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풀막진 비탈길
모든 것은 위로 향한다
누구도 밑을 보지 않는다
구름 전봇대 도둑고양이 과자봉지
발자국
기울어진 만큼 몸을 꺾는다
모든 것은 아슬아슬
매달린 빨래
하나의 사물엔 하나의 밧줄이 내려진다
팽팽한 생의 긴장
옆으로 뒤로 뒤틀린 꼬임을
따라 소슬소슬 상처가 잇는다
핏줄 같은 실타래
가생이부터 툭툭 끊긴다
가랑이 새로 튀겼던 혈흔
밧줄에 묶여 오른다
곤때가 묻은 밧줄은
그러나 아직 빳빳하다
풀리지 않을 단단한 매듭 맞은편은
백발의 멜로디
희미한 못자욱 음표를 쪼개놓는다
생 또한 올라갈수록 숨이 찬
비탈임을 아는 노파의 휴식
관이 묶인 밧줄
속으로 피가 통하고 있다
서걱대는 바람의 끝은
비탈을 오르는 휘파람 냄새
곱게 똬리를 튼 죽음이 혀를 날름대고 있다
비탈만큼 몸을 기울인 햇볕이 생을 말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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