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하면 우리의 기성세대들은 ‘공부의 암적인 존재’, ‘애들이나 보는 유치한 책’, 혹은 ‘바보들이나 보는 것’이라고들 하신다. 만화(漫畵)라는 이 두 글자의 뜻도 ‘질펀한 그림’이라는 뜻이다. 우리가 부르는 만화라는 명칭마저도 만화를 저급문화로 취급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말로 만화는 코흘리개들이나 보는 못난 존재일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만화는 문화이자 산업이다. 우리는 만화에 대한 우리의 시선을 조금 바꿔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만화를 보는 주요 연령층은 10~20대이다. 하지만 만화제국 일본에서는 모든 연령층이 즐겨본다. 코흘리개 꼬맹이들부터 점잖은 노신사까지 언제 어디서나 만화를 본다. 덕분에 일본의 만화는 다양한 연령층에 맞게 다양한 장르의 만화가 나온다. 포켓몬스터와 같이 어린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뿐만 아니라 시마과장과 같은 무겁고 현실적인 내용의 만화책도 인기리에 발매되고 있다. 일본에서 만화는 어엿한 문화이다.
또한 일본에서 만화는 유망산업이다. 우리나라의 두 배의 인구를 가지는 큰 시장을 발판으로 일본의 잡지 주간 발행부수는 600만부 이상이다. 평균 1년에 20억권의 만화가 발간되며 일본만화산업의 연간 매출액은 5,500만엔(5조 5천억)에 달한다. 또 몇 년 이내에 1조엔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만화로 인한 부가수익도 무시할 수 없다. 만화를 기반으로 하는 캐릭터 산업의 수익은 5,500만엔의 2~3 배에 이른다.
요새 한국만화 보기가 참 힘들다. 내가 어렸을 때까지만 해도 국산만화가 쏟아져 나왔었다. 하지만 요즘은 소위 잘 팔리는 작가 외엔 모두 일본만화뿐이다. 우리가 만화를 계속 무시하고 팽개쳐둔다면 가까운 시일 내에 만화산업을 일본에게 독점 당하게 될 것이다. 그건 다시 말하자면 우리의 문화 하나를 일본에게 점령당하는 것과 같다. 우리 모두 만화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하나의 문화로 인정해야 한다. 우리의 문화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김홍범
(사과대 신방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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