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 뿌리고 나무 심어 어언 백년
(건학 100주년에 부쳐)

신 경 림


이 척박한 불모의 땅 한 모퉁이에
씨를 뿌리고 묘목을 심어 어언 백년
그 씨앗 자라 열매를 맺어
온 고을을 풍요로 덮고
그 묘목 우람한 나무로 자라
짙푸른 향기로 천지를 메웠다


척박한 불모의 땅은 기름진
낙토가 되고
우람한 나무들 꿋꿋한 기상
아름다운 정신 마침내
이 땅의 강이 되고 길이 되었으니



이제 이 나무들은 이 땅의 꿈이다
이 땅을 있게 하는 뜨거운 숨결이다
살아서 내달리게 하는 노래다
썩은 것들 버려진 것들조차
싱싱하게 되살아나게 하는
눈부시게 밝은 빛이다


더 크고 단 열매를 맺으면서
더 큰 나무로 자라
더 넓게 더 높게 세상을 덮으면서
물과 불과 바람으로 사람과 사람을 잇는
튼튼하고 아름다운 밧줄이 되면서
씨앗 뿌리고 나무 심어 어언 백년


빛이 되어서 불이 되어서
물이 되어서 바람이 되어서


신경림 시인(영문 67졸)은 1936 충북 중원 출생, 1955 <문학예술>에 시 ‘낮달’을 추천받아 등단했으며,
우리학교 문과대학 국어국문학과 석좌교수. 1973 시집 <농무>로 제1회 만해문학상 수상,
1987 장시 <남한강>, 1989 수필집 <민요기행>을 발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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