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딱 열병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을 쓰면서 나는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사막을 만났고 그 위에서 채워지지 않는 나의 열망 때문에 몸이 달아 언제나 기진맥진했다. 곧 쓰러질 것 같다가도 다시 일어섰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을 초월한 듯 그렇게 가지는 못했다. 나는 지금도 내 사랑을 다 받아주지 않는 소설 때문에 아파하고, 미워하고, 질투하고, 좌절하고, 죽어가면서 이내 또 끓어오르는 이 마음을 붙들고 소설에게 가고 있다. 평생을 이렇게 산다 해도 나는 소설을 탓할 수 없다.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고 해서, 또 그렇게 살아지지 않는 것도 아닐 테니 나는 그저 내 몸이 아프면 아픈대로 살 뿐이다.
사랑해서 제 병이 안타까우신 어머니, 걱정 마세요. 죽지 않아요. 역시 사랑해서 제 병마저 자랑스러우신 아버지, 기대하세요. 더 열렬히 아파 볼게요. 그리고 나의 심장 육질자매들, 숨겨놓은 보석 오리, 떠남과 동시에 고향이 된 소설분과 사람들, 큰 가르침 주신 동대 문창 국문 선생님들, 감사드린다. 부족한 작품 어떤 마음으로 뽑아주셨는지 알고 있으니 심사위원 선생님께는 보다 단단한 소설로 보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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