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는 것은 느꼈지만, 채 그 가을을 온 몸으로 느끼기도 전에 찬 기운이 돌고, 공기에서 겨울냄새가 나는 게 분명, 또 한번의 겨울이 오고 있나 보다. 사계절이 있는 곳에 산다는 것, 또 그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생각한다.
산과 들판의 모습이 변하는 것을 보는 즐거움과 나 또한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는 유쾌함은 덤이고, 계절마다 새로운 마음가짐과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이 가장 큰 복인 듯하다.
내가 잠시 영국에 있을 때, 그 곳의 날씨는 정말 ‘변화무쌍’ 그 자체였다.
맑은 하늘에 갑자기 나타난 구름이 비를 뿌리기도 하고, 거센 바람이 불었다가 따뜻한 햇볕이 태연히 내리쬐기를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했는데, 이런 곳에서 비가 온다고 우리처럼 ‘동동주에 파전’을 떠올릴 순 없는 노릇이었다. 그 곳에선 드물거나 흔하지 않은 일상이었으니 말이다.
예전에 내가 아는 분이 필리핀에서 그곳의 덥고 습기 찬 날씨 속에 현지인 친구에게 “It's sticky today!”라고 했더니 이해를 못하더라고 했다. 이 또한 그들에겐 ‘자연스러움’, ‘항상 그래왔음’ 이기 때문이었다.
무엇인가가 일상화돼 더 이상 자극이 되어주지 못할 때 산과 들은 옷을 바꾸며 우리에게 ‘시간이 흐르고 있음’을 일깨워 준다. 우리는 긴 동면을 준비하는 동물이 아니다. 겨울이 온다고 활동을 줄이고 안락함 속에 몸을 쉬게 하려하기보다 더욱 분주하고 바쁘게 새로운 무언가를 찾고 준비해야 할 것이다.
나도 내 자신과 단단히 약속을 하려 한다. 내 가슴 속 뜨거운 꿈과 기운으로 이번 겨울을 향해 달려보자고 말이다. 그러면 아마도 특별한 겨울이 될 것이다.

한이화(사과대 정외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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