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동국문학상 시 부문에 응모한 사람은 겨우 다섯 명에 불과하다. 시인 공화국으로 불리던 본교의 명성은 이미 식어버린 용암 위의 채소밭이 되어버린 것일까. 시인 지망생들의 뜨거운 분발과 차가운 각성을 요구한다. 동국 문학의 중흥이란 더 이상 구호일 수도 없고 술좌석의 헛된 다짐일 수는 더욱 없다.
이 가운데 임세화의 ‘밧줄’은 시란 어떻게 써야하는가를 알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시상의 전개가 무난하고 수사법도 효과적으로 구사하고 있어 충분한 습작을 거친 작품으로 평가된다. 지나치게 관념으로 흐르지도 않으면서도 관념을 형상화하고 경험을 시화하는 능력이 돋보여 내일을 지켜보는 마음으로 당선작으로 정한다.
전유석 의 ‘벽’은 시적 기교나 언어를 적절하게 구사하는 능력에서 조금 떨어지지만, 자신의 생각을 진솔하게 표현하고 있어 분발이 기대된다. 이진욱의 ‘자리매김’등의 작품은 구상이나 묘사는 아직 미숙하지만,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능력이 탁월해 시보다는 소설 창작에 힘써도 좋을 듯하다. 허선혜의 ‘매듭’등의 작품은 자기 생각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해 소재가 가공되지 못한 채 생경함 그 자체로 남아있다. 형상화에 대한 긴장감을 놓쳐서는 안될 것이다. ‘담배의 독백’의 김진선은 관념적인 표현이 시적 표현이라는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다. 다만 주제에 집중하는 태도는 살릴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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