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 : Pixabay

  하나 고백하자면 작년 여름 비가 많이 내리던 날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아 앞에 정차하고 있던 차를 살짝 박은 적이 있다. 다행히 내 자동차 보험료만 살짝 올라갔을 뿐 사람도 자동차도 다치지 않고 사고가 잘 마무리되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그 누구도 작년 내가 이런 가벼운 접촉 사고를 낸 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어디서도 들어본 적 없을 것이다. 뉴스에서는 이런 사소한 교통사고까지 보도할리가 없을테니까. 하지만 불과 백 년 전만 해도 달랐다. 이제 갓 도로에 자동차가 굴러다니기 시작했던 당시 도로에서 자동차가 가로등에 부딪히는 작은 사고 하나도 특종이 되었다. 공식적으로 기록된 최초의 자동차 사고는 1896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벌어진 사고다.

  당시 두리예이 사의 모토 웨건을 몰던 운전자는 자전거를 타던 한 사람과 부딪히는 사고를 일으켰다. 지금 같으면 흔치 않게 동네에서 가끔 벌어지는 작은 사고 수준이지만, 당시 신문에선 “말이 없는 마차(Horseless wagon)”이 사람을 쳤다며 크게 보도하기도 했다. 아직 자동차 자체가 낯설었던 당시 자동차가 길 가던 사람, 길가의 가게를 덮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은 지금과는 많이 달랐을 것이다. 그렇게 최초로 보도된 자동차-자전거 접촉 사고가 있은 후 10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이제 자동차로 가득찬 도로 위에서 접촉 사고는 너무 흔한 일상이 되었다. 그 어떤 뉴스에서도 심각한 대형 사고가 아닌한 평소의 접촉 사고를 일일히 보도하지 않는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제 도로 뿐 아니라 머리 위 우주에서도 인공위성들끼리의 접촉 사고가 평범한 일상 중 하나가 되어가고 있다.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시작으로 우주로 올라간 수많은 발사체, 로켓 잔해들이 지구 주변을 총알보다 빠른 속도로 맴돌고 있다. 볼트 너트 수준의 작은 쇳조각이더라도 아주 빠른 속도면 우주선 몸체에 구멍을 낼 만큼 위협적이다. 우주가 그렇게 넓은데 이런 파편이랑 부딪힐 걱정을 할 필요가 있을까? 아무리 머리 위 하늘이 넓다한들 인공위성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는 적당한 궤도의 범위는 제한적이다. 결국 제한된 범위 안에 계속 인공위성을 올리면 모든 자리가 다 찬 주차장처럼 새로운 인공위성을 추가로 띄워올린 빈 자리가 사라질지 모른다. 실제로 이런 우주 공간의 과밀화 문제는 인공위성 간의 직접적인 충돌 사고를 일으킬 정도가 되고 있다. 2009년 실제로 그 일이 벌어졌다.

  2009년 미국의 통신위성 이리듐과 오래 전 버려진 러시아의 위성 하나가 상공 약 800km에서 충돌하며 수많은 파편을 만들어냈다. 특히 인공위성 간 충돌이 위험한 이유는 이렇게 파생된 수많은 작은 파편 조각들이 계속 연이어 그 주변의 또다른 위성들을 공격하면서 순식간에 엄청난 파편을 계속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 번의 충돌이 계속 연이은 우주 쓰레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케슬러 신드롬이라고 한다. 영화 <그래비티>에서도 한 번의 작은 폭발이 계속 연이어 수많은 우주 쓰레기 조각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생생하게 묘사되었다. 벌써 10년도 더 지난 오래된 충돌 사고였지만 지금까지도 이 사고 당시 만들어진 파편들이 지구 주변 궤도를 맴돌며 많은 인공위성들을 위협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에서 발사한 스타링크 위성 중 하나가 영국의 원웹 위성과 겨우 50m 거리를 둔 채 아슬아슬하게 지나가는 일도 있었다. 다행히 두 위성이 직접 충돌하면서 끔찍한 케슬러 신드롬을 또 일으키지는 않았지만 궤도가 자칫 1초만 더 일찍 틀어졌어도 일론 머스크는 앞서 테슬라의 자율 주행차가 교통사고를 낸 것에 이어 이번엔 우주에서까지 접촉 사고를 일으키는 역사를 쓸 뻔 했다. 이처럼 이제 지구를 도는 인공위성 간 충돌 사고도 그리 드물지 않은 흔한 일상 중 하나가 되어가고 있다. 아마 가까운 미래, 지구 궤도를 덮은 인공위성의 밀도가 도로 위 자동차 못지 않게 빽빽하게 된다면 인공위성 간의 충돌 사고는 더 이상 뉴스에서 보도할 꺼리도 아닌 평범한 일이 될 것이다. 머리 위 하늘에서 인공위성 두 대가 충돌해도 그냥 약간 재수가 없을 뿐, 머리 위에서 재밌는 구경거리가 생긴 것일 뿐 전혀 특별하지도 않은 일이 될 것이다. 그렇게 더 이상 인공위성 간의 접촉 사고가 특별한 일이 아니게 된 미래가 된다면 과연 그 때 우리 머리 위로 얼마나 많은 파편들이 떠다니고 있을까?

  하나 놀라운 건 이미 뉴스에 보도 조차 되지 않는 작은 우주 쓰레기 파편끼리의 충돌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 방금 위에서 소개한 인공위성 간 충돌 사고, 아슬아슬했던 사고 위기를 뉴스에서 본 기억이 있는가? 이미 우주 쓰레기 이야기조차 너무 흔해서 굳이 하나하나 다 보도하기 귀찮은 것이 되어가고 있는 셈이다. 우주 쓰레기 이야기가 그저 SF 영화에나 나올 법한 재밌는 상상 같은가? 아니 이미 우주 쓰레기는 우리의 일상 일부가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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