은 사람을 실제로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들은 정말로 게으르거나 책임감이 결여된 사람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ttention Deficit/(Hyperactivity Disorder: ADHD)를 가지고 있는 사람일 수도 있다.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서 일반인들에게도 익숙한 용어가 된 ADHD는 주의력결핍(Attention Deficit: AD)과 과잉행동(Hyperactivity: H) 및 충동성을 주 증상으로 하는 정신장애(Disorder)이다. 흔히 ADHD라고 하면 산만하고 말을 잘 듣지 않는 아동이나 청소년을 떠올리기 쉽다. 그도 그럴 만한 것이, 대부분 ADHD는 아동기에 진단되며, 그 시기에 문제가 많이 보고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간과하는 사실은 성인에게도 ADHD가 적지 않게 존재하며, 증상이 어릴 때와 다르거나 더 미묘하게 나타나 사람들이 인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성인들에게 ADHD가 적은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성인의 경우 같은 ADHD라 하더라도 과잉행동은 다소 줄어들고 주의력 문제만 남는 경우가 많아서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다소 산만하거나 건망증이 있는 정도로 생각하기가 쉽다. , 성인들은 자신의 삶과 일상을 관리하는 데 있어서 아동에 비해 더 많은 자율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증상을 숨기거나 보완할 수 있는 나름의 방법을 터득했을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자면 남들보다 조금 더 자주 메모를 하거나, 여러 번 확인하는 등 추가적인 노력들을 통해 증상으로 인한 부적응을 줄이는 것이다. 결국 눈에 띄는 행동들이 줄어들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잘 알아차리지 못하고, 본인조차도 ADHD 증상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어릴 때 있었던 ADHD가 사라졌다고 오해할 수도 있다.

 

 최근 여러 연구와 보도자료에 따르면 성인 ADHD의 진단율은 크게 증가하고 있다. 200910만 명당 11명에 불과했던 19세에서 30세 사이 성인의 진단율이 2018년에는 83명으로 7배 이상 증가했다. 전체 ADHD 환자 중 아동과 청소년의 비율은 감소하는 추세인 반면, 성인 환자 비율은 201715%에서 2021년에는 35%로 증가했다. 이제는 더는 성인 ADHD가 굳이 성인을 앞에 붙이지 않아도 될 정도로 많이 발견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성인의 ADHD는 종종 아동기의 ADHD에 비해서 더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직장 생활에서의 부주의함이나 산만함으로 인해 자주 실수를 하고 비난을 받을 수 있고 이런 것은 앞서 A씨의 사례처럼 업무 평가나 직업의 유지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다른 사람과의 대화 중에 주의가 산만해지거나 내용을 잘 따라가지 못해 대인관계에 악영향을 주기도 한다. 이런 일련의 문제들은 자존감 저하, 우울감 증가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또 다른 정신 건강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ADHD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을 일상생활에서 미리 파악할 수 있을까? ADHD가 있는 성인들이 보여주는 행동들을 참고하여 유사한 증상들이 나타나고 있다면 한 번쯤 의심해 볼 수 있다.

 

1. 집중에 어려움이 있어서 쉽게 산만해지거나 대화 중 중요한 내용을 놓치고, 프로젝트나 업무를 기한 내에 완료하지 못한다(게임이나 동영상 시청을 할 때는 오히려 집중을 잘 한다).

2. 물건을 어디에 놨는지 자주 까먹거나 물건을 자주 잃어버린다. 엉뚱한 곳에 물건을 놔두고 찾기를 반복한다.

3. 약속 시간에 자주 늦거나 약속 자체를 잊어버린다.

4. 대화 중에 경청하지 못하고 다른 주제로 자꾸 넘어가거나 다른 사람이 얘기하는 중에 불쑥불쑥 끼어든다.

5. 업무의 우선순위를 정하지 못한다. 한 가지 일을 끝내고 다른 일을 하기보다는 업무 중에 자꾸 다른 일들로 전환이 되며 모든 일이 다 중요하게 느껴지고 할 일이 너무 많다는 느낌이 든다.

6. 일상생활에 있어서 중요한 개인적인 일들(공과금 납부, 부동산 계약 등)을 미루거나 자주 잊어버린다.

7. 감정조절의 어려움으로 인해 감정 기복이 심하고 늘 예민하거나 조급한 모습을 보인다.

8. 충동적 행동이나 위험한 행동을 한다. 도박이나 난폭운전, 음주문제, 또는 갑작스러운 이직을 하는 경우가 잦다.

 

 위에서 언급한 문제들은 우리가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겪을 수 있는 것들이고 8번을 제외하면 가끔 그러한 행동을 하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증상들이 6개월 이상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면 병원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그러면 내 주변에 ADHD가 의심되는 성인이 있거나 나 자신이 유사한 증상을 가지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 좋을까? 증상이 심하다면 우선 증상을 완화해주기 위한 약물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약물은 보통 메틸페니데이트(methylphenidate) 등의 중추신경자극제나 자극제나 아토목세틴(atomoxetine), 클로니딘(Clonidine)과 같은 약물들을 사용하면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대증치료(symptomatic treatment)이기 때문에 인지행동치료와 같은 심리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더 효과가 있다.

 

 증상이 아주 심하지 않다면 적절한 자기 관리를 통해 증상을 관리할 수도 있다. 방을 깔끔하게 정돈하고 이것저것 산만함을 유발할 수 있는 자극들을 책상에서 치워버리는 것이 좋다. 또한, 해야할 일에 우선순위를 정하고 스마트폰이나 웹기반의 알람을 활용하여 시간 관리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ADHD를 가진 사람들은 이러한 스케줄러 또한 너무 많이 사용하는 경향이 있어 한두 가지 도구만으로 제한해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잠이 부족하면 더 산만해지기 쉽기 때문에 규칙적이고 충분한 수면을 필수다. 매일 적절한 운동을 하고, 마음챙김 명상과 같은 훈련을 한다면 일상생활에서 나타나는 증상의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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