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 미술사학과 석사과정 원타스님이 지난 5월 13일 도난당한 정혜사 산신탱을 환수했다는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정혜사는 전주 완산구에 위치한 대한불교보문종 사찰로 30여 년 전 산신탱을 포함한 삼성각의 탱화를 모두 도난당했다. 30여년 간 묘연했던 정혜사 산신탱의 행방은 뜻밖의 장소에서 발견됐다. 지난 3월 서울에서 진행된 고미술 경매에 산신탱이 출품된 것이다.

 탱화 같은 성보문화재들은 도난당한 뒤 원래 있던 사찰에 돌아오기 어렵다. 문화재 밀매업자들이 도난 사실을 숨기기 위해 그림 위를 덧칠하거나 불화의 조성 기록인 화기(畫記)를 훼손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정혜사 산신탱은 사찰의 중창불사가 한창이던 1926년에 근현대 최고의 불모로 불리는 금용 일섭스님과 그 제자들에 의해 제작된 불화로 화기를 온전히 보존하고 있다.

 학부에서 불교학과 불교미술, 대학원에서 미술사를 연구하는 원타스님은 “불교미술을 전공한 전공자로서 평소 미술시장에 유출되는 불교유물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 보고 있었는데 보기 드물게 화기가 온전히 남은 산신탱이 출품되어 놀랐다”고 밝혔다. 경매 출품작을 눈여겨본 원타스님은 우리대학 대학원에서 인도철학을 전공 중인 박영빈씨와 함께 화기를 판독해 이 그림이 전주 정혜사에서 일섭스님의 점안으로 봉안된 탱화라는 것을 밝혀낸 뒤, 정혜사 측에 연락해 해당 탱화가 사찰의 도난품인 것을 확인했다.

 원타스님은 정혜사 산신탱의 환수를 원력하며 SNS로 모금활동을 진행했다. 원타스님은 “(정혜사 산신탱은 cctv 등) 방범시설도 없던 시절에 도난당했기 때문에 사찰은 (스스로) 도난 사실을 입증할 수 없어 환수가 불가능”하기에 “어쩔 수 없이 지켜보고만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절 밖에 나온 탱화 를 다시 본래의 자리로 돌려보내기 위해서는 경매에 입찰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고 전했다.

 도난 문화유산의 환수를 염원하는 누리꾼의 반응은 뜨거웠다. 트위터에 올려진 환수모금 글은 조회수 15만회 이상, 리트윗 500회 이상으로 확산됐고, 모금에는 타종교인부터 초등학생까지 100명이 넘는 많은 인원이 참여한 것이다.

 경매에서 산신탱을 낙찰하고자하는 경쟁은 치열했다. 당시 SNS 모금이 소문나면서 사찰에서 환수할 정도로 가치가 높은 탱화라는 이야기가 돌며 경쟁이 붙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낙찰이 성사됐고 이후 추가모금을 통해 탱화의 재표구와 보존처리에 필요한 비용 을 모금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이번 환수 는 불교문화재가 불교계의 도움 없이 SNS를 통한 누리꾼 개인의 모금으로 환수됐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수리를 마친 산신탱은 5월 13일 정혜사로 돌아왔다. 정혜사 주지 지순스님은 “도난당한 사찰에서 간절히 바라며 성보를 환수한 경우는 들은 적이 있지만, 이렇게 꿈처럼 다시 산신탱이 돌아오실 줄은 몰랐다”면서 “너무나 기쁘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혜사 측은 환수한 산신탱을 보광 전에 봉안한 뒤 5월 20일부터 새롭게 점안한 탱화를 대중에게 공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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