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신문이 죽었다. 더이상 읽히지 않기 때문이다. 대학의 풍경도 대학 신문의 종명과 함께 변했다. 갓 발행된 학보의 촉감을 느끼고자 아수라장에 뻗어지는 손, 분주히 움직이는 눈썹의 무리와 반짝이는 언어가. 대학에서 사라졌다. 학보는 언제부턴가 생동하는 일상이 아닌 빛바랜 잔상 정도로 추억되기 시작했고, 종이 신문의 빈자리는 온라인 매체가 대체하고 있다.

   종이 신문의 쇠퇴는 대학원신문 폐지 논의로 이어졌다. 대학원신문을 꾸준히 발행하는 대학은 우리대학과 고려대, 경희대, 서강대, 이화여대, 중앙대 정도로 드물고, 잘 읽히지 않는 종이신문을 만드는 것은 비효율적인 일로 치부되기 때문이다. 또한 부드러운 어조로 학내 정보 전달에 집중하는 오늘날 학보는 민주화 학생 운동 시기의 것과 손쉽게 비교돼 고발 기능을 거세당한 무기력한 언론의 이미지를 갖는다. 이런 이유로 학내에는 대학원신문 폐간 논의가 끊이지 않는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학내 환경은 달라지고 학보의 기능도 변하기 마련이다. 과거의 악은 부정·부패와 같이 명료한 단어로 규정되는 반면 작금의 악은 혼성적이다. 더구나 원내에 분명한 언어로 비판할만한 사안이 생길 일은 드물고 정보화 기술의 발달로 학생사회에는 SNS 등 학보를 대체할 수 있는 공론화장도 다양하다. 연간 4회 발행되는 본지가 설 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아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또한 학보사는 학내기관이기에 학내 사안을 비판적이되 중립적으로 다룰 수밖에 없으며, 종이 신문의 쇠퇴로 지면 광고를 받기도 힘들어 재원 자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만성적인 인력난까지 더해져 학보사가 언론 기관으로서 독립성을 유지하기란 매우 까다로운 것이 실정이다.

   학보사는 나름의 고충을 껴안고 자성하는 한편, 시대의 흐름에 유연하게 대처하며 새롭게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변화의 첫 단추는 대학원신문 누리집 개편과 온라인 지면 확대이다. 본지는 4월부터 대학 미디어센터에 소속된 동대신문, DUBS, 동국 포스트와 함께 통합된 누리집에서 새 소식을 전할 예정이다. 이곳에 시의성 있는 학내보도를 자주 올리는 한편, 기존보다 빠른 주기로 원우와 외부필진의 목소리를 소개함으로써 연 4회 발행되던 기존의 느린 종이 신문을 보완하고자 한다. 또한 대학원신문 공식 SNS 계정을 신설하고 기존 기사를 카드뉴스로 제작해 업로드하는 방식으로 SNS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대학(大學)은 넓은 교육을 하는 기관이며 교육의 일환인 학보사는 ‘효율성’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교육은 단순히 지식과 기술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지닌 자질을 조화해 스스로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법의 총체를 의미한다. 학보의 고유성은 고발이 아닌 ‘교육’이다. 불합리에 맞서는 고발은 큰 틀에서 교육의 하위 항목 중 하나이다. 폭넓은 교육을 잘 시행하기 위해서 우선 학보사라는 기관이 안정적으로 유지돼야 한다. 학보의 생존을 위해 오늘도 편집인들은 대학 본부와 학내 구성원을 연결하고 종이의 질감과 온라인의 속도 사이에서 중도를 찾는 중이다.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