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건강한 목과 귀를 가지고 즐거운 음악을 듣고, 정겨운 대화를 나누기도 하며, 또한 감정을 표현하기도 한다. 늘 이런 생활을 하면서 잠깐이라도 소리가 들리지 않는 이 세상을 상상해 보았는가? 아니면 말을 할 수 없는 세상을 생각해 보았는가? 모두들 끔찍한 생각이며 의사소통하기가 힘들 것이라 생각할 것이다.
누구나 혀와 성대를 가지고 있으며 목젖을 울려 소리를 만들어 내어 대화를 하고 의사소통을 한다. 지극히 정상적이며 이것이 불가능해진다는 것은 누구나 상상도 하지 않는다. 이것은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대화를 하는 데 있어 매우 편리한 수단으로 보이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제약이 따르기도 한다.
가령, 매우 소란스러운 장소에서 10m밖에 있는 친구에게 ‘지금 시간이 몇 시지?’라고 물어볼 수 있을까? 아니면 유리문이 닫혀 맞은편에 있는 사람과 대화를 해야만 하는데 의사를 주고받을 수 있을까? 또한 우리가 목이 아파 얘기를 할 수 없는 상태라면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할 것일까? 이것들은 모두 말과 목소리만 가지고는 제약을 많이 받으며, 불가능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불가능한 것들은 또한 모두 가능한 것들이기도 하다. 이것이 가능한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그 사람들 중에 나 또한 포함되며 우리 모두 마음만 먹는다면 포함될 수 있다. 그들은 전혀 소리를 내지 않고 의사소통을 하며, 심지어는 들리지도 않는 노래를 하기도 한다. 매우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지만 무척이나 쉬운 일이기도 하다. 그것을 자신이 직접 한다면 매우 묘한 기분을 체험해 볼 수도 있고 표현력 또한 풍부해질 수도 있다. 소리가 없는 대화, 이 얼마나 매력적인 특징인가.
이것은 바로 수화이며, 우리가 흔히 청각장애인들만의 고유한 언어라고 쉽게 잘못된 편견을 가지게 되는 언어이다. 수화는 그들만의 언어가 아니며 누구나 공유할 수 있고 쉽게 배울 수 있는 아름다운 언어이다. 이것을 안다면 나만의 언어를 하나 더 만들게 되는 것이며 이것을 아는 또 다른 사람과 그들만의 비밀스런 이야기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말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나 때론 말을 하고 싶지 않을 때, 우리는 쉽게 이 수화를 사용할 수가 있다. 조금만 색안경을 벗어두고 열린 마음으로 수화를 대한다면 누구나가 이 천사의 언어인 수화와 친구가 되는 것이다.
누구나 말을 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말을 하지 않고도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있으며 우리는 그들과 함께 이 땅에 숨을 쉬며 살아간다. 소리가 없는 세상이 조금이라도 궁금하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아주 약간의 관심뿐이다.

이민열
(문과대 영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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