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기간에 만해관 열람실에서 밤을 새며 공부한 적이 있다. 새벽 5시, 4층 열람실에서의 공부를 마치고 각각 비어있는 열람실로 자리를 맡기 위해 학생들은 재빠른 걸음으로 열람실을 빠져나간다. 어디선가 금세 파란 통과 검은 비닐봉지를 드신 청소부 아주머니들이 들어오시더니 익숙한 손놀림으로 열람실 구석구석을 쓸고 닦으신다. 불과 몇 분 전만해도 학생들의 학습공간이었던 열람실이 아주머니들의 작업공간으로 바뀌어버리는 순간이었다.
남이 버린 종이 조각을 정리하거나 “수고하세요”라는 형식적인 말을 남기는 학생이 한 둘 있기는 했지만 그냥 열람실을 빠져나가는 학생이 훨씬 많았다. 나 역시도 그냥 열람실을 빠져나갔던 학생들 중의 한 사람이었다.
문득 나와 함께 대학이라는 공간을 꾸려가는 분들에게 너무 무심했던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가지는 작은 관심이 그분들에게는 큰 기쁨이 될 수 있고, 우리가 사용하는 학내시설에 조금이나마 신경을 쓴다는 것이 그분들에게는 번거로운 일손을 줄여드리는 것이 될 것이다.
나만이 아니라 타인을 배려해야한다는 어렸을 적 가르침을 내가 손 닿을만한 곳에 있는 분들에게 실천할 때 조금 더 밝은 학교, 밝은 사회가 될 것이다.
서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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