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서울대 총학생회(이하 총학)는 기자회견을 열어 한총련을 탈퇴한다는 발표를 했다. 총학은 한총련 탈퇴의 이유로 그들의 선거 공약이었던 ‘학생정치조직과의 이별’을 들었다. 많은 수구언론들은 기다렸다는 듯 한총련과 학생조직의 몰락을 대서특필하고 학생은 밥 먹고 살 걱정만 해야 한다는 사설을 일제히 올렸다. 사회의 문제에는 신경을 끄고 취업준비나 하라는 이야기들이었다.
서울대 총학은 학교와의 투쟁 일변도에서 벗어나 학내 복지에 중점을 두고 일하겠다고 했다. 예를 들어 정수기라든지, 과자 자판기, 휴대폰 충전기 등을 설치하는 데 우선 힘을 모으겠다는 소리다. 이는 본말이 전도된 주장이다.
당장에 우리 옆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등록금문제가 있다. 영문도 모른 채 내라고 하면 어쩔 수 없이 내야 하는 등록금이 합당한 지, 그렇지 않다면 서울대 총학이 주장하듯 ‘학내 구성원들에게 문제를 선전하고 의견을 모아 행동을 만들어’ 학교 운영의 주체가 되는 것이 오히려 그들이 바라는 학내 복지향상에 더 큰 발전을 이루는 것이 아닐까. 주체인 학생들이 학내의 근본적인 문제들에 대해서 ‘발언’의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이 상황에서 과자자판기나 정수기를 설치하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
진정으로 학내 복지 향상을 원한다면 협상이 아닌 학생 대중의 학교에 대한 투쟁을 만들어 내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서울대 총학은 학생 정치조직과 관계를 맺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들이 따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참여하겠다는 것도 물론 아니었다. 대학생은 이제 학교성적이나 아르바이트, 연애나 취업준비에 매진하라고 말하는 듯하다.
지금 사회가 그들이 말하는, 구경꾼처럼 지켜만 보아도 될 만한 상황인지 묻고 싶다. 제도권 교육을 거치며 옆에 있는 친구를 밟고 대학이라는 곳에 왔다. 자유로움을 꿈꾸며 왔지만 그저 도서관에 앉아 토익과 취업준비에 바쁘다. 내가 누구인지, 무엇인지, 사회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고민하는 것은 사치가 되어버렸다.
대학은 취업준비학원이 아니고 대학생은 그저 말 잘 듣는 취업준비생이 아니다. 대학생이라면 최소한 비판적인 의식을 가지고 사회문제를 접해야 한다. 나아가 직접 참여함으로써 변화의 선두에 앞장 서야 한다.
작게 보면 당장 2~3년 후에 직접 겪어내야 할 현실이 될 것이고, 크게 보면 이 사회를 구성하는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당장의 눈앞에 보이는 편리와 이기만 생각하고 사회, 정치에 무관심하다면 그 결과는 반드시 자신에게 돌아올 것이다.
서울대 총학생회의 한총련 탈퇴를 단지 흥미거리로 보아 넘기거나 학생조직의 위기로 판단하기 보다는 이를 통해 대학생의 본분과 사회적인 의미는 무엇인지, 내가 어떤 대학생이 되어야 하는지 한번 돌이켜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두해
(불교대 선학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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