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독일 월드컵이 얼마 남지 않았다. 최근에 와서 부쩍 느끼는 바로, TV 리모콘을 누르면 금새 TV화면에는 2006년 월드컵을 기원하는 기업체들의 각양각색의 광고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신문에도 역시 월드컵과 관련된 기사가 연일 지면을 장식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처럼 최근에 늘어난 월드컵과 관련된 소식과 정보를 접하면서 성큼 다가 선 독일월드컵의 열기를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우리에게 월드컵이라는 이름의 또 다른 대명사로 각인된 붉음, 붉은 악마가 쓰여 진 붉은 티셔츠를 입고 ‘파이팅’을 외치는 광고는 2002년 6월 월드컵의 붉은 함성을 떠올리게 한다.
2002년 6월의 그날들은, 그전까지 축구경기 한 번 끝까지 보지 않은 그야말로 축구에 대해 문외한이던 나까지 붉게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는데, 붉은빛 티셔츠를 꼭 입어야만 될 것 같아서 붉은색 티셔츠를 어렵사리 옷장에서 찾아내어 입고서 거리응원을 하던 나와 내 주변사람들의 모습이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2002년 월드컵이 우리에게 남긴 것은 ‘4강신화’ 라는 기적같은 승리의 기쁨과 할 수 있다는 자신감 그리고 그 중 무엇보다도 우리 국민이 하나가 되었다는 점일 것이다. 모두 함께 한달 여 동안 축구라는 공통분모로 인해 생겨나는 감정의 희노애락을 토해 내면서 하나되는 일치감을 맛보았다. 나와 같은 붉은 셔츠를 입고 그전까지 함부로 다뤄서는 안 된다는 일종의 금기까지 붙어 있던 태극기를 가슴과 등에다 부착하고 모두가 ‘대한민국’을 소리 높혀 외칠 때 가슴속에는 뭉클한 무언가가 따뜻하게 번지곤 했다. 또한 그 뿐인가, 승리의 기쁨으로 안면없고 낯선 내 옆자리의 사람까지 끌어안을 정도로 너·나의 구별없이 우리는 하나, 우리는 대한민국 사람이라는 일체감을 가슴깊이 느낄 수 있었다.
아마도 2002년 6월의 붉고도 열정적인 함성이 한반도를 에워싸던 날, 우리나라 역사의 한 페이지는 장엄히 기록되고 또 영원토록 길이길이 기억되리라.
최근에 23명의 월드컵 출전 최종 엔트리 선수가 확정되었다. 이로써, 독일 월드컵은 본격적인 카운트다운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아드보카트 감독을 중심으로 한 코칭스태프, 선수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서 태극전사의 위력을 보여 줄 준비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4강신화 재현’ 단지 이 명제만이 2006 독일 월드컵에 거는 우리의 바람은 아닐 것이다. 물론 이왕이면 16강을 넘어 4강에 들어 붉은 태극전사의 위세를 드러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세계에 한국의 역동적인 힘을 자랑해 보이고 싶다. 이 자랑에는 한국축구의 힘 뿐만 아니라 한국인의 단합된 힘까지 나타내 보이고 싶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들 스스로에게는 또 해냈다는 뿌듯함과 함께 도전하면 이루어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확인되는 자리였으면 좋겠다.
다만, 독일 월드컵에 기대하는 것은, 물론 승리의 환희가 있다면 금상첨화이겠지만, 2002년 6월의 함성처럼 붉은 대한민국의 열정을 다시 한 번 보고 싶은 것이다. 대한민국 사람 모두가 함께 하여 하나 되는 기쁨을 온몸으로 체득하고, 그 뿜어져 나온 열정을 독일로 보내자. 그리고, 그 열정이 우리 개개인의 삶에, 나아가 우리나라 전체 모든 분야에 퍼져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으면 좋겠다.
우리 동악에서도 붉은 물결이 빚어내는 장관과 붉은 함성이 캠퍼스 전역에서 들리기를 기대해 본다. 자! 우리 동악의 백년 기를 한 데 모아 태극전사에게 쏟아 올려보자.

이숙원
대학원 미술사학과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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